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병원 ‘낙상안전사고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 없다’며 책임회피

‘하루아침에 날벼락’,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 병원에서 벌어져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어디에 호소할 곳도 마땅찮고, 답답한 마음에 긴 글을 올리니 너그럽게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

2월 19일 KBS뉴스에 ‘삼성서울병원 환자가족에 살인누명’이 3월 9일 ‘멀고 먼 의료소송, 두 번 우는 환자들’이 방영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일어난 의료사고와 그로 인한 소송, 피해 환자와 가족, 정치권 동향 등을 심층취재로 다뤘습니다.
방송에서는 저희 아버지와 너무나 비슷한 상황이 소개되었고, 지금도 억울함에 호소하는 환자와 가족들의 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아버지는 국내 최대의 서울 남부지역 S병원(이하 S병원) 내분비내과 병동에서 지난 2009년 11월 27일 저녁 7시경 침대에서 환의를 갈아입는 사이 낙상사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옆 침대 난간에 머리를 부딪혀 두부손상에 의한 외출혈로 7cm가량 꿰맸고, 뇌내출혈이 더욱 심해져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루아침에 날벼락입니다.
아버지의 현재 상태는 왼쪽편상하반신마비로 스스로 앉지도 서지도 못하며 의식은 있지만 온전하지 못해 자꾸 헛소리를 하고 양쪽눈 완전실명으로 앞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6개월간 입원하여 재활치료를 받으면 간신히 설 수 있을지도 장담 못한다고 합니다.

작은병 고치려 두발로 병원에 걸어 들어와 되려 큰 병을 얻어가는 가슴 아픈 현실이 너무도 원통하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어머니도 허리와 다리관절로 불편한 몸인데 어떻게 앞으로 평생을 아버지를 수발하며 살아가야 할지 암담해 하십니다. 이렇게 피해자는 명백히 있는데도, 병원측 관계자는 병원직원이 아버지를 침대에서 떨어지라고 밀었느냐며 이 모든 것을 환자와 보호자책임으로 회피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껏 해줄만큼 했으니 이제는 선택진료비를 뺀 나머지 병원비를 내고 퇴원하라며 강요하고 있어 너무나 억울하기만 합니다.

2.


① 1980년 서울대병원에서 뇌하수체종양수술 이후 시각장애 2급판정.
농사일과 자전거를 타고 다닐만큼 큰 문제없이 생활.
② 1994년 당뇨병 발병
③ 2008년 11월 어지럼증과 심한 구토로 S병원 신경과 진료.
MRI결과로 뇌혈관 3개가 좁아지고 있음을 확인.
예방차원으로 혈액을 묽게 하는 약을 1년간 복용.
정기적으로 진료 받았지만 정확한 원인 찾지 못함.
④ 2009년 11월 23일 또다시 어지럼증과 구토증 재발.
어지럼증으로 인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혼자 걸을 수 없을 만큼 평행감각을 잃어 휘청거림,

행동반응 느려짐,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소화불량 호소.

아버지는 11월 24일 고향인 전남 진도에서 병원진료를 위해 상경하셨습니다.
다음날인 25일 S병원에서 어지럼증으로 인해 기력도 없던 아버지는 응급실 침대도 아닌 불편한 대기의자에 누워 수액을 맞으며 장장 6시간에 걸친 MRI, CT, 혈액검사, 소변검사, 심전도 검사 등을 진행하였습니다. 26일 오후4시경 입원한 후 신경과담당의사는 호르몬분비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내분비내과 의사를 소개해주어 병실을 옮겼습니다.

