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선 산업안전공단노조 위원장
“130만개 기업이 산업안전 사각지대, 체계적인 재해예방시스템 절실”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담당하는 산업안전보건분야는 노동조합에 필수적인 업무다. 하지만 전문성을 요하는 업무의 특성상 대다수 노조가 가장 어려워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산업안전공단노조(위원장 김용선)는 특별하다. 조합원 모두가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산업안전 전문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산업재해 예방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산업안전공단노조가 22일 국회도서관에서 산업안전제도 관련 토론회를 연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가 “내부 노사관계를 넘어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에 일익을 담당하는 노조가 되겠다”고 말하는 김용선(42) 위원장을 만났다.
– 노조에서 ‘산재예방 선진화방안 토론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지난해 노조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 제도 발전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시도는 좋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이 딱 맞았다. 토론회의 내용은 좋았지만 노동계 전반에 확산되지 못했다. 산업재해율이 10년째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많은 노조가 산업재해 문제를 교섭석상의 협상용 카드로 활용할 뿐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다. 그러한 현실을 산업안전 전문기관 노동조합인 우리가 나서 바꿔야겠다는 생각에서 토론회를 열게 됐다.”
– 이번 토론회의 주제가 ‘산재예방정책’인데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 기관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우선 재해예방사업이 각 부문별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분야에는 정부당국인 노동부를 비롯해 산업안전공단도 있고 민간기관도 있다. 보다 체계적인 재해예방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 체계화된 재해예방 사업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대기업의 재해율은 중소기업에 비해 대단히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 산재의 76%가량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은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업종변경 사업장이나 신생 사업장 그리고 아웃소싱화로 인해 대기업에서 파생돼 나오는 사업장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재보험 적용사업장도 늘어나고 있는데, 99년부터 지난해까지 6배가 증가했다. 그런데도 재해예방사업 종사자수는 그대로다. 공단은 물론 노동부의 인력도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산재예방의 사각지대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사각지대 해소방안을 주로 다룰 예정이다.”
–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재해 사각지대 문제는 고질적인 현상이다.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 같은데.
“현재 우리나라에 140만개가 넘는 사업장이 있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고작 3만여개에 불과하다. 공단과 노동부에서 매년 10만~12만개 사업장의 산업안전 관리·감독을 하는데 이들 사업장의 상당부분이 중복된다. 다시 말하면 130만개 사업장이 산업안전 감독으로부터 방치돼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정부기관의 인력을 확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지금의 행정조직 내에서 재해예방사업을 민간시장에 맡기면 밥그릇 싸움만 치열해질 뿐 정작 산업재해는 줄어들기가 어려운 구조다. 현재 안전보건 민간기관이 210~220개 정도 된다.
그래서 정부기관과 민간기관이 상호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노동부는 제도와 정책개발을 담당하고 공단은 설립취지에 맞게 신기술의 연구와 개발, 사업주와 노동자를 위한 교육과정 개발을 맡을 필요가 있다. 민간기관은 사각지대에 방치된 소규모 사업장을 직접 돌면서 안전교육과 안전·보건관리자의 역할 증진 등의 사업에 주력해야 한다. 각각의 역할이 체계화되고 피드백이 돼야만 산재왕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소규모 사업장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기 위해서는 민간기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 안전보건 전문기관 노조로서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특별한 사명의식을 느낄 것 같다. 노동계 안에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예정인가.
“노동조합이라면 당연히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시해야 하는데 현실은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에만 눈이 멀어 있다. 안전보건의식이 대단히 취약한 실정이다. 실제로 우리 조합원들이 현장에 나가면 여러 한계에 부딪힌다. 최근 한국노총에서 주최하는 한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한 노조간부가 ‘산업안전 담당자는 무엇을 해야 하냐’고 묻더라. 그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한국노총 각 지역본부 산업안전국장은 우리가 자처할 생각이다. 현재도 인천과 광주전남지역본부는 우리 지부장들이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