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전문병원 되려면 종합병원 위상의 모태병원 절실”
모태병원으로서 인천중앙병원 위상 약화 안돼 … 적자상황 현 체제로도 극복 가능

매일노동뉴스 한계희 기자

“재활만 잘하면 국립재활원이죠, 무슨 병원입니까. 재활병원의 모태를 만들자는 것이지 재활원을 만들려는 것은 아닙니다.”

민감한 발언이었다. 내용이야 큰 차이가 없을지 모르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향과 다른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효성(55) 한국산재의료원 이사장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산재의료원에도 모병원이 필요하고, 그 역할을 인천중앙병원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인천중앙병원은 재활특화를 이유로 소아과와 산부인과·치과 등을 없애고, 종합병원에서 일반병원으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데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자신의 ‘소신’과 현실의 괴리를 그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2차 공기업 선진화방안’에 통폐합 기관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도 “병원발전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병원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버리고 통합만 고려할 수는 없다는 발언으로 이해된다.

정효성 이사장은 취임한 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원래 책상은 뒤로 물리고 사무실 중간에 책상을 놓았다. 간이 책상에는 컴퓨터만 놓여 있다. 보고는 대개 그 자리에서 받는다. 보고라기보다는 컴퓨터를 옆에 놓고 직원과 토론을 하는 모양새다. 흡사 야전사령부라 부를 만하다. 한국산재의료원 사상 첫 의사 출신 이사장으로 “문제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그는 적자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현 체제에서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산재의료원에서 의사 출신 이사장은 처음입니다. 각오가 남다를 텐데요.

“제대로 온 것 아닙니까. 산재의료원은 병원 업무가 주입니다. 평생 의업에만 종사했고, 사고성 재해에는 외과의사 출신이 전문가 아니겠습니까. 외과영역에서 정형외과와 신경외과가 파생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고라든지, 수술에 대해서는 기본이 돼 있습니다. 전문경영인(CEO)으로서도 치료하는 병원에 적합한 인물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년 반 동안 일선 병원(산재의료원 동해병원장 출신)에서 피부로 느꼈습니다. 현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일선에서 열심히 환자를 볼 수 있도록 서포터나 가교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동해병원에서 성과도 좋고, 직원들 사이에 인기도 좋았다고 들었습니다.

“내과나 건강검진만 하던 병원을 외과 중심 병원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많이 힘들었죠. 탈바꿈하려면 뭔가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니까요. 병원장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직원과 함께 일하기 위해 자생조직 활성화를 먼저 추진했죠. ‘동해 시민 속으로’라는 모토로 스티커를 만들어 직원 차량에 부착했습니다. 동해시 모든 행사장에는 동해병원이 의료지원을 나갔습니다. 병원 자생조직 행사에는 언제나 갔습니다.

동해병원이 살아나니까 다른 병원들이 힘들어졌죠. (다른 병원에서) 왜 돈 안 벌어도 되는 공공병원이 동해에 와서 열심히 하냐고 해요. 돈 벌겠다는 생각보다 병원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접근을 했죠. 우리가 왜 적자를 보면서 눈총을 받습니까. 우리는 자급자족하자, 정부에서 이렇게 출연해 예산 투여해줬으니까. 왜 지역의 환자들이 강릉으로 다 빠져 나가냐, 그걸 차단하자 그런 배짱으로 나갔죠. 과를 많이 늘리고 싶었는데 본부에서 통제하니까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산재의료원 이사장으로 취임했다고 해서 동해병원의 어려운 점을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여러 가지로 검토해야 하니까, 그런 괴리는 있지만 병원운영만큼은 행정직들이 생각하는 범위와는 하늘과 땅 차이죠. 현실이 뭔지 한 마디 하면 두 마디, 세 마디 알아들으니까요. 대부분의 일들이 의사 출신이기 때문에 바로바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답은 정해져 있거든요.”

– 업무스타일로만 보면 의사라기보다는 행정가 같습니다.

“회장직을 7개 갖고 있던 적도 있었어요. 일 욕심이라기보다도 역할 분담이 되면 전권을 주고 그러면 일은 착착 진행됩니다. 본부에서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병원장들에게 각 지방병원에 대한 권한을 준 만큼 본부는 지원역할을 하는 겁니다. 해결책이 없을 때는 본부에서 사람이 가서라도 해결하겠지만. 지금 산재의료원은 본부만 쳐다보고 있는 경향이 있거든요. 각 기관은 각자 일을 하고, 본부에는 일이 안 됐을 때 요청하면 긍정적으로 지원하는 쪽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했습니다. 의료법 전문가로 소개했던데요.

“의료분쟁조정법으로 법학 석사를 받았습니다. 의료법 개정작업에 실무위원으로 참석했고 의료법 해설서를 만들었으니까 의료법 전문가라는 말이 나오겠죠. 의료법 개정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 산재의료원이 외과에 특화된 의료기술을 가지는 게 중요합니까.

