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티브 리스트 보다 더 많을 것을 잃고 있다

[참세상 2006-09-08 10:33]

광고

[3차협상쟁점](2) – 미국이 요구한 의약품 협상 16가지 요구안

라은영 기자

2차 협상을 결렬이라는 극적 반전 드라마로 만들어 냈던 의약품 관련 협상. 지난 8월 싱가포르 별도 협상에서 미 협상단은 16가지의 협의 제의 사항을 요구했다.

미 협상단의 요구에 대해 신형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국장은 “미국 협상단의 이런 요구는 갑자기 등장한 내용이 아니라 USTR(미 무역대표부), 다국적 제역협회, 워킹 그룹 등에서 수차례 요구했던 내용 들”이라고 지적했다.

신형근 정책국장은 “이런 요구가 국내 건강보험 시행령 이나 시행규칙 등을 통해 국내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FTA 협상의 의제로 협정문에 포괄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FTA가 갖는 국제법상의 구속력을 고려할 때 충분히 국내 해결 가능한 사항을 명문화 해 족쇄를 채우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협상단의 요구는 총 16개 이다.

(1) 혁신적 신약 및 복제의약품, 의료기술상품 개발촉진 및 지속적인 접근성 강화 원칙

(2) 혁신적 신약 또는 복제약 여부 및 제약사의 국적에 관계없이, 약가 산정 및 급여 결정 과정에서의 비차별

(3)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등재 적절성 판단의 기준, 방법 및 표준

(4) 급여 결정을 위한 의약품의 효과 판단 기준, 방법 및 표준

(5) 의약품의 치료적, 경제적 가치판단을 위한 약물 경제성 평가의 기준, 방법 및 표준

(6)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 과정에서 등재가격 산정의 기준, 방법 및 표준

(7) 필수의약품에 대한 의무급여 신청

(8) 가격 협상 실패시 필수 의약품의 직권 등재

(9) 의약품 가격산정, 급여 및 규정에 있어서 법, 규정, 절차적 투명성

(10) 약가 및 급여기준의 결정기준, 방법, 시기, 체계에서의 독립적 검토

(11) 직권결정 및 사후 약가, 급용 재조정 – 기준 및 방법, 약가 재평가, 복제약 진입에 따른 약가 재조정, 물가상승 감안 재조정, 사용량 약가 연계

(12) 기등재 품목보호

(13) 복제약 가격 산정 및 급여기준 및 방법

(14) 윤리적 영업 관행

(15) 전문의약품 대중 광고 허용

(16) 의약품/의료기기 위원회

이 16개의 항목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한국에서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의 독점권한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1)과 (2)번의 경우 혁신적 신약에 대한 접근권 강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가격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도 소비자, 이해당사자, 제약 회사 등 간의 협의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이는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있어도 미국 이해당사자들, 제약회사들이 참여 해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특히 (8)의 경우 필수의약품의 직권 등재의 경우 한 국가가 ‘공공정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협상 대상으로 올려 무력화 시키려는 상황이다.

(12) 기등재 품목 보호의 경우만 봐도 현 상황을 분명히 해석할 수 있다. 현재 등재돼 있는 2만2천여 품목이 있다. 이 가운데 자국의 품목을 보호해줄 것의 의미는 약제비적정화방안을 유명무실하게 하는 것이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재평가를 통해 효력대비 가격의 적정성을 평가 해 보험적용을 받게 하겠다는 것인데, 기등재 품목을 보호한다면 재평가를 해야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 말은 곧 약제비적정화 방안을 하지 말자는 말과 같은 의미인 셈이다.

한국 협상단도 부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15) 대중 광고 허용의 경우는 의약품 오남용과 직결되는 문제다. ‘피로할 땐 박카스’ 처럼 환자들이나 일반 대중들에게 광고를 함으로 그들이 ‘약’을 선택하고, 직접 의사들에게 처방을 요구하면서 의약품 오남용을 불러오게 된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광고를 하면 대중 선호도가 확실히 높게 나오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며 “다국적 제약회사의 지출 중 광고 마케팅 비용이 35%로, 연구비는 이에 1/3 규모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광고할 돈으로 연구비를 사용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보험등재 및 약가에 대한 부당한 결정에 대해 구제절차 마련을 위해 독립적인 이의신청기구를 요구했다. 독립적 이의 신청기구를 구성하는 것에 양측이 2차 협상 당시 이미 합의한 상황이나, 그 수준에 대한 협의가 남은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이 독립적 이의 신청기구를 다른 FTA에서 요구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국 다국적 제약회사의 영향력을 직접, 지속적으로 국내에서 행사하겠다는 의미이다.

3가지 한국 협상단의 요구 내용

그에 반면 한국 협상단이 유명무실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고수하면서도 미국 협상단에 요구한 내용은 3가지로 알려졌다.

(1) 의약품 의료 기기 표준 및 기준 상호 인정 추진

(2) 생물학적제제(백신제제 등) 허가규정의 투명성

(3) 의약품 특허만료된 제네릭 품목의 상호 인정

의약품 생산 및 품질관리 기준(Good Manufacturing Practice) 및 비임상관리기준(Good Laboratory Practice) 상호 인정 요구에 3차 협상에서 미 FDA 관계자를 참석시켜 상세히 논의하기로 한 상황이다.

그러나 우석균 정책실장은 “미국은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한 전례가 없다”며 한국 협상단의 요구 관철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우석균 정책실장은 “현재 협상의 구도와 내용을 고려했을 때 최선의 선택은 협상 중단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정보공유라이선스 2.0 : 영리금지’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