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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 헷갈리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도 정신없이 돌아가서리.
민주노총이 낸 성명서를 보면 좀 분명해진답니다.

주5일 혜택 먼저 보는 일부 공기업노조는
더 어려운 노동자 처지 감안해 처신해야

– 자신들의 주5일 위해 1천1백만 중소영세 노동자 희생하는 노사정 합의 졸라서야

1. 정부나 노사정위원회가 내놓고 있는 주5일 근무제 단계별 도입 방침에 따르면 공공부문과 금융·보험업 노동자들은 석 달 뒤인 2002년 7월부터 꿈에도 그리던 주5일 근무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해당 노동자들로서야 얼마나 기쁜 일인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이 기쁨은 공공금융 노동자들 독자의 힘으로 된 게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공공 금융 노동자들 스스로의 노력보다는 주5일 근무 쟁취 총파업을 벌여온 전체 노동자들의 피 어린 투쟁의 결과임을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좀 더 생각해보면 기쁨도 잠시, 정부나 노사정위원회가 준비하는 주5일 근무 도입 법안에 따르면 공공부문 금융보험 노동자들의 주5일 근무 조기 도입을 축하만 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가 수두룩하다.

2. 이른바 합의대안에 따르면 1천300만 노동자 가운데 극소수에 불과한 공공 금융보험 노동자들을 제외하고, 전체의 85.5%에 달하는 300인 미만 중소영세 사업체 1천100만 노동자들은 5년 뒤에나 주5일 혜택을 보게 된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전체 노동자의 45.5%에 달하는 10인 미만 영세사업체 노동자 5백87만5천여 명은 9년 뒤인 2010년에나 주5일 근무 혜택을 볼까 말까 하는 상황이다. 진전된 안으로 나왔다는 것도 2006년까지 20인 이상 5백83만2천701명(45%)에 대해 단계별로 도입하되, 전체 노동자의 55%에 달하는 20인 미만 7백8만7천588명의 주5일 근무 도입 시기를 대통령령으로 하기로 해 사실상 못박지 않는 방안이다. 더 가관인 것은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기업의 주5일 도입 초기 비용을 떠 안게 돼 노동조건의 후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주휴와 생리휴가를 무급화해 결과적으로 임금삭감을 당해야 하고, 탄력근로제를 확대해 건강을 크게 해치며, 휴일휴가를 크게 줄여야 할 뿐 아니라 초과근로 할증률을 낮춰야 한다. 이는 모두 노동조건을 크게 후퇴하는 것으로 이미 노동시간을 주42∼40시간으로 단축해온 투쟁 성과를 고스란히 자본에 헌납하는 일이다.
그래서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하려고 하는 주5일 근무제 도입법안에 반대하고 제대로 된 주5일 근무 도입법안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 주휴 생리휴가 무급화 △ 탄력근로제 확대 △ 휴일휴가 축소 △ 초과근로 할증률 인하 조항을 삭제하고, 9년에 걸친 단계별 도입안 대신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주5일 혜택을 함께 나누도록 동시 도입(민주노총) 또는 3년 내(시민단체) 도입완료를 요구하는 것이다. 대신 정부와 재계는 한사코 합의하려는 것이다.

3. 보도에 따르면 일부 공기업 노조 대표들이 주5일 노사정 합의를 촉구할 예정이라 한다. 얼마 전 한국노총 금융노조에 이은 두 번 째 행보이다. 하지만 이러한 돌출행동은 의도와 달리 자칫 주5일 혜택을 먼저 보는 노동자들이 주5일 근무제에서 소외되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살피지 않는 이기주의로 오해를 살 수 있다. 즉 다른 산업과 업종 노동자들 사정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빨리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해서 공공 금융보험 노동자들 주5일 근무 혜택 보게 해달라고 조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업종에 따라서는 임금이나 노동조건이 조금 후퇴하더라도 일주일에 이틀 쉬고 싶은 노동자들도 있을 것이다. 통계를 보더라도 연봉 1억 넘는 직장인이 2만 명이나 된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생활수준이 되는 직장인 얘기고, 전체 노동자 가운데 월 수입이 100만원을 밑도는 노동자가 52%에 달하는 현실을 무시하고 사정이 괜찮은 노동자를 중심에 두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중심에 둬야 할 사람은 더 어렵고 더 힘겹게 사는 1천만이 넘는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연봉이 높은 사람들은 임금 삭감 수용하고 토요일마다 쉬어도 되지만, 사정이 딱한 노동자들은 노동조건 후퇴 없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쉴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1년에 52일이나 되는 주휴 임금을 깎겠다는 데 대해 제조업과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결사반대하는 심정을 공공 금융노동자들이 전혀 이해 못한다면 이는 참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법 개정 이전이라도 공공 금융보험업이 단체협약이나 정부 방침으로 주5일을 먼저 실시하는 것은 환영한다. 민주노총 사업장 가운데 이미 주5일 근무를 노동조건 후퇴 없이 실시하는 곳도 여럿 있고, 5∼6년 전부터 주42시간제를 단협으로 합의해 격주휴무제를 실시하는 곳은 상당수 있다. 그 연장선에서 공공 금융도 하면 되는 것이다. 이 때 앞선 예처럼 노동조건 후퇴 없이 하는 게 최선이지만 스스로 임금삭감이나 노동조건 후퇴를 감수하겠다면 그 것은 자신들의 선택이다.
다만, 자신들의 주5일 근무 실시를 위해 더 어렵고 힘든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감수하라고 강요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공공 금융과 달리 5년이나 10년 뒤에 혜택을 보거나 기약 자체가 없는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건 후퇴를 강요하는 현행 노사정 합의 추진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데, 일부 공기업 노동자들이 노사정 합의를 촉구하는 것은 의도가 어떻든 이웃 사정 살필 줄 모르는 이기주의자로 오해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다. 잘못된 합의를 반대하는 투쟁에 나서거나 최소한 합의 내용이 한 줄이라도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되도록 압박이라도 해야 ‘그래도 사정이 나은 노조’의 도리 아니겠는가. 거꾸로 문제가 있는 합의안에 서둘러 합의하라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자신의 주5일 근무에만 급급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