“산재는 재해사고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외과 계열인 신경외과·정형외과가 중요합니다. 산재전문병원이라서 꼭 아급성기(급성과 만성의 중간단계)만 치료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급성기와 아급성기 전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해요. 환자가 일만 하다가 다치나요. 교통사고로 다칠 수도 있고 잠을 자다가도 다칠 수 있습니다. 모든 사고성 질환은 유병률이 똑같다고 봐야죠. 사고성 환자를 잘 치료하는 병원이 일반 환자를 못 보겠습니까. 급성기든 아급성기든 산재환자를 잘 치료하는 병원이라면 외과계열 외상환자라든지 모든 사고성 환자를 잘 치료하는 병원으로 가죠. 산재사고만 치료하는 병원으로 인식되는 것을 피해야 되는데 명칭만 놓고 보면 병원으로 발전하는 데 장애가 되죠.”

– 종합병원으로 발전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얘깁니까.

“종합병원이든 특화병원이든 상관없습니다. 병원은 환자에게 신뢰를 줘야 합니다. 동네 주민들이나 직원들이 못 믿는 병원이 무슨 병원입니까. 직원들이 자기 가족들이 아팠을 때 우리병원에서 치료하라고 자신 있게 권유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어야죠. 산재의료원 지역병원 중에 인천이 관절염 치료를 잘 하는 줄 몰라도 안산은 잘 하고 있다는 것을 알거든요. 그러면 안산으로 환자를 보냅니다. 인천도 잘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초도순시를 빨리 할 생각입니다. 초도순시는 병원 안에 여러 진료과 중에서 누가 제일 잘하는 지 보려고 가는 겁니다. 파악이 되면 환자를 보낼 수도 있고 홍보도 할 생각입니다. 우리 직원들이 홍보맨이 되는 겁니다. 직원들이 병원에 대한 프라이드를 만들어야 되는 거죠. 선진화방안으로 근로복지공단하고 통합 안되더라도 3년 안에 흑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자신 있어요. 말뿐이 아닙니다. 맥을 다 알고 있어요. 조금만 열심히 하면 전부 흑자기조로 갑니다. 대전과 인천병원을 집중 투자하면 흑자로 돌아섭니다. 그런데 병원을 어떻게 포장할지 권한을 줘야 합니다. 합치는 것이 우선이고 병원발전은 나중이라고 하면 오산입니다. 틀린 것을 알면서 아부하면서 일하고 싶지 않아요.”

– 7월에 산재의료원이 특수법인으로 바뀌고 이에 맞는 계획도 세웠을 텐데요. 지금 진행되는 것을 보면 재활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것 같습니다.

“산재전문 재활특화병원으로 가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고심하고 있습니다.”

– 면접 때 생각나는 질문이 있습니까.

“구조조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첫마디에 묻더군요. 그래서 병원조직에서 구조조정을 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못한다고 했어요. 깜짝 놀라더군요. 병원에는 의사·간호사·의무직·행정 등 다양한 인력이 분포돼 있습니다. 인력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지 시설·장비 가지고 운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수 인력은 꼭 필요합니다. 단, 어느 조직이나 항아리형 인적구성보다는 피라미드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냈습니다.”

– 이번에 정부의 지침인 ‘경영효율화 10%’는 준비하셨나요.

“의사결정 차원에서 고려하면 혼자 결정하지 않을 겁니다. 팀원들하고 논의해야죠. 현재까지 진행된 것과 앞으로 할 것을 논쟁하고 검토하는 것이 되풀이하는 것이지 며칠만에 서류 몇 장 달랑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이 많이 힘들죠.”

– 취임한지 한 달이 넘었는데 요새 고민하고 있는 부분과 풀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까지 진행된 부분은 그대로 갈 겁니다. 정부부처까지 보고됐기 때문에 큰 틀은 그대로 가고 국정감사 끝나자마자 초도순시에 나설 생각입니다. 각 병원마다 애로사항·건의사항을 듣고 의사들이 진료과의 사령관인데 어떻게 과를 운영하는지 파악할 생각입니다. 사령관 자리에 맹장이 오면 과가 살아납니다. 파악하면 강점을 홍보해야죠. 강점인 부분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은 엄청난 딜레마입니다.”

– 적자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적자의 경우 3년이라는 기한을 주면 현 체제에서도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예산이 2천111억원이거든요. 85억원이 적자예요. 많은 예산 중에 그 정도 적자면 수치상으로 해볼 만하잖아요. 산재의료원을 최고의 산재전문치료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3년 동안 큰 틀을 세우고 싶습니다. 중앙병원은 하나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현재 인천중앙병원이 모병원인데 병원을 (종합병원에서 일반병원으로) 내렸잖아요. 다시 종합병원으로 올리기 힘들잖아요. 전문화·특화의 모병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어느 누가 와도 재활병원이 뭔지를 알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재활만 잘하면 국립재활원이죠. 무슨 병원이에요. 재활전문화 병원으로 가겠다는 것은 국립재활원을 만든다는 건데 국립재활원에 환자들이 갑니까. 재활병원의 모태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중앙병원이 필요합니다. 소신입니다. 지역병원은 지역에서 역할을 하고 거기서 수용할 수 없으면 산재전문 모병원으로 옮겨서 치료할 수 있는 토털 서비스를 해야 합니다. 국립의료원이 제 역할을 못하니까 이동하는 것이고, 서울시 의료원의 중추역할을 하는 강남병원도 이전을 추진하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방향을 잘 세운 것이죠. 그런데 단일 병원 병상수로는 제일 큰 조직에서 왜 모병원 하나 못 갖게 합니까. 모병원은 꼭 있어야 합니다. 지역맹주 병원에서 역할을 하다가 안 될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모병원과 링크 관계로 가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