11월 27일 아버지와 병간호중이던 어머니를 두고 저는 4시 30분경 급한 일로 병원을 잠시 비우게 되었습니다. 사고는 그 이후에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저녁식사 후 7시쯤 어머니는 아버지의 젖은 환자복을 갈아입히기 위해 먼저 환의를 가져다 놓으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환자복을 갈아입히려고 단추를 다 열고 보니 링거가 꽂혀 있어 간호사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잠깐 침대에 앉아계시라며 간호사를 부르러 갔다가 병실로 들어서는 순간, 아버지가 손을 쓸 새 없이 침대에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떨어지면서 바로 옆 환자의 침대 난간에 머리를 부딪히고 바닥으로 쓰러지셨습니다. 당황한 어머니께서는 엄청난 양의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급한 마음에 손으로 아버지 머리를 받쳐 들고 ‘사람 살리라’고 외치셨습니다. 그 당시는 저녁식사시간이라 간호사도 단 1명만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뒤따라 올 줄 알았던 간호사는 오질 않고 어디선가 수간호사가 와서는 침대시트로 환부를 막고 잠시 후 간호사가 거즈를 가져와 환부의 출혈을 막았습니다.
저녁 8시 40분경 치료실에서 의사가 대기중인 우리가족을 불러 뇌내출혈로 피가 고여있어도 의식이 있으니 6시간정도 지켜보고 출혈이 멈추지 않으면 수술을 진행하자는 설명을 했습니다. 그러나 미처 설명이 채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치료실 안에서 의사들이 아버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의식을 잃고 동공이 절반쯤 풀린 상태로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28일 새벽 2시경 수술을 끝내고 아버지는 회복실로 옮겨졌습니다. 아버지를 면회하기 전 의사는 출혈부위에서 더 이상 출혈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수술을 마쳤고 오른쪽 머리뼈는 뇌부종이 심해질 것 같아 따로 떼어내어 냉동실에 두었다며, 그나마 병원에서 사고가 났으니 이정도지, 만약 병원 밖에서 그랬으면 오는 도중 사망했을 것’이라며 위로를 하자고 한 건지, 병원에서 사고난 걸 다행으로 알라고 말을 한 건지 씁쓸하더군요.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아침저녁으로 30분씩만 면회가 허용되었고, 아버지는 아침면회시간 9일만인 12월 7일 처음으로 눈을 뜨셨습니다. 이날 산소공급 삽입관을 빼고 기관지절개술을 했습니다. 기관지삽입하고 수술용실로 피부에 직접 꿰매 고정시켜 두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1월 20일 오른쪽 머리뼈 성형수술을 진행하였습니다.

3.

지금 재활치료 중인 아버지는 “우울증으로 자신이 현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송장 같고, 환자 취급받는 게 너무도 싫다”며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아버지는 뇌출혈에 인한 오른쪽 뇌손상과 수술후유증 뇌경색으로 왼쪽상하반신 모두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보호자 없이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왼쪽눈은 실명할 것이고 오른쪽 눈은 보일거라고 했지만, 현재 양쪽 눈 모두 실명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의식상태는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고 성격 또한 매우 난폭해져있습니다. 앞으로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재활치료를 받는다면 간신히 서서 걸을까 말까이며 정신상태도 온전히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고, 시력이 회복될지도 의문입니다. 예전의 아버지모습이 그립기만 합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보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나 슬프고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고 합니다.

2월 8일 함께 병실을 썼던 환자에게서 VRE병원균에 감염되어 격리실에 있으면서 재활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감염됐으니 동네 작은병원에서 해지될때까지 입원하던가 집으로 가면 더 빨리 없어진다며 퇴원을 요구했습니다. 다행히 2주후 감염해지가 되었지만, 만해하나 폐렴이나 뇌염이 발병했다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아주 무서운 병원균이더군요.

지난해 12월 2일 아버지의 낙상사고와 관련해 병원측과의 첫 면담이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내분비내과 담당의사와 병동수간호사, 담당간호사, 당시 응급조치했던 인턴 몇 명, 원무과직원 2명과의 첫 면담을 진행하였습니다.

