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자: 신디아 로빈슨 (Cynthia F. Robinson), 패트리샤 설리번 (Patricia A. Sullivan), 

                지아 리 (Jia Li), 제임스 워커 (James T. Walker)

논문제목: 1984-1998년 미국 여성에서 직업성 폐암.

출      처: 미국산업의학회지 (American Journal of Industrial Medicine) 

                2011년 54호 102-17쪽

이번 호에는 2011년 미국산업의학회지(American Journal of Industrial Medicine)에 실린 논문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논문은 1984년부터 1998년까지 15년간 폐암으로 사망한 미국 여성들의 직업을 분류하여 여성들에서 폐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큰 직업이 어떤 것들인지 살펴보았다.

암 치료기술이 매우 발전하기는 했지만, 폐암은 발병 후 5년 후 생존률1)이 15%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매우 치명적인 암 중의 하나이다. 미국암학회에서는 2006년 전체 여성 암 사망자 중 29%가 폐암으로 사망하여 그 비중이 가장 크다고 보고했다.2) 더 큰 문제는 남성에서 폐암 사망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고 있지만, 여성의 폐암 사망률은 적어도 2004년 시점까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널리 알려지고, 보건 당국에 의한 금연 정책과 각종 캠페인들이 적극적으로 펼쳐지면서 일반인들은 흔히 폐암이라고 하면, 흡연만이 유일한 원인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직업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직업적 폐암 위험요인을 간략히 나열하면, * 먼지 (석면, 이산화규소, 나무먼지), * 금속 (크롬, 비소, 니켈, 카드뮴, 납), * 다핵방향족탄화수소 (디젤엔진 배출물질, 조리용 기름, 흡연, 용접 흄, 기타 연소 부산물 등), * 방사선 (라돈, 이온화 방사선), * 일부 유기용제 등이 있다.

미국의 사례에서 흥미로운 점은 1978년부터 1997년 사이 건강영양조사 결과 여성 흡연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동안 여성 폐암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흡연에서 폐암 발병에 이르기까지 20년 이상이 걸리므로, 흡연률의 변화가 바로 폐암 발병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치명적인 질병인 폐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금연 정책뿐 아니라 폐암을 유발할 수 있는 직업적인 유해 요인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것도 필요함을 시사한다. 저자들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하여, 특히 미국 여성 노동자들에서 직업적 노출과 폐암 사망 사이의 관련성을 보는 연구가 현재까지 매우 부족하다는 결론에 따라 이 연구를 수행하였다고 밝혔다.

§ 연구는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미국의 사망진단서에는 사망자의 친척이 고인이 생전에 가장 오래 종사했거나 일생동안 종사한 직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정보는 표준 직종 분류와 표준 산업 분류에 따라 구분하여 전산 정보화된다. 이 작업에는 미국의 모든 주가 다 참여하는 것은 아니며, 50개 주들 중 27개 주가 참여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들 27개 주에서 수집된, 1984~1998년의 15년 동안 사망한 여성 457만여 명의 사망 기록을 이용하여 본 연구를 수행했다. 자료에는 사망자의 직업과 주요 사인 이외에도 사망 시 연령, 성별, 인종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연구자들은 인종에 따라 결과를 나누어, 백인, 흑인과 히스패닉으로 구분하여 제시했다.

통계분석은 비례사망분석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를 간략히 설명하면, 먼저 비례사망비(PMR, Proportionate Mortality Ratio)라는 것을 구하는데, 이는 특정 직업군에서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전체 직업군에서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로 나눈 후 100을 곱하여 얻는 값이다.


비례사망비 = 특정직업군에서 폐암 사망자의 비율 / 전체 직업군에서 폐암 사망자의 비율 x 100

따라서 특정 직업군이 전체 직업군에 비해 유달리 폐암 사망자의 비율이 높다면, 비례사망비의 값은 100 이상이 나오며, 그 정도가 심할수록 더욱 큰 값을 가지게 된다. 이 지표가 100 이상으로 유의하게 높은지는 몇 가지 종류의 통계 방법을 이용하여 검정했다. 또한 다른 코호트연구와 국민건강영양조사 등에서 관찰된 직종별 흡연률과 흡연자들의 폐암 사망률 등 외부 자료를 이용하여 간접적인 방법으로 흡연의 영향을 보정한 비례사망비를 계산했다. 저자들은 실업자, 파트타임 노동자, 가사노동자, 가정주부, 직업 또는 산업이 불분명한 경우는 분석에서 제외하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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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본문에 소개된 1984-98년 27개 주의 직업성 사망자 수

§ 연구의 주요 결과와 그 의미는?

