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무실의 동료를 인터뷰해보신 적이 있나요? 음, 저는 해봤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요. 일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 작은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공유해 온 동료를 대상으로 인터뷰원고를 쓰는 기분… 쑥스럽습니다.
마주 앉아서 서로 시선을 좀 피하다가 드디어 제가 입을 열었습니다. 첫 질문치고는 좀 약하군요.

 

자기 소개를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 직책이 없어, 어떻게 해야 되나. 상근활동가라고 할까? 밖에 나가도 사람들이 직책이 뭐냐고 물어. 그때는 상근자라고… 

 

이상하다, 명함에 직책 만들어서 찍지 않았나요? 이번에 CBS라디오 인터뷰할 때도 사회자가 직책이 뭐냐고 물었는데, 없어요 했죠? 사회자가 당황했겠는데.

– 그러니까, 얼마 전 국회 토론회에도 지정토론자로 나갔는데 직책이 없냐고, 토론문에 그냥 상근활동가라고 적혀있으니까.

 

빨리 만들어 달라고 얘기를 하죠.
– 아! 직책을 공모합니다, 낼까? 여기에?

 

 

노동건강연대 회원들이라면 사무실의 일본인 상근자 스즈키 씨를 알 겁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몰라도요. 전화를 받거나 모임에서 인사를 하는데 그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회원들은 처음에는 긴장합니다. 그의 부드러운 한국어를 듣는다면 바로 긴장을 풀리기는 하지만.
스즈키 씨는 지난 4월 13일에서 18일까지 후쿠시마 재난현장을 다녀왔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이 고국의 재난현장을 조사하고 왔다는 소식에 많은 한국 언론이 기사를 썼습니다. 라디오시사프로에 초대받아 방송국까지 다녀왔지요. 한국에 사는 일본인, 게다가 사회 운동하는 일본인에 대한 관심이 늘 그를 따라다닙니다. 그 관심에 대해 거리를 두고 지내왔지만, 이번만은 고국의 소식을 알리기 위해 요청이 오면 어디든 달려가신 스즈키씨입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려는데 자리에 앉아있던 사무국장이 우리 단체 티셔츠를 들고 와서는 입으라고 합니다. 분홍색 후드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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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어울려요, 젊어 보이는걸”

“회원여러분 반갑습니다, 특별히 반갑진 않아요”

키득키득 웃으시는 스즈키씨. 나이와 매우 안 어울리는 언행입니다. 하긴 스즈키 씨는 일본에서 활동하시다가 한국의 노조활동가에게 반해서 결혼을 하러 건너오신 용감하고도 순수하신 분입니다.

 

 

잘 모르는 회원들을 위해서 자기소개를 다시 한 번 해주시죠.
– 회원 여러분, CMS동의서를 다시 써야 됩니다. 써 주십쇼.

 

 

일본사람이 단체에 있다는 이유로 회원들이 일을 더 시키지 않나요? 평소에 궁금해 하지 않던 일본 소식들, 연구 자료들, 법제도들 물어보고 번역해달라고 조르잖아요.
– 음… 주로 일본의 연구, 일본 산업보건이나 법규 등 한국과 유사하니까 일본 정보수집 하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오히려 일본에서 선행된 제도를 한국이 보완해서 잘 쓰려는 부분이 있죠.

 

사무실에서 회비관리하시고 회계 맡고 계시잖아요. 내가 왜 한국까지 와서 이 일을 하고 있나, 하기 싫진 않으세요?
– 회계라기 보다는 거의 지갑관리 수준인데(웃음), 재정계획 세우는 정도는 아니라서… 있는 만큼 계산하는 일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노동건강연대의 재정 상태를 평가해주신다면 어떤 상태입니까?
– 노건연의 재정상태가 음… 계획은 세우지만 절대로 예산대로 가지 못하는 재정구조입니다. 그러니까 통상 회비만으로는 적자, 적자 부분에 대해서 회원들 후원금에 기대는 현실이죠.

