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동건강연대, 반올림,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오늘(12/22)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산재법 개정안 환노위 검토보고서에 대한 의견서를 발송했다. 최근 삼성백혈병을 계기로 재해와 업무사이의 의학적인 인과관계를 노동자에게 증명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산업재해보상법의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현재 국회에는 ‘직업성 질병’의 경우, 재해자에게는 ‘업무 수행과정에서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된 경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도록 하고, 공단은 재해자가 증명한 사실이, 업무와 재해 사이에 의학적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반증하도록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다.
 
2. 이들 시민사회단체들은 의견서를 통해서 “의학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해 산재승인을 못 받는 재해노동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법 개정이 절실한데도 환노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이번 개정안이 근로자의 입증책임이 상당히 완화되고, 공단의 조사 및 증명노력도 강화될 수 있다는 긍정적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법 개정에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 이들 단체는 의견서를 통해 환노위 전문위원이 검토보고서를 통해 제기한 고려사항에 대해서 반박했다. 우선 증명책임 배분이 오히려 근로자에게 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현행 제도에서 업무상 질병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ㆍ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유해ㆍ위험요인에 노출된 경력이 있을 것 ② 유해ㆍ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유해ㆍ위험요인에 노출되는 업무시간, 그 업무에 종사한 기간 및 업무 환경 등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인정될 것 ③ 근로자가 유해ㆍ위험요인에 노출되거나 유해ㆍ위험요인을 취급한 것이 원인이 되어 그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될 것. 이 세 가지 규정을 모두 재해 노동자가 증명해야 하나 개정안은 ①의 사실관계만을 증명하도록 하고 있어 현행 체계보다 더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둘째 사실상 입증책임을 공단으로 전환해 산재보상 체계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개정안은 업무상 재해 전반이 아니라 의학적인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운 업무상 질병에 한정해 증명책임을 근로자와 공단에게 합리적으로 배분하려는 것이며, 도리어 역학조사 등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의학적 증명을 비전문가인 근로자에게 하라는 것은 현대 민사소송의 증명책임의 분배 경향과도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셋째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산재보험법을 소개하며 입증책임이 전환된 외국의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4. 이들 단체는 “현재 과중한 증명 책임을 다하지 못해 업무상 질병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다수 근로자를 구제하기 위해 하루 빨리 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끝
 
 
 
『증명책임 배분을 골자로 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의견
 
노동건강연대, 반올림, 참여연대
 
▣ 배경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재해와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노동자 개인이 증명하도록 하고 있음. 그러나 직업성 질병의 경우에는 업무와 재해사이의 인과관계가 전문적인 의학지식이나 임상실험을 통해서만 증명이 가능한 것임에도 비전문가인 노동자에게 증명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이루어짐.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직업성 질병’의 경우 증명의 책임을 나눠서, 재해자는 ‘업무 수행과정에서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유해?위험 요인에 노출된 경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도록 하고, 공단은 재해자가 증명한 사실이, 업무와 재해 사이에 의학적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반증하도록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민주당 이미경 의원 대표발의로 제출되어 있는 상태임.
 
그러나 환노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이하 “검토보고서”)를 통해 이번 개정안으로 근로자의 입증책임이 상당히 완화되고, 이미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확인되어 법령상 질병목록에 규정된 사안에 대해 공단의 조사 및 증명노력도 강화될 수 있다는 긍정적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법 개정에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음. 이에 노동건강연대, 반올림, 참여연대는 환노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제기된 고려사항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힘.
 
 
▣ 검토보고서에 대한 의견
 
1. 증명책임 배분이 오히려 근로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고, 노사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검토보고서는 개정안에 따른 경우 현재 공단이 담당하고 있는 유해?위험 요인의 취급 및 노출 경력에 대한 조사 및 증명의 책임을 근로자에게 분배함으로서 오히려 근로자에게 더 부담이 될 우려가 있고, 근로자 및 공단의 증명책임에 의해 각각의 자료수집 과정 등에서 사업주가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 노사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음.
 
