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들이 포스코로 간 이유
[참세상 2006-07-19 10:06]
원청사용자 책임있는 해결의지 없으면 노동자들은 계속 싸울 수밖에
이꽃맘 기자
포항의 건설노동자들은 왜 포스코 본사를 점거했을까.
핵심은 원청사용자성에 대한 문제이다.
하청업체는 원청에, 원청은 나몰라라
포항건설노조 조합원들은 포스코가 발주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그들은 포스코에서 포스코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서 수 십년 동안 일한 노동자이다. 이들은 장시간 고강도의 노동을 하고 있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하청업체의 직원이라는 이유로 포스코 정규직 노동자의 36%의 임금을 받고 있다. 주5일제는 그림의 떡이다.
[정보공유 라이선스 2.0:영리금지]이런 건설노동자들은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건설전문업체들에게 단체협상을 요구했지만 사업주들은 도급계약(시공참여 계약)을 내세워 자신들은 교섭당사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며 단체협상을 거부해왔다. 원청인 포스코에게 책임을 떠민 것이다.
그렇다면 원청인 포스코는 어떠했을까. 포스코는 현장에서 자신들의 지휘하에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는커녕, 전문건설업체들과 노동자들 사이에 맺은 단체협약까지 무력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일예로 포스코는 노조와 하청 전문건설업체가 체결한 산업안전 교육에 대해 장소제공을 거부해 광양의 경우 포스코 정문을 사이에 두고 노조는 밖에서 교육을 하고 조합원 수천명은 포스코 안에서 땡볕에 앉아 교육을 받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건설노동자들의 저임금, 노동조건 악화의 문제 불법하도급에 원인 있어
발주업체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건설전문업체들,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포스코. 가운데에 낀 건설노동자들의 선택은 문제의 근원인 포스코를 찾아가는 것 밖에 없었던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 11일 포항건설노동자들과의 면담에서 “포항지역의 토목건축업체를 포함한 전문건설업체들이 노조와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도 했었다. 그러나 약속을 한 지 이틀만에 파업 중인 포스코 건설현장으로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이렇게 두 얼굴을 가진 포스코는 노동자들의 화를 불러온 것이다.
원청사용자성의 문제는 지난 6월, 한 달동안의 목숨을 건 파업을 진행한 바 있는 대구건설노동자들이 싸운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김병융 건설산업연맹 간부는 “정해진 하루 일당도 찾아먹을 수 없는 도급단가로 강제도급을 주고 있는 전문건설업체의 횡포. 그리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 12, 13시간 씩 일을 해도 하루 일당이 7~8만원 밖에 안되는 현실. 이런 상황에서 원청회사는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산재사고마저 팀장에게 책임전가하고…”라며 원청의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촉구하기도 했었다.
전문건설업체는 원청에게, 원청은 다시 전문건설업체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현실은 건설노동자들의 끊임없는 싸움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사회단체들 한 목소리로 “원청인 포스코가 나서라”
포항건설노조 조합원들이 포스코를 점거하자 노동사회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원청인 포스코의 책임있는 해결의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불법다단계 하도급과 시공참여자 제도의 문제점은 누누이 지적되고 있지만 제도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근로기준법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포스코는 실질적인 원청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라”라고 밝혔다.
또한 건설산업연맹은 “현장출입 등 노동조합의 기본활동 및 현장 내 산업안전문제에 관한 총괄적인 책임을 지고 저가낙찰 등을 통해 건설노동자들의 임금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발주처와 원청의 결단없이 이번 사태는 결코 원만하게 해결될 수 없다”며 포스코의 해결의지를 촉구했다.
민주노동당도 “다단계 하도급의 맨 밑바닥에 위치한 가장 낮은 곳의 노동자인 건설일용 노동자들이 착취의 먹이사슬 맨 위에 위치한 포스코 등 발주처를 상대로 처절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이유는 건설일용 노동자의 실질적인 사용자가 원청 건설사들과 전문건설업체들이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건설노동자에 대한 원청회사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 판결도 있다. 지난 2004년 9월 대전지방법원은 “현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건설근로의 특성상 원청회사가 위 건설일용근로자들과의 사이에 직접적인 근로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를 하는 지위에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그러한 한도 안에서는 단체교섭의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장기투쟁 노동자들… 대부분 원청사용자성에 관한 문제
이런 원청사용자성의 문제는 단지 건설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이닉스매그나칩 등 사내하청 노조, KTX승무원들, 기륭전자 노동자들을 비롯한 불법파견 노동자들… 이들 모두의 문제가 바로 원청이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음에 있다.
더욱더 싼 임금으로 노동자들을 고용하기 위한 자본의 불법 하청, 도급, 파견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노동자들의 싸움은 멈출 수 없다.
이 기사는 정보공유라이선스 2.0 : 영리금지’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