 

괜히 물어봤다. 회계담당자의 슬픈 진단이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지난 4월의 후쿠시마 방문에 대해서 질문하려고 합니다. 후쿠시마 다녀오신 후 바쁘셨죠? 여기저기서 계속 불렀잖아요.
– 후쿠시마 사고가 해결이 안되고 있고, 방사선 피해가 늘어나고, 노동자들 피폭이 계속되는 상황이니까 계속 주시하고 한국에 알려주는 게 제 역할이에요.

 

 

기자들이 제일 많이 궁금해 하는 게 어떤 건가요?
–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제일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가 핵공학 전문가가 아니니까 핵 자체에 대해서 묻는다기 보다 일본 사람이 뭘 생각하나 궁금해 하는 거죠. 일본 사람을 하나로 묶을 수 없고 정보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행동이 달라요. NHK만 듣고 있으면 크게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요. 지금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포함해서 농수산물을 안전하다고 하고 있는데 모두 검사할 수가 없고, 애 엄마들은 아이한테 무얼 먹이면 좋은지 고민하고 있어요.

 

후쿠시마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비중이 높은 편인가요?
– 각 지역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고, 우유는 세 번을 검사해서 세 번 다 방사선 수치가 안 높으면 시장에 나갈 수 있게 돼 있어요. 식품모니터링이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무얼 먹는다는 게 불안할 만큼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게 어려운 일이 되었군요.
–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어쩔 수 없다는 사람도 있죠. 방사선이 외부피폭도 문제지만 먹는 거, 내부피폭도 문제인데, 도쿄 옆에 치바 현이라고 있어요. 애엄마 모유에서 방사성물질이 나왔거든요. 내부피폭이 있다는 증거예요.

 

핵발전소폭발만 무서운 건 줄 알았는데, 일상생활 영위해가는 일도 공포의 연속이네요.
– 오염된 식량이 상당수 있을 거예요. 오사카 같은 서쪽지방으로 이주하면 좋겠지만 거기까지 생각 못 하죠. 생활기반을 버리고 이동하지는 않을 거예요. 저선량피폭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있어요. 아예 무시하는 사람이 있고, 적어도 어린이에게는 덜 영향을 주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

 

아이들이 컸을 때 건강할지 두렵네요. 핵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떤가요?
– 뭐가 안전한지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어요. 주류학자들은 방사선위험을 축소하려고 하죠. 한국도 일본처럼 그런 것 같아요. 저선량피폭이 위험하다고 인정한 보고서가 별로 없어요. 체르노빌사고도 저선량의 건강장애는 보고가 제대로 안 되어 있어요.

 

핵 옹호세력들의 이해관계와 연결돼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독일은 2022년까지 원전을 폐쇄하겠다고 했고, 일본도 간 총리가 하마오카 핵발전소 가동을 중지하겠다고 했잖아요. 반대하는 세력도 많은 것 같지만 …
– 핵으로 살아야 하는 세력이 반발하고 있죠. 그렇지만 일본은 어느 때보다도 탈핵움직임이 의미있는 큰 세력으로 만들어지고 있어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요. 핵 밖에 살아갈 방법이 없다고 선전해 왔는데, 핵은 위험하다 대안이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거죠. 독일을 비난하는 나라들도 있지만 정책으로 평가해야죠.

 

일본은 핵으로 큰 고통을 겪은 나라인데 어떻게 바로 핵발전소를 지을 수 있었나요. 참 궁금한 점이예요.
–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말을 IAEA가 쓰기 시작했죠. 심지어 일본 공산당까지 핵에 대해 반대 안 했어요. 자민당이 추진하는 핵은 반대했지만 사회주의가 사용하는 핵은 지지한다고 했죠. 그래서 60년대 반핵운동이 갈라졌어요. 히로시마, 나가사키가 핵을 맞고, 미국이 태평양에서 수소폭탄실험을 할 때 일본어민들이 피폭됐죠. 일본이 수소와 핵을 모두 처음 맞은 거예요. 그런데 당시 50년대 후반 냉전시대, 중국이 핵폭탄개발에 성공하자 일본 공산당이 미국 핵을 견제하기 위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어요. 원수폭금지일본협의회(원수협)가 먼저 있었는데 사회당계열,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총평) 등이 떨어져 나와서 원수폭금지일본국민회의(원수금)를 만들었죠. 원수협에는 공산당계열만 남게 됐어요.

