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점거농성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점거농성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걱정이 되더군요.
어제 면담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원장실에서 밤을 지새우게 됐습니다.
고공농성, 노숙농성, 천막농성에 비하겠습니까만은
원장실의 따뜻한 온기도 시멘트 바닥의 냉기를 가셔주진 못하더군요.
조금은 불편한 잠자리에 잠을 설치고 있는데
6시 30분이 되니 연구원장이 불을 껐다켰다 하면서 들어오더군요.
모두 구석구석에서 자리를 잡고 눈을 붙이고 있는데 원장의 느닷없는 습격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더니 업무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어이없는 원장의 행동에 잠시 당황하다가 기상시간이 7시 반이었기에 무시하면서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원장도 자고 있는 농성단이 마치 투명인간이라도 되는냥 자유롭게 원장실을 지켰습니다.
7시 반에 모두 일어났고, 너무나도 뻔뻔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원장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첫 농성이 웬지 기존에 진행되던 패턴과 많이 달라 아직도 어리둥절합니다.
원래 이런 건가요?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경험 많으신 분들의 조언 부탁드립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눈이 소복하게 내렸고 지금도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8시에 출근 선전전을 진행했는데, 요쿠르트 아주머니가 춥다고 안쓰러워 하시며 숭늉 한 잔을 건네셨습니다.
그 손길이 얼어붙은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들더군요.
이런 마음들이 있어 투쟁이 계속 이어지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면담에서의 의견대립 외에 공단과의 다른 마찰은 없었습니다.
이것도 산안공단만의 특징이 아닌가 싶은데요.
지금도 자연스럽게 공단의 고객휴게실을 차지하고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출입도 자유롭습니다.
반올림이라고 하면 누구하나 제지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이곳 산안공단에서 홀로 고립되지 않도록 많은 연대와 지지방문 부탁드립니다.
이곳에는 고 황유미씨의 아버님 황상기 어르신께서 생계문제를 접고 속초에서 올라와 함께하고 계시고,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도 나이어린 아들, 딸과 헤어져 농성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유가족 분들은 사랑하는 어린 딸과 평생을 함께하기로 맹세했던 사랑하는 남편을 잃었습니다.
이들의 죽음을 과연 산안공단이 지금까지 조사한 역학조사로 밝혀낼 수 있을까요?
그 거대한 삼성을 상대로?
공단에서 인정하고 있는 바대로 역학조사의 한계를 명확히 밝히고
이것으로 업무관련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이 인정되지 않으면 20일 예정인 개별역학조사 평가위원회는 연기되어야 합니다.
반올림의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산안공단의 농성은 계속 될 것이며
우리의 투쟁도 이어질 것입니다.
가까이 계신 동지들의 연대와 지지방문을 다시 한번 부탁드리면서 1일차 농성일지를 마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