현행 제도 내에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에 따라 “①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ㆍ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유해ㆍ위험요인에 노출된 경력이 있을 것 ② 유해ㆍ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유해ㆍ위험요인에 노출되는 업무시간, 그 업무에 종사한 기간 및 업무 환경 등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인정될 것 ③ 근로자가 유해ㆍ위험요인에 노출되거나 유해ㆍ위험요인을 취급한 것이 원인이 되어 그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될 것”을 모두 충족시켜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됨.
 
즉 현행 체계 내에서는 이 세 항목 모두를 근로자가 ‘증명’해야지만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음. 근로자에게 너무 큰 증명 책임이 지워지고 있는 것임.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1항과 관련된 증명 책임만을 근로자에게 지운 것이므로 개정안이 현행 체계보다 더 높은 증명 책임을 근로자에게 부과한 것이 아님. 근로자는 유해, 위험요인 취급 및 노출 경력에 대한 ‘사실 관계’만 증명하도록 한 것이고,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 관계’에 대한 증명 책임은 공단에 부과한 것임. 이는 근로자에게 과도하게 부과된 업무상 질병 증명 책임을 근로자와 공단에 합리적으로 적절히 분배한 것으로 보아야 함.
 
또한 개정안으로 인해 현행 체계보다 특별히 더 노사갈등이 유발될 개연성은 없음. 현행 체계 내에서도 근로자와 사업주간 사실 관계 및 인과 관계에 대한 이견이 있을 시 갈등이 존재함. 개정안으로 인해 이러한 갈등이 더 유발될 것이라는 선험적 가정은 근거가 없음. 오히려 그간 불명확하게 남아 있던 업무상 질병 증명 책임을 합리적으로 명확히 분배한다는 점을 명문화함으로써 갈등의 소지를 줄일 수 있음.
 
 
2. 사실상 입증책임을 공단으로 전환해 산재보상 체계를 왜곡하고 일반 질병의 경우에도 산재보험에 의존하려는 도덕적 해이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검토보고서는 개정안은 증명(입증)책임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사실상 입증책임을 공단으로 전환하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어 산재보상 체계가 왜곡될 수 있는 측면이 있음. 즉,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질병의 경우 공단이 이를 반증하기가 어려워 당연히 산재로 인정되는 결과를 초래하며, 업무상 질병이 아닌 일반 질병의 경우에도 산재보험에 의존하려는 도덕적 해이 현상도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음.
 
그러나 개정안은 업무상 재해 전반에 대하여 증명책임의 분배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이 어려운 업무상 질병에 한정하여 증명책임을 근로복지공단과 근로자 사이에서 합리적으로 배분하려는 것이므로 이번 개정안이 마치 업무상 재해 전반의 증명책임 분배를 규정하려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개정안의 내용을 왜곡하는 것임. 더불어 개정안은 증명책임을 근로자와 공단에 합리적으로 배분한 것이지 어느 일방에 증명 책임을 전환한 것이 아님.
 
의학적으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업무상질병, 소위 직업병에 대하여 의학적인 증명을 위해서는 역학조사 등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작업이 필요한데, 그러한 의학적 증명을 아무런 의학적 전문성이 없고 의학적 증명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감당할 수 없는 근로자에게 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증명하라는 것이어서 현대 민사소송의 증명책임의 분배 경향과는 배치되는 것임. 결국, 지금처럼 근로복지공단이 정책적 필요에 따라 시혜적으로 역학조사를 통하여 의학적 증명을 한 업무상질병에 한하여 업무상질병을 인정하자는 것에 불과한 주장임.
 
