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화수소 공기중 농도별 인체영향 황화수소는 낮은 농도에서 특유의 계란썩는 냄새가 나지만 농도가 높아지면 후각이 마비되어 냄새를 맡을 수 없어 위험을 인식할 수 없다.
ⓒ 한국산업안전공단 황화수소
오염 작업장 갑작스런 죽음, 황화수소 위험
노동자 부패가스 질식재해, 가을에도 이어져
강태선 (hum21)
비가 오고 나서 조금 수그러들긴 했지만 여전히 더운 가을이다. 이런 이상 기후는 일터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예년 가을날씨였다면 아무 무리 없이 했을 작업도 더운 날씨엔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분뇨, 퇴비 또는 하수처리장 등과 같이 부패가스가 발생하는 작업장에서 그렇다. 가을철엔 잘 발생하지 않았던 부패가스에 의한 노동자 질식재해가 최근 빈발하고 있다.
지난 9월 16일 천안에 있는 한 대학 축산폐수처리장에서 수중 모터 교체작업을 하던 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 며칠 전인 12일엔 울산에서 하수구 슬러지 제거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 산소 부족이 있을 만한 공간이 아니고 똑같이 오수가 부패하는 장소에서 일어난 재해라는 점에서 황화수소 중독이 의심된다.
황화수소 가스는 유기물이 썪는 과정에서 자연발생하는 매우 치명적인 독성가스이다. 물론 분뇨 부패과정에서는 황화수소 외에도 독성이 큰 암모니아가스도 발생하지만 암모니아가스는 눈과 코에 강한 자극감을 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제가 덜 된다. 즉 가스 발생을 느끼고 대피하기 때문에 사망에까지 이르는 경우는 드물다. 황화수소는 그렇지 않다. 황화수소 가스는 아주 낮은 농도에서는 계란 썩는 냄새가 나지만 0.3ppm 이상에서는 후각을 마비시켜 우리가 감지할 수 없게 된다. 영문도 모르고 쓰러지고 먼저 쓰러진 동료를 구하려다가 집단 참사가 벌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소결핍 또는 일산화탄소 등에 의한 질식재해는 계절을 가리지 않지만 오수처리장에서의 황화수소 중독은 그 동안 6~8월 여름철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다. 내일이 가을의 절정인 추분인데도 더운 날씨가 쉬 수그러들지 않는다. 폐수처리장이나 분뇨처리장을 운영하는 사업장에서는 평소보다 더 철저히 밀폐공간 질식재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폐수처리장 슬러지 제거작업 등 부패가스에 노출될 수 있는 작업을 하기 전엔 반드시 가스측정 및 충분한 환기가 필요하다. 황화수소, 산소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는 가까운 한국산업안전공단 지도원에서 일정기간 무료로 빌릴 수 있다. 근로자가 직접 쓰고 일할 수 있는 황화수소 가스만을 측정하는 모니터도 시중에서 30만원 정도면 살 수 있으니 사업장에 사서 두는 것도 좋다.
덧붙이는 글 | 강태선 기자는 노동부 산업안전근로감독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2008.09.22 11:15 ⓒ 2008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