연구기간 동안 사망한 여성은 457만여 명이었으며, 이 중 21만여 명(백인 19만 4천여 명, 흑인 1만 8천여 명, 히스패닉 1천 5백여 명)이 폐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직업을 업종별로 구분했을 때, 건설업, 운수업, 소매업, 농업, 임업, 어업, 간호/개인돌봄 산업(nursing and personal care industry) 등에서 다른 업종에 비해 여성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았다. 한편, 직종별로 구분했을 때는 정밀 기계 생산직, 경영직, 기술직, 관리직, 전문가 직종에 근무한 여성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았다.

연구자들은 본 연구의 주된 목적이 폐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직업적 노출 요인에 대한 가설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폐암의 비례사망비가 높았던 주요 직종과 업종에 근거하여, 가능한 폐암 발생 유해요인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생산직 여성 노동자에서 폐암의 비례사망비가 높았는데, 업종별로 구분하면, 기계공, 수리공, 박판공 (sheet metal worker), 전기공, 전기기구 조립공, 펀칭공, 프레스공, 금속가공공, 플라스틱 기계 운전공 등이 해당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에서 높았는데, 그 중에서도 라디오, 텔레비전, 통신기계 제조업, 인쇄출판업, 전기 기계 제조업 등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업종들은 이전의 유사한 연구에서도 폐암 사망 위험이 높다고 보고된 바 있다. 노출 가능한 폐암 유발 위험물질로는 석면, 비소, 비스(클로로메틸) 에테르, 6가 크롬, 니켈, 니켈 화합물, 다핵방향족탄화수소, 라돈, 염화비닐, 아크릴로니트릴, 베릴륨, 카드뮴,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실리카 (규소), 콜타르, 코크스로 배출물질, 합성 유리섬유, 간접흡연 등이 의심된다고 하였다.

이외에도 운수업 부분에서는 트럭 운전과 버스 운전, 대중교통 운전업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의 폐암 비례사망비가 높았다. 가능한 유해요인으로는 디젤엔진 배기가스에 포함된 다핵방향족탄화수소 (PAH), 운송수단 내부에서의 간접흡연, 브레이크 라이닝에 포함된 석면 등을 꼽았다.

경영 및 관리직종, 기술직종, 전문가 직종 등에서는 공무원, 컴퓨터 업무, 비서, 도서관 사서 등의 다양한 사무직 여성 노동자에서 폐암의 비례사망비가 높았다. 언뜻 생각하기에 의외의 결과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무직 여성 노동자에서 폐암의 위험 증가는 유사한 여러 연구들에서도 관찰되었던 사실이라고 저자들은 언급했다. 이들 직종에서의 가능한 위험요인으로는 실내근무에 따른 라돈 노출, 간접흡연 등이 있으며, 작업장 내부 또는 가까이에 위치한 사무실의 경우 사무직 여성 노동자라도 작업장의 폐암 유발물질에 동시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보건의료직종에서는 간호사, 의사, 방사선 기사, 임상기사 등의 직종에서 높았으며, 이는 방사선, 포름알데히드 등 폐암 유발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업종에서는 도소매업, 부동산업, 가죽 및 신발가게 점원, 주유소 등에 근무한 여성 노동자에서 높았다. 각각 취급하는 물질에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과 석면, 디젤엔진 배출물질, 분진, 간접흡연 등을 가능한 위험요인으로 언급했다.

§ 연구의 한계점과 장점, 그리고 결론은?

연구자들이 스스로 지적한 연구의 한계점은 다음과 같다. 친척이 제공한 정보로 사망자의 직업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분류가 부정확할 수 있으며, 또한 한 사람이 일생동안 여러 직업을 가질 수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그 중 가장 오랜 기간 종사한 직업 하나만을 이용했다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체는 아니지만 27개 주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장기간 동안 대규모의 사망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

미국 남성을 대상으로 분석한 기존의 연구는 전체 폐암 중 6~17%가 흡연 이외의 직업적 위험요인 노출과 관련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여러 종류의 직업적 폐암 위험요인에 노출되는 사람들이 흡연을 하는 경우에는 직업적 위험요인 노출 없이 흡연만 하는 경우에 비해 폐암 발생률이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알려져 있다. 연구자들은 치명적인 질병인 폐암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남녀를 막론하고 직업적 노출 위험요인들이 노동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본 연구는 2011년 미국산업의학회지에 출간된 최신 논문이며, 검색엔진인 구글이나 펍메드(Pubmed)에서는 초록만 확인할 수 있다. 원문은 대학교 도서관/의학도서관 등에서 확인 가능하다.


1) 암 진단 시점으로부터 5년이 지난 후 환자가 살아있을 확률을 일컬음


2) 한국의 2010년 사망통계에서도 여성에게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은 폐암이었으며, 그 다음으로 위암, 대장암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