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일본도 한국 못지않은 장시간 노동으로 이름을 떨쳤던 나라이다. ‘과로사’ 발음 그대로 Karoshi 라는 영어단어가 생겨날 정도였다. 하지만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이래 다양한 노동자 보호장치가 마련되었는데, 이 글에서는 그 대책들을 살펴보고 현실에서의 적용은 어떠한지 현지 방문 면담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 심야업 종사자 건강검진을 제도화하다

1972년 일본에서는 근로기준법에 해당하는 ‘노동기준법’에서 안전보건을 분리시켜 ‘노동안전위생법’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심야업 종사자에 대한 건강검진이 제도화되었다.

? 특정업무 종사자 정기 건강검진 제도

특정업무 종사자에 대한 검진이 정해지면서 심야업도 그 범주에 포함되었다. ‘특정업무’에는 고온 업무, 저온 업무, 방사선노출업무, 식물성/동물성/광물성 분진 업무, 이상기압 하 업무, 진동 업무, 갱내 업무, 중량물 취급 업무, 소음 업무, 납/수은/비소 등 유해물 업무, 병원체 오염 업무 등이 있다.

이러한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에 대해 사업주는 해당 업무에 배치전환 시, 혹은 매 6개월마다 정기 건강점진과 같은 항목의 건강검진을 실시해야 한다 (위반 시 50만 엔 이하의 벌금).

이 특정업무 검진과 별도로 분진, 유기용제 등 유해요인에 의한 건강영향을 조기에 발견하고 파악하기 위한 특수건강검진이 별도로 정해져 있다.

? 심야업 종사자 건강검진의 내용

심야업에 해당하는 시간대는 오후 10시부터 익일 오전 5시를 말한다. 과거 6개월 평균하여 한 달에 4회 이상 이러한 심야 시간대에 종사한 노동자는 검진을 받아야 한다.

검진 항목은 일반 검진과 같은 내용이다.

1. 병력, 업무력 조사

2. 자각증상, 타각증상 유무 검사

3. 키, 몸무게, 시력, 청력 (1,000 4,000Hz) 검사

4. 흉부 X선 검사 및 객담 검사

5. 혈압 검사

6. 빈혈 검사 (Hb, RBC)

7. 간기능 검사 (GOT, GPT, γ-GTP)

8. 혈중 지질 검사 (LDL 콜레스테롤, TG, HDL-콜레스테롤)

9. 혈당 검사

10. 뇨 검사 (당, 단백)

11. 심전도 검사 (안정 시)

12. 복위

* 흉부 X선 검사는 1년에 한 번.

** 키, 객담, 빈혈, 간 기능, 혈중지질, 혈당, 심전도는 의사 판단으로 생략 가능.

? 심야업 종사자의 자발적 검진

심야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건강에 대한 불안도 높아지자, 노동자가 스스로 받은 검진 결과도 인정하고 사업주가 사후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제도가 2000년 4월부터 시행되었다. 이 제도 하에서, 검진 결과 제출 후 사후 조치에 대해서는 사업주에게 실시 의무가 있지만 검진을 받을지 여부, 그리고 결과 제출 여부는 노동자에게 맡겨져 있다. 이 때 검진 비용을 노동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제도 이용 촉진 목적으로 비용 지원 제도가 마련되었다. 이 지원제도를 이용한 노동자는 2007년도에 2,485명이였다. 연령대를 살펴보면, 50대 34.7%, 40대와 30대가 24.2%였고, 독립행정법인 노동자복지기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79.8%가 건강상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되었다고 대답했다. 이 지원제도는 국가 재정 점검으로 2010년에 종료했다.   

? 심야업 검진의 실태

표1~표3은 2005년에 후생노동성이 실시한 “노동안전위생 기본조사” 결과 중 일부를 보여준다. 전국에서 10명 이상 상시고용 사업장 약 1,200개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들 10명 이상 상시 고용 사업장에서 심야업에 종사한 노동자 비율은 총 15.0%로 나타났다 (표 1).

표 1. 사업장 규모별 심야업에 종사한 노동자 비율

사업장 규모

심야업 종사 노동자 (%)

1,000명 이상

20.6

500-999명

17.8

300-499명

17.3

100-299명

21.0

50-99명

11.7

30-49명

13.3

10-29명

10.5

전체 

15.0

산업별로 살펴보면, 심야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있는 사업장의 비율은 34.1%이며, 운수업이 55.5%로 가장 높고, 전기/가스/열공급/수도업 46.0%, 음식점/숙박업 43.9% 순이다. 심야업 종사가 있다고 대답한 업계 비율은 5년 사이에 10.4포인트 늘어났다. 자발적 검진 결과를 제출한 노동자 비율도 운수업, 전기업에서 높았다 (표 2).

