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폭등 불가피.. 한미FTA 중단 촉구
[참세상 2006-09-08 10:33]
보건의료단체, 미국의 16개 요구 선별등재방식 무력화 방안일 뿐
라은영 기자
한미FTA 의약품 협상에 대한 보건의료 단체들이 7일 기자회견을 갖고 ‘협상 중단’의 입장을 밝혔다.
표면상 약제비적정화 방안(포지티브리스트)를 보장받는 형식이라 할 지라도 미국 협상단인 8월 싱가포르 별도 협상에서 밝힌 16가지 요구사항을 분석해 보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전면 무력화 된다는 주장이다.
보건의료 단체들은 웬디커틀러 미 협상대표의 ‘Give and Take'(주고받기)의 말을 인용하며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라는 이름을 얻는 대신 국민건강권 전체, 그 이상의 것을 내주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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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국장은 “신약차별 금지, 독립적 이의 신청 기구 등의 내용을보면 포지를 수용 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포지티브의 형식만 남고 내용은 미국 협상단의 내용을 관철하고 있다”고 협상을 분석했다. 특히 “특허 관련해서 유사 자료 독점권 등 요구가 구체화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제네릭 출시를 늦추고 약가 폭등으로 이어질 유사자료독점권 등을 고려할 때 협상을 진행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기종 한국백혈명환우회 대표는 “백혈병의 혁신적 치료제인 글리벡의 경우 한국 약값이 한알에 23,045원이다. 환자중 10-15%가 글리벡을 먹는다. 하루에 5만원에서 15만원, 한달에 300만원에서 600만원을 지불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특허기간 연장, 혁신적 신약가치 확대 된다면 기존의 환자들 뿐만 아니라 미래 환자들에게 끼칠 영향은 글리벡만 봐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건강보험 재정으로 약값을 지원 받고 있지만, 혁신적 신약을 인정하고, 환자들이 계속 늘어날 것을 고려한다면 건강보험 재정이 감당할 수 없어 재정 파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기종 대표는 “미국 다국적 제약회사가 혁신적 신약의 확대와 인정을 요구하는 것은 그들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그 약값을 지원하는 건강보험재정을 악화 시킬 것이고 건강보험 시장까지 잠식 당하게 될 수순”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김종훈 수석대표가 ‘신약가치는 인정되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는 것은 결국 미국이 요구하는 혁신적 신약의 가치를 인정하겠다는 말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하며 “그러나 이 가치를 인정하는 순간 포지티브 리스트는 무력화 되고 특허권 강화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석균 실장은 “정부 대표가 FTA를 파악하는 내용이나 행동을 보면 한미FTA 협상에서 미국 협상단의 요구를 대거 수용한 것이 아닌가”라며 “이런 정황은 수석대표의 발언만으로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며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미국, 포지티브 리스트 수용은 자체가 거짓말
보건의료단체들은 “미국이 포지티브 리스트를 수용하였다는 것 자체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정부는 미국이 포지티브 제도를 수용하여서 의약품 분야 협상의 가장 큰 사안을 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싱가포르에서 열린 의약품 별도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한 16개 사안을 살펴보면 미국이 포지티브리스트를 수용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의료 단체들은 “16개 사안에 과거 네거티브 리스트를 운영하고 있던 시절에도 미국이 요구 하던 사안이 똑같이 포함되어 있으며 포지티브리스트 자체를 정면으로 문제 삼은 1, 2차 협상에서의 핵심요구인 ‘신약차별금지와 신약의 접근성 강화 사안’이 변함없이 포함되어 있는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 난다”고 지적했다.
특히 “포지티브리스트를 수용했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를 되물었다. 미국 협상단이 요구하는 내용은 ‘포지티브 리스트’도입 취지를 무력화 하는 요구들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이 요구한 ‘기등재 품목보호’라는 선별등재방식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요구이다.
약값 폭등..괜한 주장이 아니다
보건의료 단체들은 “미국이 요구한 16가지 사안의 수용은 약값을 폭등시킬 것”을 우려했다. 미국이 가장 우선적으로 ‘혁신적 신약 및 복제의약품, 의료기술상품 개발촉진 및 지속적인 접근성 강화 원칙’과 ‘혁신적 신약 또는 복제약 여부 및 제약사의 국적에 관계없이, 약가 산정 및 급여 결정과정에서의 비차별’을 요구하고 있다. 이 주장은 미국신약의 혁신적 가치를 인정하여 그 가격을 선진국 7개평균약가(선진 7개국: A7)로 인정해줄 것과 지적재산권 보호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미국식약청이 2002년 승인한 신약 87개 중 70개의 약제는 과거의 약을 부분적으로 바꾼 이른바 유사약제(‘me too’ drug)였다. 또 나머지 17개 약제 중 과거의 약보다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는 약은 단지 7개였다. 다국적 제약회사는 혁신적 신약이라 하지만 ‘혁신적 신약’이 아닌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현재 한국은 상대비교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GDP 수준을 완전 무시한 상태에서 선진 7개국(A7) 평균약가정책도를 도입한다면 당연 약가는 상승할 것이고 의약품접근권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미국은 ‘필수의약품의 의무급여신청’과 ‘가격협상 실패 시 필수 의약품의 직권등재 사안’도 신약에 대한 차별이라고 문제삼고 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한국정부의 의약품 보험인정 범위나 가격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의약품 철수로 맞서겠다는 주장”이라고 해석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 FTA는 필연적으로 약가폭등을 불러일으키고 국민건강권의 심각한 침해를 초래할 것”을 경고하며 “약가폭등과 건강보험제도의 퇴보를 가져오는 한미 FTA 협상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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