현행 제도 내에서 업무상 질병 인정을 위해서 근로자 본인이 넘어야 할 장벽이 많음. 최초 공단 신청단계에 있어서도 질병의 특성상 입원 치료로 인해 유해 위험요인 사실 조차을 파악하기 힘들뿐 아니라 당해 상병이 업무상 질병인지 조차 알기 힘듦. 또한 치료비뿐만 아니라 법률비용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2, 3중의 장벽에 처하게 됨. 따라서 이러한 정벽과 부담을 감당하고 업무상 질병의 산재를 신청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이는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임. 개정안 시행 시 도덕적 해이가 심해질 것이라는 주장은 선험적 가정에 근거한 것으로서 객관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주장임. 이러한 선험적 주장과는 반대로 이러한 제도 개선이 있을 경우, 경제적으로 오히려 효율적이며, 추가 비용 부담은 전체 비용의 5% 내일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존재함. 이는 업무상 질병 인지와 신청 시의 장벽, 그로 인한 손해와 이익에 대한 타산 결과 한 개인이 취할 ‘합리적 선택’을 시뮬레이션한 결과임.
 
 
3. 산재보험에서 입증책임이 전환된 외국의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검토보고서는 입증책임이 전환된 외국의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스웨덴의 경우 1977년, 근로자에게 질병이 발생하면 일단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하고 작업장의 유해한 영향이 질병을 일으켰다는 것에 대한 강한 반증이 없으면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업무상재해인정기준을 개정하였으나, 이후 업무상 질병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사회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결국 1993년에 근로자가 입증책임을 지는 것으로 복귀한 전례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음.
 
그러나 산재보험 체계는 건강보험 등 다른 사회보험 체계 혹은 국가 건강 보장 체계와의 관련 속에서 이해되어야 함. 한국의 산재보험과 건강보험 형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음. 검토보고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스웨덴의 경우에도 산재와 일반 질병을 구분하지 않고 국가가 거의 100% 보장하고, 산재보험은 추가로 휴업급여, 장해급여, 유족급여를 부가 급여 형태로 제공하고 있기에 한국과 그 체계가 전혀 다름. 그러므로 이러한 나라의 사례를 일면적으로 비교할 수 없음.
 
또한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산재보험법의 s.13(2)에는 “사고가 업무로부터 발생하였다면 반대의 증거가 없는 한 업무수행 중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또 사고가 업무수행 중에 발생하였다는 반대의 증거가 없는 한 업무로부터 발생된 것으로 추정한다”는 조항이 존재하기에 다른 나라에 비슷한 입법례를 찾기 힘들다는 것도 사실과 다름.
 
모든 질병에 대하여 입증책임이 전환된 입법례는 드물지만, 일정한 직업병을 정해 놓고 그 부분에 대하여는 산재보험담당기관이 의학적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경우는 오히려 일반적인 입법례임.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60종이 넘는 직업병을 인정하고 있고, 일본도 50종이 넘는 직업병을 인정하고 있는데, 위와 같이 역학조사를 통하여 직업병으로 분류해 놓은 질병에 대하여는 유해물질 취급이나 유해물질에 노출된 사실을 증명하면 직업병으로 인정하고 있음.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40여 년 전에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 정한 23종의 직업병만을 인정하고 있어 직업병의 범주가 매우 협소하고, 40여 년 동안 근로복지공단이 다양한 역학조사를 통하여 직업병의 인정범위를 넓히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어 직업병관리에 관한 행정의 해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음.
 
게다가, 아래와 같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는 다양한 역학조사를 통하여 직업병으로 분류해 놓은 23개종의 직업병에 대하여도 근로자가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되거나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한 것이 원인이 되어 그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증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이런 식으로 직업병으로 범주화된 질병에 대하여도 근로자가 구체적인 업무기인성에 대하여 의학적 증명까지 하도록 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문 입법례라 할 수 있음.
 
 
▣ 결론
 
개정안은 업무상 질병의 경우에 한하여 업무상 재해에 대한 증명 책임을 사실관계에 대한 증명 책임과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 책임으로 구분하여, 근로자는 사실 관계에 대한 증명 책임만을 지고,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 책임은 공단에 지운 것으로서, 현재 불합리하게 높은 근로자의 증명 책임을 합리적으로 배분한 것임. 한편, 이러한 증명책임 배분으로 현재와 다르게 업무상 질병 인정 신청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추정은 실증적 근거가 없음. 그러므로 현재 과중한 증명 책임을 다하지 못해 업무상 질병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다수 근로자를 구제하기 위해 하루 빨리 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