표 2 심야업 종사 노동자 유무 및 자발적 검진 현황

단위: %

업종

심야업 

종사자 있음

자발적 검진 결과를 사업주에게 제출한 노동자 있음

건설업

18.9

1.6

제조업

25.2

6.9

전기/가스/열공급/수도업

46.0

15.1

정보통신업

26.4

5.8

운수업

55.5

16.6

도매/소매업

36.0

1.0

음식업/숙박업

43.9

4.4

서비스업

38.4

4.3

2005년 계

34.1

5.0

2000년 계

23.7

5.4

한편, 자발적 검진 결과를 제출받은 사업장 중 심야업 종사 횟수를 줄이거나 배치전환 등 사후조치를 강구한 노동자가 있는 사업장 비율은 전체 19.2%로 나타났다. 심야업 종사자 비율이 높은 전기/가스/열공급/수도업에서 0%인 이유는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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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후 조치(심야업 횟수 감소, 배치전환 등)를 강구한 노동자가 있는 사업장 비율 

심야업 종사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있지만 후생노동성은 그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건강검진 실시 사업장과 노동자 수는 파악하지만 심야업 종사자에 대해서는 분명한 통계가 없다. 심야업 검진에 대해서는 일단 법적 규제가 존재하지만, 검진 결과가 노동자 건강 유지나 증진에 얼마나 기여하며 현장에서 어떤 갈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면담에 응한 후생노동성 담당자도 알지 못했다.

§ 장시간노동에 대한 의사 면접 지도

? “과로사” 인정 기준 개정 – “과중 노동” 대책 마련


2000년 7월 일본 대법원은 자동차 운전기사에 관한 행정소송 판결에서 업무의 과중성 평가에서 만성 피로나 취업 양태에 응하는 여러 요인을 고려하는 판단을 내렸다. 이 판결에 기반하여, 2001년 12월 후생노동성은 발병 전 6개월 동안의 장기간 피로 축적을 고려하는 새로운 과로사 인정 기준을 만들었다. 종래 발병 전 1주일의 부하를 인정기준으로 삼았던 것을 개정한 것이다.

새로운 인정 기준 책정을 위해 전문가위원회가 구성되고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가 그것이다 (2001년 11월).

이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다. “장기간에 걸친 장시간 노동이나 그에 의한 수면 부족에서 비롯된 피로 축적에 의한 건강 영향에 대해 ① 발병 전 1개월 내지 6개월 동안, 1개월에 대략 45시간을 초과하는 시간 외 노동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 업무와 뇌/심장질환 발병과의 관련성이 약하지만, 대략 45시간을 초과하고 시간 외 노동시간이 길수록 업무와 발병과의 관련성이 서서히 강해진다. ② 발병 전 1개월 동안 대략 100시간 또는 발병 전 2개월 내지 6개월 동안 1개월 당 대략 8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 외 노동이 인정되는 경우는 업무와 뇌/심장 질환 발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

? 노동자의 스트레스와 과중 노동 대책

일본 사회가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경제활동의 국제화, 규제완화에 동반하는 산업구조 변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기업 간 경쟁 격화, 능력주의/성과주의적인 임금/처우 도입, 노동시간의 장단 양극화 속에서 노동자의 60%가 일에 대해 강한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

2003년, 업무에 의해 명백한 과중 부하로 뇌/심장 질환이 산재 인정된 건수는 312건이었다. 또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를 원인으로 정신장애 발병, 혹은 정신장애에 의한 자살이 산재로 인정된 경우가 108건이었다. 

후생노동성은 2002년에 “과중 노동에 의한 건강장애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사업주로 하여금 노동자 건강 확보를 추진하도록 새로운 대책들을 실시했다. 이때부터 “과중 노동”이라는 단어가 후생노동성에서 쓰이게 되었다.

  

? 장시간 노동자에 대한 의사에 의한 면접 지도

2006년 4월, 노동안전위생법이 개정 시행되면서 50명 이상 사업장에서 장시간 노동자에 대한 의사 면접 지도가 의무화되었다. 그리고 2008년 4월부터는 50명 미만 사업장에서도 면접 지도 실시가 의무화되었다.

사업주는 노동자의 시간 외/휴일 노동시간에 따라 아래와 같이 면접 지도를 실시해야 한다.

① 시간 외/휴일 노동시간이 한 달에 10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로서 신청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의사에 의한 면접 지도를 확실히 시행해야 한다.

② 시간 외/휴일 노동시간이 한 달에 8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로서 신청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의사에 의한 면접 지도를 실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③ 시간 외/휴일 노동시간이 한 달에 10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 또는 한 달에 8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 내지 6개월 평균 한 달에 8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의사에 의한 면접 지도를 실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④시간 외/휴일 노동시간이 한 달에 45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로서 건강에 배려가 필요하다고 인정된 사람에 대해서는 면접 지도 등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강제력이 떨어지는 제도화

장시간 노동자에 대한 의사 면접 지도는 한 달에 100시간 초과 노동자에 대해서, 그것도 신청한 노동자에 대해서만 의무화되어 있다. 100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장시간 노동자에 대한 의사 면접 지도는 강제력이 없다. 이 부분은 법제화 과정에서 경영계에 반발 때문에 후퇴한 것이다.

? 의사 면접 지도 실시 상황 (2010년)

2010년에 장시간 노동자에 대한 의사 면접 지도를 실시한 사업장은 총 16.6%이었다. 2005년 조사에서 100시간 초과 노동자 비율은 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