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의 폭발은 심각한 방사능 물질의 누출을 야기했다. 마지막 4호기가 폭발한 3월 15일(화) 오전에는 원전 근처에서 약 400 mSv/hr 수준의 방사선량이 측정되기도 했다. 같은 시간에 원전에서 240km 떨어진 도쿄에서는 0.809 uSv/hr 수준의 방사선량이 측정되었는데, 만일 이 정도의 방사선량이 지속되었다면 도쿄에 사는 것만으로도 연간 총 7 mSv 정도의 초과적인 방사선 노출이 일어날 수 있다.1) 당시의 400 mSv/hr 라는 수치는 ‘급성 방사선 조사 증후군’이라는 급성 건강장해를 일으킬 수도 있는 높은 방사선량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피폭자들이 겪었던 심각한 건강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여기에서 ‘일반인 연간 허용 피폭량 상한선(1mSv)’에 대한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이 수치는 방사선에 노출되었을 때 ‘건강에 문제가 없는 안전한 수준’이 아니라, 인간이 ‘그 이하로 통제하기에 기술적으로 어려운, 어쩔 수 없는 방사선 노출수준’으로 이해해야 한다. 실제로 1 mSv/year 에 노출될 경우에도 1만 명당 1명꼴로 치명적인 암(fatal cancer)이 발생할 수 있으며, 10만 명 당 1명꼴로는 심각한 유전적 영향(severe genetic effects)이 발생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림 1).
* 그림 1. 현재의 노출 허용 기준과 위험 추정치
이러한 추정값은 ‘무(無) 역치 (No-Threshold) 모형’에 근거해 산출된 것으로, 고형암 (solid cancers) 발생률은 ‘선형(線形) – 무(無) 역치 (Linear No-Threshold, LNT) 모형’으로, 백혈병(leukemia) 발생률은 ‘선형(線形) – 2차 곡선 (Linear Quadratic) 모형’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림 2참조).
* 그림2. 방사선 폭로량과 암 발생의 상대적 초과 위험
이러한 모형에 따르면, 100 mSv(≒0.1 Gy)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되는 경우 10만 명 당 약 1,000명 (800~1,300명) 정도의 고형암 환자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대략 1 %), 100명 (70~100명) 정도의 백혈병 환자 또한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략 0.1 %).
* 그림3. 방사선 폭로량과 암 발생의 상대적 초과 위험
또한 방사능의 세기는 Bq(베크렐)로 표기하는데, 이는 방사성 시료가 단위시간 동안 붕괴를 일으키는 평균 횟수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1 Bq는 방사성 시료가 1초에 1번 분열하는 경우를 말한다.
3월 중순에 일본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후쿠시마 인근 지역의 시금치에서 54,000 Bq/kg 정도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되었다고 한다. 해당 시금치를 성인이 매일 50g씩 1년간 섭취한다고 가정할 경우 총 21.7mSv의 방사선량에 노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2)
유도기준은 공기나 물이 방사성 물질(방사성 요오드 혹은 세슘 등)에 오염되었을 경우 사람이 그 매체에 연속적으로 노출되더라도 누적 방사선량이 연간 1 mSv를 넘지 않을 수 있는 기준값을 말한다. 요오드 (I-131)와 세슘 (Cs-137)은 공기 중에서 9 Bq/m3, 10 Bq/m3, 물에서는 각각 30 Bq/L와 50 Bq/L로 제한된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는 음용수를 통해 연속적으로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는 경우, ‘평상시’ 연간 누적 방사선량이 0.1 mSv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미국은 연간 0.04 mSv로 이보다 훨씬 엄격한 관리기준을 제시한다. 물론 원전폭발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연간 5 mSv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도 좋다는 국내의 ‘비상시’ 기준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기술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의 일시적 한계수준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지난 4월 6일 저녁, 일본의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비구름이 한국의 남부지역을 돌아 북상한 일이 있다 (그림 4). 당시 제주도에서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채취한 빗물에서 Cs-137이 0.988 Bq/L, Cs-134가 1.01 Bq/L 정도 검출되었으며, I-131도 2.77 Bq/L 수준으로 검출되었다. 제주도 주민이 그 수준으로 오염된 물을 연속적으로 음용한다고 가정하여 연간 방사선 노출량을 추정하면, 세계보건기구의 권고기준보다는 약간 낮지만 미국의 음용수 기준보다는 높은 수준의 방사선량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이는 ‘별 문제가 아닌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음용수 섭취에 대해 ‘주의’를 당부해야 할 수준의 문제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그림 4. 4월 6일 일본과 한반도 대기 (출처: 오스트리아 기상지구역학 중앙연구소)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현재진행형이다. 방사성 물질이 언제든 기상조건에 따라서 한국으로 직접 날아올 수 있는 상황이며, 일본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이나 수산물 등 식품을 통해 2차적으로도 넘어올 수 있는 상황이다. 안타깝지만 의심할 여지없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피해는 우리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따라서 경제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최고의 에너지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한국의 원자력업계 이해당사자들의 대국민 기만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찾는 노력과 에너지를 아끼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와 우리의 후손, 인류의 안전한 미래를 모두가 함께 설계해 나가야 한다. 본래 원자력은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무서운 불’이었다.
? National Research Council. Health Risks from Exposure to Low Levels of Ionizing Radiation. 2006.
? NCRP Report. 1993.
? 대한방사선방어학회.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국내방사선 영향. 토론회 자료. 2011.4.6.
? 오스트리아 기상지구역학중앙연구소 (ZAMG)
? 하미나. 일본 원전사고와 방사선노출의 건강영향. 원전사고와 시민건강 토론회 자료집(2011.3.28.) / 환경보건포럼 자료집(2011.4.15.)
1) 참고로, 방사선량을 설명할 때는 SI 단위로서 Sv(시버트)가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되는데, 이는 등가선량(dose equivalent)과 유효선량(effective dose)의 단위이다. 특히 유효선량은 인체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신체의 조직 및 장기에 따라서 방사선 영향이 각각 다르므로 등가선량에 조직가중치를 고려하여 산출한다(예전 선량단위였던 rem으로 계산하면, 100 rem이 1 Sv에 해당한다). 그러나 Sv 수준의 단위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에 매우 큰 값이어서 통상적으로 그의 1/1000 에 해당하는 mSv 단위를 사용하고 있다.
2) 54,000Bq/kg × 0.05kg/일 × 365일/년 × 2.2×10-5mSv/Bq (방사성 요오두 내부 피폭 환산계수) = 21.7 mSv/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