병원측 원무과 직원들은 ‘법적 책임이 없다’며 준비해 온 발언을 풀어놓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병원측의 사과와 진료비문제, 책임적인 진료 등에 대해 원칙적 입장을 전달하였습니다. 면담은 서로의 입장만 확인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면담이후 병원비를 중간납부하라며 1주일마다 전화가 걸려왔고, 다시 면담하기로 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그런 적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더군요. 이후 중간수납을 확인해 보니 ‘원무과에 문의’하라는 메시지만 떠있었습니다. 그러나 재활과로 전과되면서 이런 문구도 사라진 채 중간수납비가 얼마라고 실비용 내용이 뜨더군요.

2010년 2월 들어서 병원 상담센터를 통해 상담을 했고, 19일 원무과장과의 병원측 2차 면담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때 낙상사고에 대한 어떠한 사과언급도 없었고, 아버지 실명에 대해서도 ‘원래 시각장애 2급이었으니까 실명한 것 아니냐’며 말을 너무도 쉽게 내뱉더군요. 어떻게 환자에 대해 함부로 말을 할 수 있는지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그 발언에 대한 사과를 받아냈지만, 너무나 화가 났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의적인 책임선에서 생각해 보겠다며 며칠 뒤 면담하자고 약속했지만 그 이후 ‘선택진료비만 깎아 줄 수 있다, 진료비 문제면 나중에 계산해도 되니 먼저 퇴원부터 하라’고 하더군요. 이것이 강제퇴원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아버지는 치료받으러 온 병원에서 더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는데, 도리어 하루에도 몇번씩 퇴원을 강요하니 병원측의 일방주의적 행태에 2중3중의 피해를 당하는 기분입니다.

S병원은 법적책임은 없다며 못 박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어지럼증과 낮은 전해질 수치, 뇌하수체호르몬분비의 저하, 시각장애 2급의 환자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침대높이, 콜벨사용법, 침대사용법 등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병원측은 충분한 낙상예방교육을 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너무나 원망스럽습니다. 침대높이만 낮았더라면 지금과 같이 큰 사고로 이어졌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내분비내과 침대는 아버지 키가 160센티미터정도인데 한쪽 발을 딛고도 간신히 걸터앉을 수 있는 높이로 대략 1.1~1.2미터였고, 신경과와 달리 수동침대였습니다. 신경과 침대는 전동침대로 사용법도 간단했고 높이도 매트리스 포함 50센티미터로 매우 낮았습니다. 현재 재활과에 입원중인 병실 침대높이도 신경과 침대와 같습니다.

실제로 얼마전 아버지와 같은 병실의 낮은 침대에서 낙상하는 환자를 목격했습니다. 이 환자도 뇌수술로 두눈의 시력을 모두 잃상태로 난간너머로 낙상했지만 어디 하나 타박상입은곳이 없이 멀쩡했습니다. 사고 당시 아버지가 쓰시던 침대도 낮았더라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큰사고로 이어졌을지 의문입니다.

병원측은 병실안내 및 기기사용법에 대해서 어떠한 설명도 없었습니다. 설명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따져 물으니 담당간호사는 바빠서 나중에 설명하려고 생각했다며 한 발 뺐고, 병원측에서는 처음 입원한 날 한번 신경과에서 입원생활안내를 받았기 때문에 내분비내과에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변명만 늘어놓았습니다.

또한 용태관찰을 요하는 환자에게 높은 침대를 주면서 있지도 않은 낙상예방교육을 했다며 의무기록에도 허위기재하고 있습니다.

4.

아버지가 사고를 당한 후 우리 가족은 모두 아버지가 완쾌하시길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다시 사고가 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아버지가 우리를 알아보고 함께 대화하고 웃으며 살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 가족이 병원측에 요구하는 것은, 낙상사고에 대한 병원측의 사과와 합당한 진료비 수납, 아버지가 회복되실 때까지 병원측이 책임을 다해 진료하는 것. 이것입니다.
이것이 해결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만 우리 아버지와 같이 의료사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병원측에 의해 부당한 취급을 당하지 말았으면 좋겠고, 누군가는 부당한 처지로부터 반드시 해결되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 호소합니다. 도와주십시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사례를 많은 분들에게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두서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