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급여, 사유 정당하면 소멸시효 지나도 지급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기존 판례 변경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휴업급여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난 뒤에도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휴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김아무개(58)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휴업급여 부지급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재해에 따른 휴업급여 소멸시효(3년)가 지났더라도 노동자가 시효기간 내에 휴업급여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면 근로복지공단은 휴업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제조업체에 근무하던 김씨는 2001년 7월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이듬해 10월 공단에 요양승인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김씨는 2005년 6월 ‘업무상재해로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고, 공단은 산재요양 승인처분을 내렸다.

이후 김씨는 요양기간인 2001년 7월부터 2005년 6월까지 취업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한 휴업급여를 청구했으나 공단은 3년의 시효가 완성돼 휴업급여청구권이 소멸됐다며 휴업급여를 지급하지 않았고 김씨는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휴업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은 공단이 김씨의 요양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소송이 진행됐기 때문”이라며 “휴업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휴업급여 지급을 거절한 것은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공단이 요양급여 신청을 승인한 경우에 한해 휴업급여를 지급했기 때문에 김씨 입장에서는 휴업급여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채권자가 휴업급여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인 만큼 공단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인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객관적으로 휴업급여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사유가 있었다면 소멸시효에 대한 항변을 제한한 것”이라며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이와 달리 판단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