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사회화될수록 고용의 질 악화”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장, 서비스산업 노동시장 분석
1970년만 해도 전체 취업자의 절반(50.4%)은 농림어업에 종사했다. 하지만 2005년 현재 그 비율이 7.9%로 떨어졌다. 대신 같은 기간 서비스업 취업자 비율은 32.1%에서 65.2%로 2배 이상 늘었다. OECD 국가들 가운데 서비스업 취업자 비중이 감소한 나라가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에서도 서비스업 취업자 증가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 사회화’가 얘기되는 건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취업자 비중은 늘어나지만 서비스업이 실질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61.4%에서 52.4%로 감소했다는 점이다. 제조업과 대비된다.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1989년(27.8%)을 정점으로 18.5%로 감소했지만 실질 GDP 비중이 7.6%에서 32.4%로 증가했다. 자연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제조업에 뒤쳐졌고, 생산성의 상대적 정체는 서비스업 실질임금의 하락 내지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17일 연구소 홈페이지(www.klsi.org)에 올린 ‘서비스산업 노동시장 분석’ 논문을 통해 서비스업 종사 노동자들의 임금, 노동조건, 고용안정성 등을 분석하면서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를 양산하는 현재의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서비스 사회화가 진전될수록 고용의 질은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인서비스업 비정규직 비율 82.7%
우리나라에서는 비정규직의 대다수가 임시직이거나 임시근로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또는 임시근로) 비율이 높은 산업일수록 그만큼 고용이 불안정한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서비스업의 비정규직 비율은 59.6%. 제조업(38.4%)보다 높았다. 이 가운데에서도 개인서비스업은 82.7%나 되고 유통서비스업은 61.2%, 생산자서비스업은 59.4%였다. 10명 중 6~8명꼴로 비정규직이다. 다만 사회서비스업은 39.4%로 제조업과 엇비슷했다. <표 1 참조>
평균 근속년수를 보면 서비스업이 4.6년으로 제조업(5.2년)보다 짧았다. 하지만 고용형태별로 보면 서비스업은 정규직 8.6년, 비정규직 1.9년이고, 제조업은 정규직 6.9년, 비정규직 2.4년이었다. 평균 근속년수가 제조업보다 짧은 것은 서비스업이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하는 데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월 임금총액은 서비스업이 158만원으로 제조업(168만원)보다 낮다. 하지만 정규직으로 한정하면 서비스업(230만원)이 제조업(199만원)보다 높다. 서비스업 가운데에서도 사회서비스업(196만원)과 생산자서비스업(175만원)은 제조업보다 높고, 유통서비스업(145만원)과 개인서비스업(110만원)은 낮다. <표 2 참조>
시간외수당 적용률 서비스업 39.6% 불과
임금불평등도도 서비스업이 높았다.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 임금불평등(P9010 : 하위 10% 대비 상위 10% 임금)은 서비스업(6.0배)이 제조업(4.5배)보다 심하다. 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더라도 마찬가지인데, 서비스업은 그만큼 제조업보다 저임금계층도 많고 고임금계층도 많았다. <표 3 참조>
시간외수당, 유급휴가,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비율은 서비스업이 제조업보다 낮았다. 시간외수당의 경우 제조업 적용률은 63.9%였지만, 서비스업은 39.4%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도 개인서비스업은 15.1%였고, 개인서비스업 비정규직은 고작 5.0%였다. 퇴직금 역시 서비스업 적용률은 절반을 겨우 넘는 51.5%였고, 특히 개인서비스업의 경우 20.6%였다.
사회보험도 다르지 않았다. 제조업 가입률은 78.5%였지만 서비스업은 59.4%였다. 사회서비스업이 78.0%로 제조업과 엇비슷했지만 유통서비스업 58.0%, 개인서비스업 25.4%에 불과했다.
김 소장은 “이상의 분석 결과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에서, 서비스업 중에서도 사회서비스업보다 개인서비스업에서 비정규직이 많고 근속년수가 짧고 근로기준법 적용률과 사회보험 가입률도 낮다”며 “서비스업 중에서도 사회서비스업 비중이 증가하면 고용의 질이 개선되지만 개인서비스업 비중이 증가하면 고용의 질이 악화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최근 정부가 사회적 일자리 확충을 강조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저임금 일자리로 충당된다면 사회서비스업 취업자 확대가 갖는 긍정적 의미는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논문에 사용된 자료는 2005년 8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부가조사 원자료(raw-data)를 김 소장이 다시 계산한 것이다.
서비스업에도 종류가 많네
일반적으로 서비스업은 재화생산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산업을 지칭하는 잔여개념으로 사용되는데, 김유선 소장은 이 논문에서 서비스업을 생산자서비스업, 유통서비스업, 개인서비스업, 사회서비스업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분석했다. 통계청의 산업대분류를 이 기준에 따라 다시 분류하면 이렇다.
o 생산자서비스업 = 금융보험업, 부동산임대업, 사업서비스업
o 유통서비스업 = 도소매업, 운수업, 통신업
o 개인서비스업 = 숙박음식점업, 오락문화운동서비스업, 가사서비스업, 기타서비스업
o 사회서비스업 = 공공행정, 교육서비스업, 보건사회복지사업, 국제외국기관
이정희 기자 goforit@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