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성적 괴롭힘, 공식적으로는 ‘성희롱’으로 번역되는 ‘sexual harassment’ 는 일본에서 ‘성적 짓궂은 짓’으로 번역되다가 요즘은 영어의 일본식 발음으로 표현하거나 줄여서 “세쿠 하라”라고 말한다. 이 글에서는 부적절한 표현이지만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쓰이는 용어인 ‘성희롱’으로 쓴다.1)
2010년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에 있는 전국의 노동국 고용균등실에 요청된 성희롱 상담은 총 11,749건이었다. 고용균등실은 남녀 균등 대우 확보, 직장생활과 가정생활 양립 지원, 파트타임 노동 대책 등을 추진하는 기관이지만 상담의 절반은 성희롱에 관한 것이다. 반면 성희롱이 산재로 인정된 사례는 2004-2009년 사이에 22건에 불과하다.
이러한 가운데 후생노동성은 2011년 6월 전문가회의를 열어 성희롱으로 정신질환에 걸린 노동자가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과 운영 수정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 배경에는 성희롱에 시달린 한 여성의 투쟁이 있었다.
“성희롱 인정 길 넓힌다” 올해 가을에 설립할 ‘퍼플 유니온’에 대해 논의하는 사토 씨(중앙)와 고야마 위원장(우) (출처: 2011.06. 28 홋카이도신문)
§ 파견노동자에게 가해진 성폭력과 피해자의 고통
사토 카오리 씨는 통신업계 대기업이 만든 계열사인 파견회사 직원이며 모회사인 통신회사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하는 파견노동자였다. 교육 강사로 일하던 2003년 말부터 상사의 성희롱이 시작되었다. 메일로 ‘고백’이 오고 식사나 여행을 같이 가자는 끈질긴 권유가 계속되었다. 심지어 손에 입을 밀어 붙이는 등 상사의 행동은 점차 심해졌다.
사토 씨는 ‘성희롱’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었지만 해고가 될지도 모르는 불안 속에서 그저 상사를 피하는데 급급했고, 상사의 행동과 ‘성희롱’은 연결시키지 못했다.
사토 씨는 상황을 눈치 챈 동료의 권유로 병원 정신신체의학과에 갔고, ‘적응 장애’ ‘강박성 장애’ ‘우울병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토 씨는 교육 강사 업무를 그만두었다. 이 업무를 그만 두면 가해자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희롱은 점점 더 심한 괴롭힘으로 변해 갔다. 가해자가 걸어오는 내선 전화, 감시 행동으로 사토 씨 정신상태도 악화되었다. 그러나 생활을 위해 일 자체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 성희롱 피해자를 지원하지 않는 기관과 전문가들
사토 씨는 생각다 못해 용기를 내어 원청회사에 상담을 했지만 아무 대응도 없었다. 변호사에게 상담했지만, ‘증거가 없다. 소송을 권유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의료기관에서는 ‘왜 싫다고 안 했어요?’‘상담할 수 있는 친구는 없어요?’라고 추궁당했다. 산재를 신청하려고 간 기관에서는 ‘성희롱의 산재 인정은 어렵다’고 창구에서 단념시키려 했다.
도움을 요청한 모든 곳에서 거절을 당하고, 사토 씨는 병원 접수대에서 본 성희롱 상담전화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전화를 받은 지역여성노조인 “홋카이도 여성 노조”만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 피해자와 여성노조의 싸움으로 이루어진 변화
2006년 사토 씨는 퇴직 직전에 여성노조에 가입하고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회사와 교섭을 진행하면서 2007년에 산재 신청을 했다.
산재는 불승인이었다. “사업주에 의한 성희롱 상담 시스템이 기능하고 있었다. 동료도 상사에게 주의했다”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형식적인 회사 상담 창구가 기능을 했다는 것이다.
재심사청구에서는 심리적 부하강도가 3급으로 수정되었지만, 발병 전 6개월 동안 상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사건 발생 직후 상담하기 어려운 성폭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뿐 아니라, 후속하는 여러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2010년 1월, 사토 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성희롱 산재 불승인에 대한 행정소송은 일본에서 첫 사례였다. 여성노조는 성희롱 상담사례를 모아 후생노동성, 국회위원, 관료들에게 산재 인정기준 개선을 호소하면서 전국 노동조합 조직들과 함께 집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2010년 11월, 판결 전에 산재 인정 방침을 밝혔다. 결국 2011년 3월, 원처분청이 산재를 인정하게 되었다. 동시에 후생노동성은 전문가회의를 열어 성희롱 산재 인정기준에 관한 검토를 시작했다. 6월 28일자로 발표된 전문가회의 보고서를 토대로 후생노동성은 연내에 새로운 성희롱 산재 인정기준을 고시할 예정이다.
