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FTA 10년 캐나다…’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

[프레시안 2006-10-23 14:49]

[프레시안 강양구/기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캐나다의 먹을거리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됐다는 증언이 나와 주목된다. 농촌ㆍ농민ㆍ농업이 큰 피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광우병 발병, 유전자 조작 농산물 확산, 비만의 확산, 보건의료비 급증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미국과의 FTA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미국과 FTA 체결한 캐나다…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

지역 먹을거리(local food) 운동에 연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 중인 캐나다 토론토 식량정책협의회(Food Policy Council)의 웨인 로버츠 박사는 23일 국회 기자실에서 열린 국내 사회과학자 101인의 한미 FTA 협상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미국과의 FTA 체결 후 캐나다의 먹을거리 환경이 얼마나 악화됐는지 생생히 증언했다.

로버츠 박사는 “캐나다는 1988년 이래로 미국과 FTA 협상을 해 왔고 199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현실화됐다”며 “그 뒤 캐나다의 먹을거리 환경은 크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사이에 광우병이 발병했고, 40종이 넘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승인됐다”며 “밀을 재배하는 농민은 토종 종자를 더 이상 키우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로버츠 박사는 “FTA는 미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 미국 상품이 지역산 상품보다 더 싸게 보이도록 해줬다”며 “이 때문에 농업의 근간이 훼손돼 특히 대도시 주변 지역에서 농민의 수가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문제는 캐나다 정부가 국민의 이익을 위해 법률을 제정하는 것조차 마음대로 못하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로버츠 박사는 “미국산 정크푸드가 캐나다에 무차별 공세를 펴면서 1988년 캐나다인의 10%가 비만이었는데 지금은 30%로 늘어났다”며 “이 때문에 보건의료 비용은 연간 수백만 달러가 추가로 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8년보다 지금 더 많은 사람이 구호용 먹을거리를 위해서 푸드뱅크를 찾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로버츠 박사는 마지막으로 “현재의 한미 FTA 협상은 이보다 더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캐나다의 경험이 이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의 지역 먹을거리 운동을 이끌고 있는 마크 윈 씨도 “광우병, 유전자 조작 농산물에 대한 한국인의 우려가 한미 FTA 협상 속에서 제대로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과학자 101인 “한미 FTA 당장 중단해야”

이날 FTA 4차 협상에 맞춰 한국농촌사회학회, 한국사회학회, 한국산업사회학회, 한국비교사회학회 회원 101명은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국민의 걱정과 전문가의 비판에도 2007년 3월 타결을 목표로 조급히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 협상 과정을 보면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한미 FTA는 한국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사회문화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중요한 문제인데도 정부는 그 영향에 대한 사려 깊은 평가 없이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며 “협상 내용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 홍보에만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근거 없이 한미 FTA의 긍정적 영향만을 과장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FTA가 우리 경제, 사회 전반에 중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또 미국과 먼저 FTA를 체결한 국가들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분석이 부족하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FTA, 국민 생명 포기하겠다는 발상”

이날 성명서를 발표한 사회과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로 한미 FTA로 인한 농업, 농민의 궤멸이다. 이들은 “정부는 농업을 농민에게만 국한되는 협소한 문제로 호도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미 FTA 농업 관련 협상은 모든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 및 식량 주권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미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으며 광우병, 유전자 조작 농산물과 같은 심각한 먹을거리 위협에 노출돼 있다”며 “한미 FTA는 수천㎞ 떨어진 곳에서 생산되는 화학 약품으로 오염된 농산물을 식탁에 올려놓음으로써 국민 건강을 지속적으로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정부는 근거가 희박한 경제 논리를 앞세워 국민 건강과 농민ㆍ농촌ㆍ농업을 포기하는 한미 FTA 협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국회도 한미 FTA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정부의 일방적인 협상 추진을 즉각 중지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면밀한 검토 후에 국민의 합의에 따라 FTA 추진 여부와 그 시기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양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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