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허리디스크 산재(産災) 인정 어렵다

[법률신문 2006-09-11 16:42]

광고

요양승인 청구 10건 중 평균 1~2건만 원고승소

허리디스크는 산업재해로 인정 받기 어려운 질병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허리디스크로 인한 요양승인 등을 청구한 10건의 산업재해사건중 평균 1~2건만이 인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허리디스크 다음으로 소제기가 많은 뇌출혈의 경우 10건 중 4~5건은 인정이 되는데 반해 허리디스크는 10건중 1~2건만 인정될 뿐”이라고 말했다. 허리디스크는 퇴행성 질환이라 업무와의 인과관계 입증이 힘들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에서 일하던 이모씨는 무거운 물건을 들던 중 허리를 다쳤다.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승인을 신청한 이씨는 요추부염좌(허리통증)에 대해서는 산재로 인정 받았지만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에 대해서는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불복한 이씨는 행정법원에 요양불승인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성수제 판사는 “허리디스크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흔적이 발견됐다”며 “이씨의 업무가 허리에 다소 부담이 가는 일을 반복해서 하기는 하나, 허리디스크를 악화시킬 정도는 아니었다”고 이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또 주유소에서 일하던 신모씨 역시 근무 중 미끄러져 허리를 다쳤다. 허리디스크와 관련해서 신씨는 5년간 장시간 서서 대기해야 하는 등 허리와 목 등에 부담이 많이 가는 업무를 수행해 왔다며 산재를 인정해 달라고 소송을 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김성수 판사는 “신씨의 업무가 특별히 허리나 목에 부담이 가는 일이라고 보기 어렵고, 허리에 퇴행성변화가 보인다”며 신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허리디스크는 퇴행성질환으로 20대부터 퇴행이 시작된다”며 “업무상 재해로 허리디스크가 생겼다거나, 업무가 자연진행속도보다 빠르게 병을 악화시켰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건 매우 힘들기 때문에 허리디스크는 산재로 인정되지 않는게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행정법원의 다른 판사는 “허리를 많이 쓰는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그 업무전력이 확실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큰 회사가 아닌경우 그 사람이 그동안 무슨작업을 해왔는지 동료직원들의 진술 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인정이 더욱 어렵다”고 허리디스크의 산재인정률이 낮은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업무가 허리디스크를 자연진행경과 보다 빠르게 악화시킬 만큼 반복적으로 허리에 부담을 주는 경우에는 허리디스크도 산재로 인정하고 있다.

인천 시내버스운전기사인 손모씨는 공사중으로 요철이 심한 도로를 지나다가 허리가 삐끗하는 사고를 당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 (재판장 박상훈 부장판사)는 “손씨가 15년동안 인천시내의 울퉁불퉁한 도로, 과속방지턱, 돌출물 등 위를 운전해야 했다”며 “장시간 운전과 시내버스 운전석의 결함으로 허리부위에 충격흡수가 잘 되지 않아 오랜기간 부담을 받아 허리의 퇴행성 변화가 일어났다”고 손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의 원익선 판사는 “인정범위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가 모르는 병과 재해의 인과관계가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 의학이 더 발전하고 병과 재해의 연결고리가 밝혀진다면 산재 인정률은 더욱 높아질 것” 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엄자현 기자) mini@lawtimes.co.kr <저작권자 법률신문사 / 무단전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