사토 씨는 올해 가을에 성희롱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퍼플 유니온” 설립을 도쿄에서 준비하고 있다.
그림 3. 2011년 7월 5일자 홋카이도 신문 “성희롱 산재 인정기준 후노성 재검토, 고용의 불안정함도 고려” “정신질환 판단 대상에 ‘6개월’의 벽”
§ 참고자료 1. 일본의 정신장애 산재 인정기준
“심리적 부하에 의한 정신장애 등에 관한 업무 상외 판단 지침”
1999년 제정, 2009년 일부 개정
1. 업무 상외 판단
정신장애 등 업무 상외는 정신장애의 발병 유무, 발병 시기 및 질병명을 밝힌 위에
①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
② 업무 이외의 심리적 부하
③ 개체 측 (個體側) 요인 (정신장애 병력 등)
에 대해 평가하고 이들과 발병한 정신장애와의 관련성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2. 판단 요건
업무 상외 판단 요건은 아래와 같다.
(1) 대상 질병에 해당하는 정신장애를 발병하는 것.
(2) 대상 질병 발병 전 대략 6개월간에 객관적으로 해당 정신장애를 발병시키는 우려가 있는 업무에 의한 강한 심리적 부하가 인정되는 것.
(3) 업무 이외인 심리적 부하 및 개체 측 요인에 의해 해당 정신장애를 발병한 것을 인정되지 않는 것.
3.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 평가
(1) 평가 방법
정신장애 발병 전 대략 6개월 동안에 ① 해당 정신장애 발병에 관여했다고 볼 수 있는 어떠한 사건(일)이 있었는지. ② 그 사건(일어난 일)에 동반하는 변화는 어떠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직장에서 심리적 부하평가표를 이용해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 강도를 평가하고 그들이 정신장애를 발병시키는 우려가 있는 정도의 심리적 부하 여부를 검토한다.
단 사건(일어난 일)에 동반하는 변화를 평가할 때 일의 양, 질, 책임, 직장의 인적/물적 환경, 지원/협력 체제 등에 대해 검토하는 것. 특히 항상적인 장시간 노동은 정신장애 발병의 준비 상태를 형성하는 요인이 되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 평가 때 충분히 고려한다.
(2) 정신장애를 발병시키는 우려가 있는 정도의 심리적 부하에 대한 판단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가 정신장애를 발병시키는 우려가 있는 정도의 심리적 부하로 평가되는 경우란 별표1의 종합평가가 “강”으로 되는 경우로 하고 구체적으로는 아래의 경우로 한다.
① 사건(일어난 일)의 심리적 부하가 강도“Ⅲ”이고 사건에 동반하는 변화가 “상당 정도 과중한 경우”
② 사건(일어난 일)의 심리적 부하가 강도“Ⅱ”이고 사건에 동반하는 변화가 “상당 정도 과중한 경우”
(3) 특별한 사건(일어난 일) 등에 대한 취급
아래와 같은 상황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별표1에 의거하지 않고 종합평가가 “강”으로 된다.
– 생사에 관한 사고에 조우 등 심리적 부하가 극도인 것.
– 업무상 상병에 의해 요양중인 자의 극도의 고통 등 병상 급변 등
– 생리적으로 필요한 최소한도의 수면 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 정도의 극도의 장시간 노동
4. 업무 상외의 판단
업무 상외의 구체적 판단은 아래와 같다.
(1)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 이외 특별한 심리적 부하, 개체측 요인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이자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가 별표1의 종합평가가 “강”으로 인정될 때에는 업무 기인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2)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 이외 심리적 부하, 개체적 요인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가 별표1의 종합평가가 “강”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업무 이외의 심리적 부하, 개체측 요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들과 발병한 정신장애와의 관련성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단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의 종합평가가 “강”으로 인정되는 경우이자 아래 가 및 나의 경우에는 업무상으로 판단한다.
가. 강도”Ⅲ”에 해당하는 업무 이외인 심리적 부하가 인정되지만 극단적으로 큼 등의 상황에 아닌 경우.
나. 개체측 요인에 현저한 문제가 없는 경우.
§ 참고자료 2.
“정신장애 산재인정 기준에 관한 전문검토회 – 성희롱 사안에 관한 분과회 보고서”
“정신장애 산재인정 기준에 관한 전문 검토회 – 성희롱 사안에 관한 분과회”는 2011년 6월 28일 보고서를 발표해 성희롱 특유의 사정을 고려해 산재인정기준 개정과 조사에 대한 유의사항을 제언했다.
