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플랜트 노사관계 안정화 방안은
[레이버투데이 2006-08-28 16:35]
장기화되고 있는 포항건설노조의 파업이 두 달을 넘길 태세다. 고 하중근씨 사망 진상규명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포항건설노조 임단협은 여전히 중단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포스코는 지난 25일 포항건설노조 간부 및 조합원 62명에 대해 16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파업에 이어 포항건설노조 파업까지 플랜트노동자들의 투쟁이 매년 장기화되고 극한 투쟁양상을 보이면서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과연 안정적인 건설플랜트 노사관계를 정립할 방안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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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플랜트 노사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하도급, 고용, 숙련, 교섭 등 연관된 4개의 주요 축을 함께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역사용자단체와 지역노조 사이의 지역별교섭을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항건설노조 파업의 올바른 해결과 건설노동자의 노동권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지난 24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 열린 ‘건설노동자 노동권 포럼’<사진>에서 임상훈 연구위원은 건설플랜트 노사관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노사관계 정립방안을 위해 이같이 제안했다.
하도급, 고용, 숙련, 교섭 모두 고려해야
임상훈 연구위원은 이날 포럼에서 하도급, 고용, 숙련, 교섭 등 네 가지 측면에서 건설플랜트 노사관계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선 하도급과 관련, 수직종속적 하도급 구조 속에서 최저입찰제까지 도입되면서 전문건설업체의 건전한 육성이 어렵고 임금 및 근로조건과 관련한 노사간 대립이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임상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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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저입찰제 하에서 시공참여자 사이의 다단계구조가 마련될 경우 시공참여자의 공사대금 포탈과 도주, 임금체불 등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 노사간 갈등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또 건설플랜트업종의 고용은 불안정성과 높은 노동이동성을 지니고 있는 반면, 이에 대응한 사회안전망이 갖추어 있지 않아 노사간, 노정간 갈등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숙련의 측면에서 건설플랜트 기능 인력의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기능인력 양성과 고숙련화가 절실하지만 이에 대한 시스템이 거의 전무해 결국 노사간 상생협력의 경험을 제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섭에 대해서 임상훈 연구위원은 “발주처나 원청업체는 교섭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지만 노사관계에 대한 개입 양상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전문건설업체의 눈치보기도 현장에서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건설플랜트업종에서 발주처와 교섭 당사자성과 관련한 논쟁과 더불어 노사간 기업별교섭과 지역별 교섭간 선호 차이도 존재해 노사간 갈등이 중첩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상훈 연구위원은 수직적 하도급관계를 상생적 관계로 변화시키고 최저입찰제를 폐지, 적격심사제를 통해 전문건설업체를 육성하고 시공참여자제도가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건설교통부와 노동부 등 주관부처 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와 중소기업청 등 관련부처를 비롯해 노사단체, 제철 및 화학 설비플랜트 지배발주처(포스코, SK, GS칼텍스 등) 사이에 상생적 하도급 관계에 대한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적정 이윤의 보장을 통해 전문건설업체를 육성해 임금지급능력을 개선하는 동시에 생산성이 낮은 영세업체는 퇴출,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확립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임상훈 연구위원은 고용과 관련해서도 상시적 성격의 업무를 수행하는 건설플랜트노동자에 대해서는 발주처가 상용직화를 촉진해야 하며 건설플랜트 업종의 높은 노동시장유연성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보험 및 실업급여지급 등 사회안정망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건설플랜트 업종의 고용안전성 제고와 고임금화를 지원하기 위해 고숙련 인적자원개발 체제를 구축하고 노사가 참여하는 수요맞춤형 훈련체계가 구축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건설현장 내 불합리한 구조들이 개선되고 난 후에 지역사용자단체와 지역노조사이의 교섭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
임상훈 연구위원은 “발주처나 원청의 강한 노사당사자성 부정과 함께 노사관계법제도 관행을 고려할 때 발주처, 원청이 교섭당사자로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또 일부 전문건설업체들이 주장하는 기업별교섭 주장은 업체 소속 조합원의 탈퇴 등이 전제되기 때문에 부당노동행위의 빌미를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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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그는 “발주처, 원청업체는 교섭의 당사자로서가 아니라 지역교섭 정착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 앞서 이야기했던 하도급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적격심사제를 활용하고 상시 사용 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상훈 연구위원은 “건설플랜트 업종에 대해 사회적 협의 활성화와 예방갈등조정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면서 “노사정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노사관계가 임금을 넘어 여러 영역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문대 변호사 “불법하도급에도 고용의제 조항을”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산업구조 및 노사관계는 전근대적인, 야만과 원시상태에 놓여 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날 포럼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강문대 변호사(참터 합동법률사무소)는 임상훈 연구위원의 발제에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간과한 사실이 있다며 이같은 발언으로 토론에 나섰다.
▲ 강문대 변호사(참터 합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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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대 변호사는 “건설현장에서 드러나는 제반 문제의 이면과 본질은 건설로 인한 이익을 향유하는 발주처와 원청업체가 그 이익만을 누리려고 하면서 건설 과정상의 온갖 위험과 부담은 아래로 전가시키려는 데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문대 변호사는 “발제자의 주장처럼 하도급 관계를 상생적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발주처와 원청 기업의 양보가 뒤따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면서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 구제적 조치들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불법하도급을 행한 건설업자에 대해 하도급을 받은 자의 근로자를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치를 취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등 고용의제 조항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
강문대 변호사는 “고용의제 조항을 마련하면, 불법하도급이 원인돼 발생하는 고질적인 임금체불 문제도 해결할 수 있으며 산업안전보건 조치의 이행주체도 명확하게 확정할 수 있고, 원청의 사용자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문대 변호사는 지역별교섭 역시도 문제는 없지만 이미 포항, 광양, 울산에서 지역별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발주처, 원청업체를 교섭에 참가시킬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건설노조의 교섭타결에 있어 발주처, 원청업체의 의사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실질적으로 교섭에 참가해 발주처나 원청업체의 의사가 반영된 사용자들의 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문대 변호사는 “물론 이러한 방안이 현재 법률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고 이로 인해 발주처나 원청의 직접적 사용자성이 은폐되는 문제점이 있으나, 실질 교섭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영선 leftsu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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