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들른 GS건설의 서교자이 공사현장은 벌써 큰 진척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건설노동자들이 진정한 영웅이라며 서울시는 동네방네 표창장으로 도배를 하고 있는데, 정작 영웅들이 사라져간 자리는 그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1_여는글_사진1.jpg
                GS건설 서교자이 공사현장, 벌써 건물 모양새를 다 갖췄다


1_여는글_사진2.jpg
                        서울시내 가판대벽에 설치된 건설노동자 ‘표창장’ 
그리고 늦어진 원고를 마무리하고 있는 동안 쌍용차에서는 두 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떴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작업이 늦어지면서 겨울호를 제 때 내지 못하고 이제야 겨울/봄 합본호를 내게 되어 독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에 덧붙여, 이렇게 어두운 이야기로 을 시작하게 되니 마음이 더욱 무겁습니다. 
그래도 봄날은 오고, 기쁜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해봅니다. 
이번호 [특집]으로는 최근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복지국가 논쟁에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산재보험 개혁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지 다루었습니다. 이게 되겠어? 혹은 이게 맞는 길이야? 라고 문제제기를 하는 독자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발적 문제제기를 잇는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2010년 [연중기획]으로 한국의 노동안전보건행정 문제를 세 차례에 걸쳐 다루었고, 이번호에서는 그 마무리로 간담회를 지상중계합니다. 기획 기사는 여기에서 끝나지만, 논의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소식을 계속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법의 이면]에서는 법적 제재로 과연 중소기업의 산재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인지 살펴보았고, [눈여겨볼 연구]에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산재현황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지표 특성 때문이라는 결론을 도출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연구보고서를 소개했습니다. [통계공부방]에서는 그동안 잘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산재보험의 재정과 운영에 대한 몇몇 정보들을 알려주며, [이야기의 힘]은 산재보험의 나아갈 길에 대해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에게 제안하는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모두 산재보험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다루고 있는 글들입니다.
 
한편, 묵묵하게 생활과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산재 노동자의 목소리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들을 수 있고, [해외이슈]에서는 세계의 두 극단, 방글라데시와 미국에서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을 전합니다. 구체적인 현실은 서로 다르지만, 정의를 찾기 위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만은 국경을 넘어 한결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들입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생활의 발견]은 도시를 떠나 살아간다는 것의 불편함과 한편으로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진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은 힘이 있습니다. 
2011년 에는 좀 더 도전적이면서, 일관되고 끈질긴 문제제기를 담아보겠다는 생각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 비판, 그리고 새로운 문제의식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