그래서 일본 반핵운동이 모든 핵을 금지하자는 세력과 ‘핵의 평화적 이용’은 가능하다는 세력으로 갈라진 것이죠.

 

그렇군요. 현재 일본의 운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건가요?
– 일본은 전국적 환경단체가 없어요.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이나 건설예정지역 주민들이 반대운동을 하죠. 도시는 도시대로 반핵운동이 있지만 운동을 조직하는 방식이 한국과 달라요. 80년대 일본반핵운동은 총평과 사회당이 있어서 할 수 있었거든요, 노동조합의 대중동원이 가능했으니까요. 89년 총평이 해산하고 운동도 시들해졌죠.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가 만들어지면서 노동운동이 우경화되고 전국적 구심도 없어졌어요.

 

지금 사고를 낸 도쿄전력에도 노동조합이 있나요?
– 전력회사들 노동조합이 있죠. 그러나 이번 후쿠시마 사고 때 도쿄전력 홈페이지를 보면 사고에 대한 사과는 없어요. ‘계획정전으로 피해를 줘서 미안하다’는 말만 있습니다. 그동안 일본 노총이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입장이었는데 5월에 입장을 보류하고 검토하는 중이라고 했어요. 전력4회사의 노동조합이 노총의 중심세력인데 쉽지 않죠. 한국 노동조합의 상황과 비슷해요. 노동조합이 선택하기가 어려워요. 일자리문제라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규제하기 전에는 어렵죠.

 

일본은 지역운동이 활발하다고 하셨는데 한국의 반핵운동이 지역과 연대하기 위해서는 무얼 해야 할까요?
– 지역에서 반대를 하지 않으면 지금 같은 핵추진 구조에서는 어려워요. 부안을 봐도 지역 주민이 투쟁으로 핵폐기장을 백지화했잖아요. 그냥 토목공사라고 생각하는 지역은 유치할 것이고, 후보지로 나서는 구도예요. 정책적으로 탈핵을 하지 않는 한, 유지하기 위해서도 계속 핵발전소 얘기가 나오죠.

 

도쿄시민들이 이번 여름의 전력수요를 어떻게 줄여야 할지, 일본정부가 고심 중이라는 기사를 읽었어요.
– 실내냉방온도를 너무 낮추지 말자든가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사실은 도쿄전력의 1/3은 대공장이 쓰는 거예요. 가정에서도 절전해야 겠지만 큰 공장의 절전이 관건이에요. 토요일 일요일 쉬는 게 아니라 전기수요가 많은 평일에 쉬고 주말에 공장을 돌리자, 작업시간을 일찍 시작해서 일찍 일을 끝내는 식으로 하자, 심야노동을 도입하자는 얘기도 있어요.

 

음, 덜 사야 덜 만들고 생산량을 줄일 텐데 물건은 계속 만들어내야 하고 일자리도 걸려있고 쉬운 문제가 아니군요. 이제 일본의 건강권 운동 상황을 들어볼까요.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가요?
– 후쿠시마에서 노동자 피폭이 계속되고 있어요. 전국노동안전위생센터연락회의(안전센터)가 정부와 교섭을 하고 있어요. 노동자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라고. 사고 수습을 위해서 전국에서 노동자가 투입되고 있는데 어마어마한 피폭량이 있을 거예요. 확실히 안전하게 피폭작업을 관리하고 피폭결과를 계속 추적하고, 건강관리 제도를 보완해야 해요.
전국안전센터가 후생노동성하고 교섭하고 있는 것인데, 정부가 핵발전소 작업자의 1년 노출상한선을 250 밀리시버트(mSv)로 올렸거든요. 250mSv에 노출되면 조혈기능에 장애가 분명히 나타난다고 되어 있어요. 실제 현장에서는 250이 아니라 100mSv 노출되면 투입을 안 하는 방향으로 하고는 있지만. 100mSv도 평상시의 5배예요. 보통 1년에 20이 기준이니까요. 방사선작업종사자의 1년한도도 50mSv가 최대이고요.

