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근로자 잇따른 자살, 이대로는 안된다”

[뉴시스 2006-08-30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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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전남대병원 노동자들의 연이은 자살과 관련해 의료계 종사자들의 전반적인 의식 제고와 더불어 법적·제도적 방지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보직변경, 고인을 위해서?

지난 23일 전남대병원에 근무하는 노동자 노모(49)씨가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것은 작년 11월 화순전남대병원의 간호사 자살, 올 4월 전남대병원 행정직간부의 투신, 같은 달 화순전남대병원의 또 다른 간호사의 투신에 이은 4번째 자살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20여 년간 전남대병원에 근무한 노모 씨는 지난해 5월 병원소독실 근무도중 다리를 다쳐 수술을 받은 후 세탁실로 보직이 옮겨졌다. 이후 우울증세를 앓아오다 올 6월부터 병가휴직을 낸 상태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에 유족들은 “다리수술 이후 병원으로부터 퇴직압력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병원측 관계자는 “고인이 된 것은 애도를 표하지만 유족 측의 주장과 언론사에서 보도했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보직변경이란 것은 합의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고인의 자발적인 휴직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덧붙여 “수술 후 산재승인을 받았고, 요양 중에 복귀한 이후에도 진료중이라서 불편한 다리를 위해 특별히 편한 일로 보직변경을 해드렸다”며 ‘고인을 위해서였다’는데 무게를 뒀다.

전남대병원노조 측의 입장은 병원측과 다르다. 노조는 “이번 일이 단순히 일어났다고는 보지 않고, 휴직과정에서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분위기가 일어난 것 같다”며 “병원 측은 고인을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고인이 원치 않은 것이 어떻게 고인을 위한 것이냐”고 전했다.

◇왜 자꾸 이런 일 반복되나?

노모씨가 죽기 전 3번에 걸친 일련의 직원 자살 사건의 원인으로는, 병원 직원들간의 지휘체계상의 문제와 업무스트레스, 비인격적 대우등 여러 원인들이 불거져 나왔다.

실제로 자살한 간호사중 한명은 이를 인정받아 산업재해 승인을 받은바 있다.

그렇다면 병원 측은 그동안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을까?

병원관계자는 “부서간의 화합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예전부터 해오던 자체교육도 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따라서 직원들의 잇따른 자살에도 불구하고 병원측이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런 병원측 태도에 대해 노조측은 “임시방편적인 게 아니라 근본적인 노력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병원관계자는 “이번 고인의 자살은 치료를 위한 병가휴직기간에 벌어진 일이고, 2000명이 넘는 직원 중 한 직원의 병가휴직 기간에 일어난 사고에 대해, 이전 자살 사건과 연계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자살 간호사, 산업재해 ‘불인정’!

병원 관계자의 그 같은 말은 반대로, 이전에 일어난 자살들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지난해 상급 직원들의 비인격적인 대우에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두 명의 간호사중 앞서 자살한 간호사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를 승인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주, 근로복지공단이 올해 4월 자살한 간호사에 대해서는 산업재해 심사결과 ‘불승인’을 결정을 내렸다. 비슷한 연유로 자살한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근로복지공단측 관계자는 “산재보험법 시행규칙 제32조 자살의 인정기준에 못 미쳤다”며 “아마도 노조 측에서 심사청구나 행정소송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답변을 전했다.

그러나 이처럼 산재보험이 불승인된 경우, 재승인과 관련해 평균 심사청구는 10%내외, 행정소송은 20%내외의 확률로 그다지 높지 않아 최종승인결정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전남대병원노조 측은 “민주노총과 연계해 재심의 요청을 하고 싶다”며 “이러한 문제들은 한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고 보건의료 전체적인 차원에서 드러나고 있는 문제”라는 주장이다.

또한 노조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전국적인 차원의 대대적인 설문조사 등을 통해 병원노동자들의 업무 실태와 스트레스 등에 대한 전면적 조사를 펼칠 계획을 자체적으로 회의 중에 있다.

한편, 사건들에 대해 각각의 입장 차이가 있으나 더이상 병원노동자들의 죽음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에는 모두다 공감하는 분위기며 앞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근본적인 인식전환과 노력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