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는 추가 역학조사 수용하라”
한국타이어 추가 역학조사 거부 논란 … 전 직원 “역학조사 전 현장은폐” 폭로
매일노동뉴스 연윤정 기자
최근 1년반 동안 16명의 노동자가 집단사망해 물의를 빚은 한국타이어에 대해 1차 역학조사로는 부족하다며 추가 역학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추미애) 13일 오후 대전지방노동청 대상 국정감사는 ‘한국타이어’에 대한 국정감사였다. 이날 국정감사에는 허기열 한국타이어 본부장, 이호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장, 정성호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장, 김맹룡 전 대전청장, 박두용 산안보건연구원장, 최계열 신라정밀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실장, 정승기 한국타이어 직원(대전공장서 외부 서비스센터로 전환배치)이 참고인으로 참석했다.
국정감사에 앞서 환노위는 이날 대전시 대덕구 목상동에 위치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을 방문해 현장시찰에 나서 한국타이어 작업공정을 확인하기도 했다.
“한국타이어가 추가역학조사 거부”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국타이어가 1차 역학조사를 담당했던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안보건연구원의 추가역학조사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며 그 이유를 따지고 물었다.
김 의원은 “지난 1차 역학조사 결과 한국타이어 작업요인과 질병과의 연관관계, 암과 작업환경과의 관계를 검토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내놨다”며 “산안보건연구원은 추가역학조사 요청을 수차례 한국타이어에 보냈으나 한국타이어측은 역학조사 한다는 사실만으로 브랜드 실추, 영업 애로사항 등을 이유로 거부공문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한국타이어측은 공문을 통해 추가 역학조사 요청을 취소하고 그 결과를 통보해달라거나, 가능한 모든 대응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취소해달라거나, 거의 협박수준으로 압박했다”며 “공적 기관이 역학조사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협조를 해야지 도대체 무슨 배짱이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대해 허기열 본부장은 “올해 4월부터 환경안전보건시스템을 국내 여러 대학과 구축하는 컨설팅 협약을 체결했다”며 “그 내용에 역학조사 내용이 모두 포함돼서 그 프로젝트에 산안공단과 같이 하자는 것이었지 거부의사는 아니었다”고 주장했으나 사실상 추가역학조사 수용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 사돈기업이어서 배짱이냐”
한국타이어측의 거부공문과 관련해 박두용 산안보건연구원장은 “추가 역학조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심리적 부담을 느꼈다고 이날 국정감사에서 밝혔다.
박준선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타이어측의 공문이 김상희 의원이 지적한대로 협박성이었냐”고 묻자, 박 연구원장은 “보기에 따라서 다르다. 협조가 어렵겠다고 느꼈다”고 추가 역학조사 진행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김상희 의원은 박 연구원장에게 “삼성반도체의 경우 11년치의 자료를 받아 조사했으면서 왜 한국타이어는 5년치만 조사한 이유는 무엇이냐”며 “이렇게 부실한 조사를 해놓았으니 추가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한국타이어가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라서 어려운 것이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한국타이어는 대통령의 사돈기업이고 대통령의 아들은 인턴으로 근무하는 대단한 기업인만큼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한국타이어는 추가 역학조사 거부 사유로 기업 이미지 추락 운운하지만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주가조작으로 수사받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즉각적으로 추가 역학조사에 응하고 대전노동청도 당장 시행토록 하라”고 주문했다.
“역학조사 앞서 작업장 은폐했다” 폭로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국타이어가 지난 역학조사에 앞서 청소를 다 해놓는 등 은폐의혹을 제기했다.
홍 의원은 참고인으로 출석한 정승기 직원에게 “올해 5월 대전공장 밖으로 강제 전환배치를 받았는데 그 이유가 뭔가”라고 묻자, 정승기 참고인은 “현장의 작업환경을 너무 잘 알고 있는데 형식적 개선일 뿐 실질적으로 안돼 계속적으로 지적한 결과 결국 강제전보 받았다”고 답변했다.
이어 정 참고인은 “지난 역학조사 시작 전 회사측은 분진을 다 환기 시키고 역학조사를 위한 중요한 시료를 회사 간부인 김아무개 차장이 직접 수거해 가는 것도 내가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홍 의원이 “회사측이 역학조사 전 작업장을 치우라는 이메일을 보내고 역학조사 전 MSDS가 붙지 않은 (유기용제) 통을 사용했다고 했다는 데 사실이냐”고 묻자, 정 참고인은 “우리는 회사측의 지시대로 다 이행했다”며 “우리는 솔벤트라는 것도 모르고 사용했고 방송 보도 후에야 솔벤트를 사용할 줄 알았다”고 증언하는 한편 “현재 알려진 피해자 이외에도 유기용제 중독 증세를 보이는 등의 노동자들이 많이 있으나 회사측의 억압적 분위기로 도저히 못 나서고 있다”고 폭로했다.
“자율점검 맡겼다가 역학조사 지연” 노동부 책임론
한국타이어 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론도 제기됐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의원은 지난해 7월 언론보도를 통해 한국타이어 집단사망 사건이 이슈화가 됐음에도 노동부의 역학조사가 늦어진 이유를 묻자 한국타이어나 대전노동청 모두 “노사가 합의해서 자율점검을 먼저 하겠다고 해서 지연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권 의원은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역학조사가 늦어졌음을 지적하면서 “노동부는 판단력이 있어야 한다”며 “필요하면 개입해야 한다”며 따끔히 질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맹룡 전 대전노동청장은 “한국타이어가 자율재해 점검 승인을 받은 지 얼마 안되기도 하고 노동부가 노사자율 점검을 강조해놓고 다시 특별감독을 한다는 것이 정부 정책 신뢰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그랬다”고 답변했다.
또 이날 노동계 출신 강성천·이화수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타이어측이 유가족과의 보상합의를 질질 끌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강·이 의원은 “노동자가 가진 유일한 재산은 건강한 육체로서 회사측은 역학조사에 적극 협조해 원인을 밝혀낼 의무가 있다”며 추가 역학조사에 적극 응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또한 유가족 보상 문제는 도의적 차원에서라도 충분히 합의해서 원만히 해결하라”고 주문했다.
시민대책위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촉구
한편 환노위의 한국타이어 국정감사장 앞이나 현장시찰 장소인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앞에서 한국타이어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이 모여 피케팅을 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대책위는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한국타이어 집단사망에 대한 진상규명이 명확히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는 철저한 시민단체까지 포함한 진상규명과 특별관리를 해야 하며 한국타이어는 진정한 반성과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