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는 상습·악덕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체불사업주 명단공개, 금융거래 및 신용 제재, 정부입찰 참가자격 제한 등 불이익 추진”을 위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 법률안(이하 ‘체불사업장 개선대책’)을 입법예고했다.  

2010년 10월말까지 임금체불액은 무려 1조 4백억 원, 피해 노동자만 25만 명에 달하는 등 임금체불이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이것이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임에도 체불사업주는 소액의 벌금만 내고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음으로써 임금체불에 대한 경미한 죄의식이 사회 전반에 만연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새롭게 입법 예고된 주요 개정법안의 내용은 ① 체불사업주 명단공개, ② 체불사업주 금융 및 신용제재, ③ 정부임찰 참가자격 제한이다. 노동부는 이 대책을 통해 상습적인 임금체불을 줄이고, 제때에 임금을 받지 못해 발생하는 생활고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번 체불사업장에 관한 개선 대책안은 기본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징수법)을 참고 또는 모델로 하고 있다. 즉, ① 체불사업주 명단공개는 산안법 제9조의 2항 (사업장의 산업재해 발생건수 등 공표), 징수법 제28조의 6항 (고액·상습 체납자의 인적사항 공개)를 모델로 한다.  ② 체불사업주 금융 및 신용제재는 징수법 제29조의 2항 (체납 또는 결손처분 자료의 제공)을 모델로 하며, ③ 정부입찰 참가자격 제한은 산안법 제51조의 2항 (영업정지의 요청 등)을 참고하고 있다.

 

이처럼 산안법 및 징수법을 참고한 체불사업장 개선대책은 산재발생 사업장 및 산재보험료 미납 사업장에 대한 적극적인 공개와 제한이 나름의 성과를 보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노동부가 1월 25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2천 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으며, 사망을 포함한 사고·질병 등의 산재자 수는 확인된 경우만 해도 9만 8,620명이었다. 그러나 이는 공식적인 숫자일 뿐, 공상 및 숨겨진 산재피해까지 포함한다면 그 숫자는 훨씬 클 것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산재가 50인 미만의 영세한 사업장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으며 그 비율은 전체 산재사업장의 80%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 9월말 산업재해 발생현황의 규모별 재해분석에 따르면, 5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재해자 및 사망자의 비율이 감소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결과는 당연한 것이다. 한국의 산업안전 및 산업재해 예방?점검이 대규모 사업장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체불사업장 개선대책의 모델이 된 산안법 및 징수법을 살펴보면, 그 대상은  ① 산재발생이 신고된 사업장만을 ‘예방불량 사업장’으로 선정하여 그 결과를 공표하고, ② 고액 체납액을 기준으로 하므로 대규모 사업장이 주 대상이 되며, ③ 다수의 사망 및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사업장에 집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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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규모별 재해자 발생 현황

이 때문에, 체불사업장 개선대책의 모델이 된 산안법 및 징수법 규정이 중소영세 사업장에 적용되어 효과를 발휘하려면 몇 가지 수정이 필요하다. 특히 본 제도가 신고 접수된 사업장별 산재발생건수만을 공개요건으로 하거나, 산재가 발생한 결과에 따라 금융·신용제재 또는 정부입찰자격을 제한할 경우 오히려 사업주가 산재발생을 은폐하거나 공상으로 처리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산재가 발생하여 접수된 건수만이 아니라, 산재다발 지역 및 산업종류별, 특히 산재발생률이 높은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을 통해 ① 산재를 은폐한 사업장 및 공상처리를 한 사업장에 대한 공개와 제재, ② 중소기업의 산재발생 시 산재처리를 활성화하고 유도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단순히 산재발생율의 공개 뿐 아니라 ③ 노동자의 산재요청에 대해 불합리한 이유로 산재신청과 자료요청을 거부한 사업장의 공개와 제재가 필요하다.
한편 ④ 이미 산재가 다수 발생하여 ‘산재예방 불량사업장’으로 공개되었던 사업장에 대해서는 산재노동자에 대한 적극적인 산재적용, 동일한 산재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환경 변태 등을 조사하여 작업환경 우수개선 사례로 개발하고, 산재예방을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⑤ 산재재해 발생건수 공표대상 사업장의 경우 ‘연간 산업 재해율이 규모별 같은 업종의 평균 재해율 이상인 사업장 중 상위 10% 이내에 해당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삼아, 사업장 규모에 따른 차이를 반영하지만, 금융·신용 제재 및 정부입찰자격의 제한에는 규모에 따른 차이가 전혀 반영되지 않아, 중소기업에게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산업재해율 개선을 위해서는 ‘사업장 공개’와 ‘지원 축소’라는 강압적이고 일시적인 수단 이전에 ‘2011년 근로자 건강증진활동 비용지원계획’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 사업장 환경 개선과 산재예방 및 산재처리에 관한 교육 및 관리를 통해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산재예방활동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의식의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이번에 발표한 체불사업장 개선대책이 산안법과 징수법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나, 모범으로 삼은 이 법들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실질적으로 적용됨으로써 노동부가 말한 대로 ‘산재에 대한 처리미흡과 은폐를 방지하고, 산재에 대한 낮은 의식 수준을 고양시키며, 사업주의 그릇된 인식으로 인한 지속적이고 되풀이되는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초석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