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2일 건강형평성학회 심포지움에서 발표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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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의 불평등, 심화된 이중 부담
–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건강
들어가는 말
여성은 끊임없이 노동해왔다. ‘남성은 노동을, 여성은 출산을’ 한다거나 ‘남성은 밭을 갈고 여성은 젖을 먹인다는’ 신화에 가려 출산과 양육 이외의 여성의 노동은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받아왔으나, 전근대사회에서 건장한 성인 여성의 노동은 가족의 생계를 이어나가는 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었다. 오히려 그들에게 가사를 돌보는 데 사용되는 시간은 노동의 압력과 가정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었다. 여성의 노동은 산업화 속에서도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져 왔으나, 성별 분업과 가족임금 이데올로기의 포화를 맞으며 평가절하되고 저임금의 수레바퀴 속에 묻히게 되었다(조앤 W. 스코트, 1998). 그리고 이는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특히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1970년대 후반 미국이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채택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 후반부터 노동시장 유연화의 경향이 증가하기 시작하다가 위환위기 이후에는 한층 가속도가 붙어 이제 사회의 중대한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신인령, 2001; 박재규, 2001). 특히 이러한 경향은 여성노동자들에게 우선적이고 차별적으로 행해져 왔기 때문에 ’여성의 비정규직화‘라는 고민거리가 비로소 등장하게 되었다(안미수, 2003; 신인령, 2001). 이는 당사자인 여성노동자 개인에게는 일과 가정이라는 여성의 이중 부담을 더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는데, 일은 일대로 기약없이 노동강도 강화와 저임금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가족구성원으로부터도 경제활동이 평가절하되어 가정내 성평등을 실현하지 못 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권 승, 2003). 그러므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비정규직’과 ‘여성’이라는 이중의 불평등 속에서 더욱더 심화된 ‘일’과 ‘가정’의 이중부담 속에 내맡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젠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나 노동의 불안정성 등 고용 형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적지 않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젠더와 고용 형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에게서 그 두 요인이 건강에 미치는 복합적 영향에 대한 연구는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이 두 영역에 대한 연구자의 관심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구 대상 선정이나 연구 방법 설정에 있어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이 글에서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규모 및 특성을 살펴보고, 현재까지 이루어진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건강에 대해 연구한 몇몇 외국의 예를 간략히 검토하고 노동건강연대가 현재까지 수행한 몇몇 한국의 연구 결과들을 중심으로 소개할 것이다. 이를 통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건강 수준을 평가해 보고, 비정규직 여성의 건강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되는 여러 가지 관련 요인들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를 바탕으로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언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