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유증’ 자살 경찰 업무상 재해

[내일신문 2006-09-1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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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우울증 자살 경찰 유가족 소송 잇따라 … 경찰 공상처리 ‘관심’

업무중 사고를 당해 후유증을 앓던 경찰이 고통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살인사건을 수사하다 지난 1월 우울증으로 자살한 경찰의 유가족도 유사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등 비슷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이번판결은 경찰들의 자살 사건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신동승 부장판사)는 대전경찰서 김 모씨의 아내가 “업무 중에 발생한 교통사고로 고통을 겪던 남편의 자살도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는 교통사고로 인해 지속적인 두통을 앓는 등 심각한 육체적 고통을 겪었고 후각과 미각, 청각 능력 저하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적인 불안증세와 우울증을 보여 당시 37세의 김씨로서는 그 절망감이 더욱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혀다.

재판부는 또 “뇌를 다친 환자가 정신적, 감정 장애가 발생한 경우 다른 일반인에 비해 자살하는 확률이 현저히 높아 뇌손상과 자살 시도와는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의학적 보고가 있다”며 “김씨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2004년 8월 19일 오후 인근 지역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김씨는 신고자의 집 대문 앞에서 피해내용을 확인하던 중 술에 취한 운전자가 운행하는 차에 치여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수술까지 받았으나 후유증이 심했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후각과 미각, 청각 등의 오감이 급격히 떨어지는가 하면 급기야 정신적 불안과 우울증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사고 발생 1년이 지난 2005년 8월 8일 오전 김씨는 출근 뒤 “머리가 아파 병원에 다녀오겠다”며 경찰서를 나선 뒤 자신의 아파트에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이 크다’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 자살했다.

한편 지난 1월 자살한 천안경찰서 수사과장 심 모씨 유가족도 행정소송을 진행중이다. 잇따른 살인사건을 수사하다 과다한 스트레스로 우울증 판정을 받은 심씨는 부서를 옮겼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다 스스로 목을 맸다.

심씨의 동료들은 “고인은 수사를 위해 가족과 떨어져 수사본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업무에 매진하다 과로로 쓰러져 입원했다”며 “이후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해 정신과에서 치료까지 받았고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 씨도 자살했다는 이유로 ‘공무상 사망’ 처리를 받을 수 없어 유가족이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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