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충분히 하되, 안 되면 투쟁 나서야”
[레이버투데이 2006-08-09 09:44]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투쟁계획도 논의해야 한다.”, “노동단체에만 의존하지 말고 산재단체들이 한데 뭉쳐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도 같이 모색하자.”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가 8일 개최한 ‘산업재해자 단체 간담회’에서 각 산재단체 대표자들은 이같이 예상보다는 격한 발언들도 쏟아냈다. 물론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한국노총의 입장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며 노사정위 논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가 8일 오후 노총 회관 6층 회의실에서 6개 산재단체 16명 대표자 및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간담회를 가졌다. ⓒ 매일노동뉴스
한국노총은 오는 10일 ‘노사정위 산재보험발전위원회’가 개최할 예정인 산업재해자 단체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앞두고 사전 의견수렴을 위해 자체적으로 이같은 회의를 열었다.
민동식 전국산재장애인단체연합회장은 이날 오후 노총 회관 6층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노사정위에서 충분하게 논의를 진행하되,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특히 산재보험제도가 개악된다면 죽기를 각오하고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앞서 한국노총은 노사정위 산재보험발전위원회 논의내용 보고에서, 노동계는 △의료기관 요양신청 등 최초요양절차의 개선 △선보장 후정산제도 도입 △원직복직 의무화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분 해소 △출퇴근재해 인정 △재활급여 신설 △민주성 확보를 중심으로 한 산재보험심의위원회 개선 △지방산재심사위 설치 등 산재심사위원회 개선 △자문의사제도 개선 △기존 산재환자 보호 등을 핵심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경영계는 △개별실적요율제도 확대 △진료비심사체계 이관 △요양기관 현장실사 △휴업급여 등 고령자 연령제한 △장해연금 등 연금수준 삭감 △중복급여 조정 △연급수급자의 민사배상권 제한 및 이익상계 시 연금의 현재가치로 공제 △사업주의 이의신청권 허용 등을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대익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산재보험제도가 노사정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아닌 노사가 실질적인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이는 향후 산재보험 운영에서도 노사 참여를 공식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의를 뒀다. 특히 장 부위원장은 “산재보험제도 개선 논의에서 각 단체 간 약간씩 주장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각 산재단체들의 의견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한국노총의 논의에 지지를 보내줄 것을 호소했다. 다만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총이 논의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로서도 유감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참여자들은 노사정위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노총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양보할 수 있는 부분과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경계의 목소리도 높였다. 또한 경영계가 주장하고 있는 급여의 고령자 연령제한과 연금수준 삭감에 대해서 크게 반발했다.
김용석 한국산재노동자협의회장은 “재해환자들 대부분이 받고 있는 급여는 치료를 하는데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노후대책에서 대해서는 생각도 못하고 살고 있는 게 우리 인생”이라고 고달픔을 호소했다. 이어 김 회장은 “무조건 급여를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일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라며 “사업장의 안전장치 미비로 불구가 된 사람들을 위로하고 보듬어 안지는 못할망정 급여를 줄일 방법만 연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정용훈 전국진폐재해자협회장도 “산재보험 적자는 물론 걷는 돈보다 주는 돈이 더 많아 생기는 문제”라고 인정을 하면서도 “그것을 조정하고 산재피해자들을 돕는 게 정부의 의무임에도 그것을 방기해 생긴 문제를 이제 와서 우리에게 떠넘기려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신수복 원진산업재해자협회 부위원장은 “노사정 논의를 통해 협상을 하는 것은 좋지만 부분합의에서만 끝난다면 정부의 개악방침에 길을 터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일괄 합의가 안 된다면 향후 다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숙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장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은 개악이 아닌 개혁을 위한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제기된 의견들을 충분히 반영해 협상을 진행해 나가겠다”며 “이 모임에서 당장 결론을 낼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꾸준하게 의견을 개진해 준다면 충분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김봉석 seok@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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