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화 없는 농성해제는 자살행위입니다

[칼럼] 현대차 정규직,비정규직, 가족대책위 동지들께 드리는 글


ㅁ 한미선(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김석진 의장 아내)

저는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의장 김석진 노동자의 아내 한미선(47세)입니다. 남편과 함께 현대자동차 정문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공장 안에서 수백 명의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이 배고픔, 추위와 싸우고, 공장 밖 정문 보도블럭 위에서 노숙하시는 노동자들을 볼 때 법도, 상식도, 인륜도 저버린 대기업의 횡포에 분노가 치밀고 저희 남편의 복직투쟁 때가 생각났습니다.

13년 전 저희 남편 또한 노조 대의원과 현장활동가 모임에서 대표를 맡아 활동하다 8년3개월간 해고되어 180일 노숙과 43일 단식투쟁 등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외면 하에 경찰 연행구속, 벌금, 업무방해금지가처분, 감시미행, 폭력 등 몸서리쳐지는 수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2005년 대법원에서 원직복직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복직의 기쁨도 잠시뿐 2008년 남편은 4개월 간 정규직 현장활동가들과 함께 사내하청 30여명 용인기업 노동자들의 복직투쟁에 연대하다 심야에 현대중공업 경비대에 의해 테러를 당해 1년10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병원치료를 받고 있으며,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강구를 요구하면서 싸우고 있습니다. 일명 “미포굴뚝투쟁”이라고 말합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가족 여러분!

제가 8년3개월 해고기간을 꿋꿋하게 버텨온 이유는 남편이 부당해고를 당했기 때문에 반드시 복직해야 하고 그에 따른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1인시위를 하는 것 또한 심야 50~60명의 현대중공업 경비대가 복면을 쓴 채 저지른 남편에 대한 테러를 돈과 권력을 가진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덮어버리려는 행위를 용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에 의해, 불법을 저지른 자들을 법정에 세워 철저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불법파견된 노동자들은 근속년수에 상관없이 전원 정규직화해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도 법을 더 지켜야 할 자들이 법원의 판결을 부정하고, 법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싸움은 그 대상이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우리 자녀 세대에게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싸움이기도 합니다. 하여 이번 투쟁은 비정규직, 정규직 따로 없이 하나 되어 함께 싸워야 합니다. 이 엄혹한 시기 노동자 아내로서 제가 경험한 바로는 남편이 흔들리지 않고 당당하게 싸울 수 있는 힘은 바로 가족을 챙기며 꿋꿋하게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 아내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투쟁하시는 정규직 집행간부 여러분!

정규직 집행부가 연대하는 방법에서 비정규직지회의 결정과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동지적 관계에서 끝까지 연대투쟁을 하면 반드시 이번 싸움 승리할 거라 생각합니다.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는 우리의 형제, 아이들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정규직 대의원, 현장위원 여러분!

지금 울산, 아산, 전주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상대로 진행되는 용역깡패와 관리자들의 폭력에 더 이상 눈 감아서는 안 됩니다. 지금 침묵하다가는 결국 그들의 폭력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해 부메랑으로 날아올 것입니다. 민주노조를 지키는 것은 비정규직지회의 파업을 지키는 것에 있습니다.

가족대책위 여러분!

1공장 농성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가족대책위가 의연한 모습으로 투쟁하기를 바랄 것입니다. 가족대책위은 단순히 가족들의 모임이 아니라 파업에 참가하는 주인공들입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위해 힘차게 싸워주십시오. 그리고 꼭 승리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의 투쟁은 이 땅의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희망이 될 것입니다. 힘내십시오.

[울산노동뉴스] 2010-12-01 오후 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