정신장애 산재 판단지침에서는 직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스트레스를 Ⅰ~Ⅲ 등급까지 3단계로 평가하는 “심리적 부하평가표”에 정리하고 그 평가에 의거해 업무에 기인한 정신장애로 인정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심리적 부하평가표”에는 성희롱에 관한 항목은 사건 (일어난 일) 유형 분류 속 ‘대인관계의 트러블’에 구분되며 구체적인 사건(일어난 일)으로서 ‘성희롱을 당했다’라는 항목이 하나 있다. 이 항목에 대한 심리적 부하 강도는 Ⅱ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같은 유형에는 ‘심한 짓궂은 짓, 괴롭힘 또는 폭행을 당했다’ (Ⅲ), ‘상사와의 트러블이 있었다’ (Ⅱ), ‘동료와의 트러블이 있었다’ (Ⅱ), ‘부하와의 트러블이 있었다’ (Ⅰ) 등이 열거되어 있다.
검토회 보고서는 ‘성희롱을 당했다’에 대한 평균적 부하강도를 ‘Ⅱ’로 하면서 ‘Ⅲ’ 등급으로 수정하는 요소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을 제안했다.
심리적 부하강도를 ‘Ⅲ’ 등급으로 판단하게 하는 구체적인 수정 사례
(1) 특별한 사건
? 심리적 부하가 극점에 해당하는 것
? 강간이나 본인의 의지를 억압해서 행해진 외설행위 등 성희롱.
(2) 강도를 ‘Ⅲ(강한 심리적 부하)’로 수정하는 사례
? 행위의 태양이나 반복 계속의 정도
– 가슴이나 허리 등에 대한 신체적 접촉을 포함하는 성희롱이자 계속해서 이루어진 행위.
– 가슴이나 허리 등에 대한 신체적 접촉을 포함하는 성희롱이자 행위는 계속되어 있지 않으나 회사에 상담해도 적절한 대응이 없어 개선되지 않았거나 또는 회사에 상담 후 직장의 인간관계가 악화된 사안.
– 신체 접촉이 없는 성적인 발언만의 성희롱이자 발언 속에 인격을 부정하는 것을 포함하고 동시에 계속해서 이루어진 사안.
– 신체 접촉이 없는 성적인 발언만의 성희롱이자 성적인 발언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동시에 회사가 성희롱으로 파악해도 적절한 대응이 없고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안.
(3) 강도 ‘Ⅱ’이지만 심각성에 따라 ‘Ⅲ’에 수정해야 할 유의 사례
– 가슴이나 허리 등에 대한 신체적 접촉을 포함하는 성희롱이지만 행위가 계속되지 않고 회사가 적절하고 신속히 대응해서 발병 전에 해결된 사안.
– 신체 접촉이 없는 성적인 발언만의 성희롱이자 발언이 계속되지 않는 사안.
– 신체 접촉이 없는 성적인 발언만의 성희롱이자 복수 이루어졌지만 회사가 적절하고 신속히 대응해서 발병 전에 행위가 종료한 사안.
? 평가 기간은 발병 전 약 6개월
? 병발하는 일에 대한 고려
– 행위자로부터의 희롱
– 피해 신고를 계기로 행위자나 동료로부터의 괴롭힘이나 희롱.
? 기타 유의 사항
– 피해자가 근무 계속이나 성희롱 피해 경감을 위해 할 수 없이 행위자에게 영합하는 것처럼 행동할 때가 있어도,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안이하게 판단하면 안 된다.
– 피해자가 피해 직후 상담 행동을 취지 않아도 단순히 심리적 부하가 약하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
– 의료기관에서 처 진료 때 성희롱 사실을 호소하지 않는 것만으로 심리적 부하가 약하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
– 행위자가 상사이고 피해자가 부하인 경우, 행위자가 정규직이고 피해자가 비정규직 노동자인 경우 등, 행위자가 고용관계 상 피해자에 대해 우월적인 입장에 있는 사실은 심리적 부하는 강해지는 요소가 될 수 있다.
1) 영어 harassment는 ‘침략, 괴롭힘’의 뜻을 지니는 반면, ‘희롱’은 ① 말이나 행동으로 실없이 놀림, ② 손아귀에 넣고 제멋대로 가지고 놂, ③ 서로 즐기며 놀리거나 놂 등 (국립국어연구원, 표준국어대사전), 가벼운 놀림이나 상호 즐김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성희롱이라는 번역어 자체가 한국사회 젠더 감수성의 부족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