[논평]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라

2008-08-05 13:26:36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라

시사 주간지 ‘시사IN’이 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함께 이랜드, 코스콤, KTX 새마을호 여승무원 등 1년 넘게 투쟁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신 건강을 조사, 그 결과를 보도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장기투쟁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신 건강에 문제가 발견됐거나 질환이 의심되는 노동자들이 35%에 달해 일반인에 비해 9배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오랜 사회적 배제를 경험한 노숙인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어찌 이들이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까지 부도덕한 사측과 뒷짐 진 정부에 비정규직문제 해결을 촉구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탄압과 멸시였다. 오랜 생활고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함께 투쟁하는 동료들의 힘만으로 이겨내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누가 건강하게 노동하고 살아가던 우리의 이웃을 이토록 고통스럽게 만들었는가. 사측은 뺨을 때렸고 정부는 말리는 시누이처럼 시늉만 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아니 정부와 보수정당들은 소위 ‘비정규직 보호법’을 통과시켜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했다.

3만 달러와 선진화를 주문처럼 입에 달고 있지만 비정규직 비율이 OECD 국가 2.5배가 넘는 노동 후진국 한국사회를 만들어낸 정부와 사용자가 이들을 정신질환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이번 조사에 단식 중이라 포함되지 않았던 기륭전자를 비롯한 장기투쟁 비정규직 사업장은 사측의 무성의와 강압적 태도 때문에 성실한 협상이 진행되지 못한 곳이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지 않으면 해결 또한 요원한 곳이다. 이런 곳에 정부와 정치의 힘이 미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왜 정부를 운영하기 위해 세금을 내고, 국회의원을 선출하기 위해 투표장에 가야하는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60여일에 이르는 단식으로 생명이 경각에 처해있는 기륭전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 장기투쟁으로 인해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E랜드, KTX·새마을호 승무원들과 코스콤 노동자들로부터도 대한민국의 권력은 나온다. 대한민국의 주권과 권력의 원천이 이토록 고통스러운데 도대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2008년 8월 5일

진보신당 대변인 신장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