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의 기획으로
진보의 새 장을 열기 위하여
계간 진보평론
44호(2010년 여름호)를 발간했습니다.
지자체 선거가 예상을 뒤엎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정치적 심판이 내려지고, 민주진영이 승리를 거두었다는 표면적인 선거결과 때문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이번 선거에서 높은 수준의 정치적 판단력과 사회적 정의감을 보여준 점에서 희망이 느껴진다.다. 지난 2년 반 동안 이명박 보수정부의 반민주적인 정치 행태들을 겪어온 국민은 보수언론의 여론 왜곡, 천안함 사태로 초래된 북풍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합리적 판단을 보여준 것이다. 군사 독재와의 투쟁에서부터 성숙해 온 대한민국 국민의 민주주의를 향한 의지가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다시 확인되었다.
2010년은 새로운 100년의 시작이자 과거 100년과의 단절을 꾀하는 역사인식의 길을 찾는 의미 있는 해이다. 그것은 우연하게도 일제강점 100년과 한국전쟁 60년 그리고 4.19 50년, 광주항쟁 30년을 맞이하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게 다가오는 화두 때문일 것이다. 아마 가장 중요한 화두는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 수 있는 민주주의 문제와 먹는 문제에 대한 동력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며, 그 대안이 무엇인지 찾는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우리는 식민지 근대화로부터 광주항쟁을 거쳐 불가역적인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을 모색하였지만 이명박 정권의 등장은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었고 새로운 사유를 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식민지 근대화가 현재의 식민지성을 내재화시키고 반공 이데올로기와 결합하여 보수적 지배권력의 독점적 지위를 작동시키는 메커니즘을 형성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메커니즘의 작동방식에 있어서 미국의 영향이 가장 커다랗게 작용했다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방공간 이후 미국의 한반도 문제의 개입은 또 다른 모습의 식민지를 만들어냈으며 오늘날 한국사회를 가장 강력하게 규정짓는 행위자로 자리매김되었다. 또한 오랜 착취 수탈을 통해 노예적 사고와 피해의식에 사로 잡혔으며,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숙달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과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에서의 식민지 근대화는 서구적 근대화와 다른 형태의 근대적 국민국가의 형성을 만들어내는 보편성과 함께 특수한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다. 특히, 80년대 ‘민족해방’과 ‘계급해방’이라는 키워드는 이런 역사와 무관한다. 일제 강점 100년을 맞아 식민지 근대화가 남긴 문제들을 한국의 좌파는 어떻게 사유할 것인지를, 오늘날 주요하게 제기되는 탈식민주의 또는 제국이론과 함께 고찰해 본다.
하지만 이번 특집은 처음의 기획과는 달리 두 개의 글만이 실리게 되었다. 이영아의 글, 「근대국민국가의 형성과 내재화된 식민지성」은 근대성 속에 갇혀 있는 몸의 문제를 해부하고, 그 해방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광일의 글, 「탈식민지, 한국의 ‘식민지주체권력’의 재생산과 식민성」은 일제에 강제 합병된 1910년을 준거로 해서 1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정치적 주체의 재생산에 식민지성이 어떠한 모습으로 재구성되어 현재를 지배하고 있는지 긴 호읍으로 추척하고 있다.
이번호에는 특이하게 기획번역으로는 미하엘 하인리히(Michael Heinrich)의 「현대 자본주의 분석의 장애물들로서의 맑스 정치경제학 비판의 양가성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있다. “자본”을 두고 맑스주의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많은 논의들은 가치나 화폐 같은 범주들을 정확하게 해석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맑스와 엥겔스의 미발표 원고 편집에 참여했던 하인리히는 이 글에서 맑스가 과학혁명, 정치경제학이라는 이론적 장과의 단절은 완결되지 않았고, 때문에 이는 유명한 ‘전형문제’ 같은 문제를 낳기도 한다고 본다. 이 글에서는 가치, 화폐상품, 공황 등의 쟁점을 통해 맑스의 양가성을 논증하고 있다. 맑스주의자들의 반향이 주목된다.
◈ 목차 ◈
◇ 편집자의 글 : 정치권보다 앞선 정치적 능력을 보여준 국민의 정치적 승리
◇ 특집: 신식민지 근대화와 제국주의에서 탈식민성으로
* 근대국민국가의 형성과 내재화된 식민지성: 근대국민국가에 갇힌 몸 이영아
* 탈식민지, 한국의 ‘식민지주체권력’의 재생산과 식민성 이광일
◇ 기획 이명박 정부 2년 평가
* 이명박 정부 2년은 무엇을 보여주었는가: 자유주의세력의 무능과 진보좌파의 과제 서영표
* 이명박 정부 2년과 한국경제의 진로 김정주
◇ 발언대 삼성전자 직업병 투쟁의 쟁점과 과제 공유정옥
◇ 일반 논문
* 공장의 개념 이종영
* ‘민주정부’에서의 삼성의 지배 전략과 민주주의 이종보
* ‘중국위협론’ 에 대한 비판적 사유: 허위의식의 그물 고성빈
◇ 번역
* 현대 자본주의 분석의 장애물들로서의 맑스 정치경제학 비판의 양가성들 미하엘 하인리히
◇ 서평
* 하나의 ‘사건’, 그러나 사회과학적으로 미완의 사건(“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 수도권편”) 정병기
* 기본소득 보장론, 어떻게 볼 것인가?(“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뒤집어라”) 김세균
* 80년대 런던을 보며 2010년 서울을 생각하다: 도시정치는 어떻게 도시를 넘어설 수 있을까(“런던 코뮌”) 김상철
* 제국주의로 움직이는 제국(“제국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김정한
* 미시정치: 자본·제도·코드를 탈주하는 분자적 징후들, 경향들(“미시정치”) 김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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