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책임자: 강성규
 – 참여연구원: 권오준, 김영선, 이경용, 최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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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9월 7일 오전 2시, 제철소 용광로 작업자였던 29세 청년이 작업 중 1,600도를 오르내리는 쇳물 속에 빠져 사망하는 재해가 일어났다. 이후 청년의 죽음을 둘러싼 안타까운 사연들이 전해지면서, 고인의 명복을 기리는 추모 열기가 달아올랐고, 자연스럽게 산업재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산업재해율은 수년간 정체 또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행한 『산업재해정체 원인분석 및 대책 연구』는 한국의 산업재해정체 원인에 대한 분석과 그 대책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산재가 정체한 것처럼 보이는 가장 큰 요인이 산재 예방 지표로 사용하는 재해율 지표의 한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매년 발표하는 ‘산업 재해율’은 1년동안 발생한 ‘재해자 수’를 한 해 ‘전체 근로자 수’로 나누어 구한다. 이렇게 계산 한 산업 재해율은 이론상으로 단순 ‘재해자 수’가 아니라, ‘전체 근로자수’를 감안하기 때문에 ‘재해자 수’보다는 재해 예방효과를 더 잘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산업재해율도 여러 가지 이유로 재해 감소효과를 그대로 나타내지 못하는데, 이  보고서는 이러한 한계점들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먼저 산업재해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째 산업재해로 인해 다치는 경우, 즉 ‘사고성 손상’ 이 있으며, 둘째, 직장에서 유해요인 노출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성 난청, 진폐증, 유해물질 중독 등 ‘업무상 질병’ 이 있다. ‘사고성 손상’과 달리 ‘업무상 질병’은 현재의 예방 노력과는 관계없이 과거의 열악한 작업환경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현재의 산재예방 효과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 산재보험에 적용을 받는 노동자 수가 점차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재해자 수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2001년 산재보험적용 노동자수는 1,058만 명이었으며, 2009년에는 1,388만 명으로 약 330만명이 늘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재해‘율’의 정체 또는 증가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셋째, 본 연구는 ‘산재 미가입사업장의 재해 발생 후 신고 사례가 증가하는 것’을 산업 재해율 정체의 원인들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원칙적으로 1인 이상의 노동자가 근무하는 모든 사업장에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3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은 당연히 가입하여야 할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비율이 높다. 이러한 사업장에서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그때서야 산재보험에 가입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가 바로 ‘산재 미가입사업장에서 재해가 발생한 사례’이다. 이런 사업장이 2001년에는 전체 재해건수의 2%에 불과했으나, 2009년에는 11%로 거의 다섯 배가 증가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들 사례를 기업 규모별로 구분해보면, 30인 미만의 소규모 영세 사업장에서는 전체 사업장 평균에 비해 이러한 사례가 29%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경우, 산재가 발생한 사업장들만 가입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분모에 해당하는 전체 노동자 수가 정확히 반영이 되지 않은, 즉 실제보다 적게 반영된 상태에서 분자인 ‘산업재해자 수’만 증가하여 산업재해율이 정체 또는 오히려 증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이 연구는 사업장에서 일어난 재해 중 상당수가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해 산재통계에 반영되고 있지 않은 점도 재해율 정체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했다. 여러 연구들이 이렇게 통계에서 누락된 재해의 규모를 추정했는데, 적게는 2~3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문제는 앞서 말한 ‘산재 미가입사업장의 재해’와도 관련 있다. 다시 말하면, 이러한 미반영 재해는 향후 산재보험에 대한 인지도 증가로 인해 점차적으로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 경우에도 분모(전체 노동자)는 실제보다 낮게 반영된 상태에서 분자(산업재해노동자)만 증가하므로 재해율은 정체 또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재해율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구조적 요인으로, 취업노동자의 고령화에 따른 재해율의 변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재해율의 변화, 경기변동에 따른 재해율의 변화, 교통사고, 체육행사 중 사고 등 재해예방정책들과 무관한 사회복지차원의 보상 증가, 소규모 사업장에서 경미한 재해에 대한 보상 증가 등의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현재의 재해율 정체 현상은 실제 상황이라기보다 앞에서 제시한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산업재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과거에는 (산재로) 처리하지 않았던 사고 부상에 대해서도 산재보험으로 처리하는 인지효과에 의한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또한 이 연구는 한국의 산업재해 지표와 미국, EU 등 OECD 국가들 사이의 산업재해 지표들을 비교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 간 비교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으로 노동시간의 영향을 들고 있다. 한국 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2,200시간으로, 독일의 1,800시간에 비교하면 20.2%나 높다. 근무시간이 길면 늘어나는 시간만큼 재해 발생의 위험도도 증가하는데, 이러한 연평균 노동시간의 차이를 무시하고 단순히 상시근무자 1인당 재해발생률로 국가 간 지표를 비교하면, 한국의 분모가 실제보다 적게 추정되므로 실제 재해발생률보다 더 높게 나타나게 되어 적절치 못한 비교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 간 비교에는 이러한 노동시간의 차이를 보정한 전임노동자수 (FTE, Full-Time Equivalent)로 보정할 것을 제시했다.

그러나 보고서에서 직접 이렇게 보정을 한 경우에도, 2007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십만 명 당 사고사망자는 8.81명으로 EU 15개국 평균 2.9명, 싱가포르 2.9명 보다 훨씬 높았다.
사고 손상율을 살펴보면, 2007년 평균노동시간을 보정한 손상율이 0.49%로 EU 15개국 노동자 100인당 평균 손상율 2.9와 비교해 6분의 1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산재사망율과 산재손상율의 불일치에 대하여 몇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는 향후 산재예방 사업방향 및 지표개선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향후 산재예방 사업은 업무상 사고와 질병을 구분하여 실질적인 사업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업무상사고를 중심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산업 등 업종별 사고 유형의 차이를 고려한 예방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업무상질병에 대한 예방정책에 대한 제안은 없었다.

지표개선과 관련해서는 모든 산재사고 손상이 통계에 들어오도록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으며, 이를 위해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자료의 연계분석, 표본 설문 조사를 통해 전체 손상 중 산재손상의 기여율을 확인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리고 산재 예방효과를 보기 위한 적절한 지표로는 사고 사망자 수 또는 사고 사망률 등이 적합한 지표라고 제안하고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고 사망자 수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다면 한국의 산업안전보건 수준은 재해율과는 상관없이 적어도 EU 국가들의 평균 수준에는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 홈페이지 ‘안전보건 연구’ 게시판에서 검색이 가능하다

( http://oshri.kosha.or.kr/bridge?menuId=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