 

아 그렇군요. 사고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계속 작업하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네요.
– 전국의 노동자들이 모여서 일하고 있어요. 플랜트, 건설, 배관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죠. 일용노동자들도 동원되고요. 오사카에서 트럭운전사 모집한다고 해서 갔더니 본인도 모르게 후쿠시마 원전에서 폐기물처리 일을 하게 된 경우도 있어요. 트럭운전사가 국가대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심각하군요. 일반 노동문제 중에 는 어떤 이슈가 있나요?
– 아! 최근에 정신건강 문제, 멘탈 헬스 문제가 심각한 것 같아요. 정부는 과중노동, 장시간노동의 문제로 다루는데 직장 내 왕따, 괴롭힘 같은 문제가 많아요.
점점 서서히 드러나고 있어요. 노동 강도가 세지고 인간관계가 공격적으로 변해서 그런 건지 상담이 늘어나고 있어요. 노동 상담으로 오는데 들어보면 정신건강 문제인 경우가 많아요. 산재로 신청하려는 상담이 아니라 지역유니온, 일반 노조에 노동 상담으로 오는 거예요. 상담이 오면 노동조합은 교섭을 통해서 직장 내 괴롭힘을 시정하려고 하는데 잘못하면 해고가 되니까 어려운 문제예요.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비정규직,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해서 새로운 노동운동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거 같아요. 맞아요? 
– 일반노조나 유니온의 활동스타일이 일본과 한국이 달라요. 한국 노동조합은 개별 노동상담, 법적 대응은 주로 노무사가 맡아서 하고, 노동조합은 조직 확대, 노조설립에 주로 공을 들이잖아요. 일본은 유니온, 지역일반노조들이 개별노동자 상담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요.

한국은 노동자가 혼자 찾아오면 보통 노무사를 연결해주는데 일본은 활동가들이 상담에 대해 하나하나 대응해요. 사람과 시간은 투입하는데 성과는 더디거든요.
한국은 노동위원회가 개인이 구제 신청하는 것도 다루는데 일본은 집단적 분쟁만 노동위원회가 다루거든요, 그러니 개인이 지역노조에 상담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되는 거예요. 

 

한국 노동운동 내부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이 많다고 하잖아요, 일본의 상황은 어때요?
– 일본과 비교하자면 일본 정규직은 한국만큼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없어요. 한국은 조직하려고 하잖아요. 비정규직의 존재를 문제라고 인식하고 두 노총이 의지를 표명하거든요.  일본은 조직사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요.

 

노동운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희망이 있나요?
– 희망은, 노동자가 독자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사회변혁의 힘이 약하죠. 농민도 그렇지만 노동자도 자기 목소리가 없으면 자본의 공세는 누가 막나요, 노동조합에 희망을 가져야죠.

 

역시 오늘도 한 수 배웁니다. 잊고 있던 기본을 깨우쳐 주실 때가 많은 대선배이십니다.

노건연 일은 어때요? 재미있나요?
– 재미있냐고? 음… 음… 노건연이 그러니까… 전문가 단체잖아요. 노건연에 모이는 사람들이 전문성을 살리는 기획을 하면 좋겠어요.

