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1박 2일이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이주노동자들이 등장하였다. 그들이 고향을 떠나 머나먼 한국까지 일하러 오게 된 사연, 가족을 그리워하는 심정이 방송을 통하여 생생히 소개되었고, 그들과 가족이 상봉하는 가슴 뭉클한 장면이 시청자의 마음을 울렸다. 이주노동자의 삶을 방송의 소재로 삼았다는 것이 새롭기도 했지만, 이주노동자 문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무겁지 않게 다룬 연출진의 노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TV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서 뒤엉켜 맴도는 생각이 나를 TV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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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KBS “1박 2일” 외국인 근로자 특집

 

이주노동자 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필자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출신의 이주노동자들로부터 종종 듣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싫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눈빛이기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이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한국인이 자신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깔보는 것 같은 눈빛, 불쌍하고 가엽다는 듯한 눈빛, 경계하고 피하려는 눈빛. 그 눈빛들 중에서 가장 불쾌한 눈빛은 불쌍하고 가여운 사람으로 보는 눈빛이라고 한다. 힘든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자신의 선택으로 한국에 와서 떳떳하게 노동을 하고 있는데, 불쌍한 눈빛을 보내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도 정확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주노동자들이 지적한 시선이 우리 사회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고, 이와 같은 시선은 이주노동자를 한국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타자화하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 TV에 집중할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혹시 1박 2일의 결과로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눈빛이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는 단일 민족 사회를 오랜 기간 유지한 한국의 특징에서 비롯된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라고. 그러나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든 외국인이 과연 한국인의 눈빛에서 앞서 말한 느낌을 받고 있을까? 필자는 미국과 서유럽 출신의 외국인들이 이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주노동자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자신의 국적을 미국이라고 밝혔지만 한국 사람인 내가 보기에도 매우 어색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들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숨기고 미국인 행세를 하고 싶은 까닭을 한국 사회가 배타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는 수 없다. 여기에는 인종과 피부색에 대하여 한국 사회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열등감 또는 트라우마가 복잡하게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 이런 생각도 들었다.

1박 2일에 등장한 이주노동자들과는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방송에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려면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만 하는 사람들, 주말이 되어도 마음 놓고 시내 구경 한 번 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 박혀 있는 사람들, 불법 체류라는 낙인이 찍힌 탓에 재입국 거부가 두려워 10년이 넘도록 고향땅을 밟아보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었다. 이들은 바로 체류 자격과 취업 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다.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2010년 12월 현재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17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정부 정책과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점점 잊혀지고 있다. 어쩌면 이들은 앞에서 말한, 이주노동자들이 느끼는 불쾌한 눈빛조차 그리워할지 모르겠다.

 

현재 정부의 외국 인력 정책은 모두 1박 2일에 출연하였던 이들과 같은 합법 체류 이주노동자들에게 맞추어져 있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는 ‘강제 추방’이라는 정책만이 가동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의 삶은 언론조차 외면하고 있다. 간혹 단속을 피하려다 사고를 당하거나, 지친 삶의 무게를 못 이겨 스스로 삶을 놓아버린 이들의 슬픈 이야기만이 간간히 흘러나올 뿐이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강제로 추방된 외국인의 수가 8만 명을 넘어섰다는 사실,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단속을 위해 범죄자들에게나 사용되는 수갑, 포승, 경찰봉, 가스총, 전기 충격기 등의 사용을 허가하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2010년 12월 현재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126만 명을 넘어섰다. 우리는 인구 50명당 1명이 외국인인 다문화, 다민족 사회에 살고 있다. 이들 중 70만 명은 열악한 근로조건과 저임금 아래서 한국인이 손을 놓아버린 더럽고, 어렵고, 힘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더 이상 ‘낯설고 다른’ 이방인들이 아니며, 국민 경제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사회 구성원이다.

 

낮은 출산율과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는 한국 사회는 앞으로 더 많은 수의 이주노동자를 필요로 할 것이고, 어쩌면 국민 경제의 유지를 위하여 정책적인 이민 유치까지도 고려해야할지 모른다. 이주노동자를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인 것이다.
그 출발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시선을 거두어들이는 것, 사회의 어두운 그늘에서 숨죽이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