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 재앙 / 박상표

[한겨레 2006-08-29 20:15]

[한겨레] 올해 추석상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오를 것 같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정부에서는 부인하나, 미국 상원의원 31명은 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재개하지 않으면 협상 자체가 무산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어 미국 농무부는 문제가 된 미국내 수출작업장에 현지 점검단을 파견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미국 의회와 정부가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두는 까닭은 타이슨 푸드, 카길 등 다국적 식육업체가 배후에 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식량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들 기업은 거액의 정치자금으로 의원들을 매수하고 있으며, 전직 관료들을 로비스트로 고용하는 등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다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최근 외신보도를 보면, 미국 최대의 육식기업이 조류 인플루엔자와 광우병의 영향으로 12년 만에 적자로 전락했다고 한다. 심지어 미국의 신용평가 기관인 에스앤피는 타이슨 푸드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에서는 최저수준(BBB-)으로 낮춰 잡았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우리나라에 미국산 쇠고기를 억지로 판매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수입을 강요하는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위험에서 결코 안전하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우리의 수입조건인 30개월 미만의 소에서도 여러 차례 광우병이 발생했다. 영국에서 19건, 유럽연합에서 20건, 일본에서 2건 등 최소한 41건의 광우병이 30개월 미만짜리에서 발생했다.

둘째, 살코기에도 광우병 원인물질인 프리온이 들어있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대니얼 칼턴 가이듀섹 박사와 스탠리 프루시너 등을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이 혈액과 근육에서 프리온을 찾아냈다는 연구보고를 발표했다.

셋째, 미국의 광우병 검사체계를 신뢰할 수 없다. 현재 미국에서 광우병 검사를 한 소는 전체 도축소의 1%에 불과하다. 올 9월부터는 이마저도 10분의 1로 줄여 0.1%만 광우병 검사를 할 예정이다. 미국 시민들조차도 이 정도의 검사로는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지만 실제로는 광우병에 감염된 소를 걸러낼 수 없다고 비판한다.

넷째, 미국의 사료정책은 필연적으로 광우병을 예고한다. 반추동물에게만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는 미국의 현행 사료정책은 1988~90년 영국에서 시행했으나 무려 2만7천마리의 광우병 소가 발생하여 실패한 정책이다. 미국과 똑같은 사료정책을 펴던 캐나다도 최근 이 정책을 포기하고 모든 동물에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는 정책을 펴기로 했다.

다섯째, 국내 유통단계의 안전망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선택하지 않을 권리가 없다. 최근 농촌경제연구원이 벌인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주부의 70%가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력추적제나 원산지 표시제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이 상태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된다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학교나 회사 식당, 그리고 대중음식점을 통하여 광우병 위험이 높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는 필연적으로 광우병 재앙을 부를 것이다. 부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재개를 강행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소중한 국익은 없다!”는 경고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상표/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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