 

지금 활동이 재미있냐 이거죠. 노건연 일이 재미없으신 거 아녜요?
– 재미있냐… 바빠서 정리가 안 되고 있어요. 재미가 없는 것보다 아무래도 비정규직, 영세노동자 연대하는 사업, 지금은 정책 사업이 중심인데 조금 충전해서 영세노동자랑 연대하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노동건강연대가 전문가 단체라고 하셨잖아요. 여기서 상근활동가의 역할은 뭘까요?
– 전문가와 현실 사이에 실현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연결하는 게 상근자 아닐까요. 전문가 한 사람 한 사람은 전체를 못 보거든요. 운동 전체를 보는 건 상근자예요. 회원들이 힘을 발휘하게 하는 역할이죠. 노건연 회원들도 훌륭한 활동가들이 많지만요.

 

역시 잊고 있던 부분을 짚어주십니다. 저는 과연 그렇게 진지한 생각으로 활동을 하고 있나 고개를 떨구게 됩니다.

한국생활은 어때요? 마포 성미산 지역에 살면서 지역운동도 하고 계시잖아요.
– 아이가 어린이집 다니던 몇 년 전보다 비중이 줄었어요. 일본에 연수 가는 아이들 위해서 일본어도 가르치고 그랬는데… 한국생활은… 그냥 한국에 사는 거죠.

 

외국인들은 한국 사람들이 바쁘게 산다고 하잖아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한국문화는 어때요?
– 사회변화가 빠르죠.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요즘 노동자 문화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걸 느껴요.

 

노동자 문화라… 자세히 얘기해 주시죠.
– 집회문화가, 자기들이 만들었다기보다 역할분담을 딱딱 하면서. 옛날에는 같이 만든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무대와 보는 사람이 따로 있고 일체감이 없는 것 같아요. 여성들이 하는 집회는 잘 하는 것 같은데. 무대에도 올라가고, 발표도 하고 공유하려고 아주머니들이 재미있게 하는데.

 

남성노동자의 집회문화가 변화가 필요하긴 하죠. 최근 본 한국영화 있나요? 일본 소설가 중에 좋아하는 소설가 있어요?
– 드라마도 안 보고, 가수도 몰라서… 용산문제를 다룬 를 작년 겨울엔가 봤고, 일본 소설가는 일본 가면 가끔 일본 고전소설, 옛날 작가들 소설을 사오죠.
한국에서 인기 많은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소설가는 허무주의를 부추겨서 안 좋아해요.

 

 

여기까지가 공식적인 인터뷰의 기록입니다. 수첩을 덮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최근 한국정세부터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이야기까지… 그러다가 다시 후쿠시마 사고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일본의 르뽀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에 이번 후쿠시마 사고를 취재한 이들은 대부분 프리랜서 들이라고 얘기해 줍니다.

노동건강연대에 스즈키 씨같은 훌륭한 상근활동가가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 착한 마음씨, 원칙을 지키는 엄격함, 부지런함, 성실성… 저에게 없는 것을 너무 많이 갖고 있으면서 겸손하기까지 합니다. 아, 너무 진지해서 썰렁할 때도 더러 있지만요. 저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단체 활동가들이 스즈키 씨를 보며 배웁니다. 완전 소중한 우리 곁의 선배활동가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후쿠시마 사고에 대한 스즈키 씨의 진한 통찰을 들려드리면서 조금은 길었던 인터뷰를 마칩니다. 

 

– 후쿠시마의 이번 사고는 일본이 패전 이후 겪은 최대의 사건이에요. 95년의 한신지진도 국지적 피해였고. 이번 핵발전소 폭발은 핵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할지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요. 민주주의를 행사할 수 기회를 준 거죠. 일본은 그동안 핵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말해왔어요. 이제는 판단해야 하는 거예요. 사고가 터졌어도 아직 각성안 한 사람도 있고, 핵발전소 운전정지로 일거리가 끊어지는 사람도 생겨요. 한번 만들면 선택하기 어려워요. 제 딸이 꿈을 꿨대요. 일본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한국에서 사는 꿈.
일본이 지진, 태풍, 쓰나미 를 안고 살아야 하는데 방사선까지 안고 살게 생긴 거예요. 일본은 공해문제도 많이 겪었어요.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중요성을 알게 된 거예요. 일본 사람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