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호가 늦어졌습니다. 10월 말, 11월 초에 여러 가지 행사들이 이어지면서 기왕이면 이들까지 함께 담아 내보내자는 편집위원회의 욕심이 지각 사태를 낳고 말았습니다.
독자들께서 애타게 기다리셨다고 확신하면서 (^^), 늦어진 만큼 다양하고 풍성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으니 그 기다림에 대한 조금의 보상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몇 달 동안 한국 정부는 단군 이래 최대의 이벤트라는 G20 행사로 난리법석을 떨었습니다. 외국 손님이 보실 감나무에 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철사로 고정시키고, 한국의 전통미를 알리기 위해 고등학교의 콘크리트 담벼락에 곱게 돌담 문양을 그려넣는 기상천외함을 보며, 개그맨들은 뭐 먹고 사나 걱정했던 이들이 한둘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이들만 바빴던 것은 아닙니다. 올해로 전태일 열사가 세상을 떠난 지 40년이 됩니다. 전태일 다리가 만들어지고, 성대한 노동자대회가 열리고, 모두들 많이 바빴습니다.

전태일을 기념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노동건강연대 전수경 활동가의 으로 가을호는 시작합니다. 그리고 전태일의 40주기에도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지켜야만 할 것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을, 은 ‘5년 동안 안 해본 것 없이’ 싸웠던 기륭 노동자, 수 년 동안의 피 말리는 법정 투쟁 끝에 겨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낸 현대차 노동자의 이야기를 통해 전합니다. 또한 에서는 진폐환자들의 현재 진행형 고통과 역시 절박한 투쟁의 사연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한편 ‘건강과 인권’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을 옮긴 에서는 추상적이고 당위적인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실에서 갈등과 투쟁을 피해갈 수 없다는 진실을 연구자들과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용광로에 빠져 숨진 청년노동자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GS 건설 크레인 전복사고로 산재사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노동건강연대가 주최한 [기업살인운동 간담회] 지상 중계를 에 담았습니다. 이는 연중기획 [한국의 노동안전보건행정] 제 3부와 이어져, 규제의 실질적 집행을 위해 처벌 다.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는 최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제 3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의 주요 내용들을 소개하고 문제점을 제시했습니다.

 

강화와 인센티브 부여라는 두 가지 접근방법을 살펴보게 됩니에서는 진보적인 해외 연구자들의 초청 강연 현장을 정리했습니다. 일본의 파견법이 가져온 심각한 사회상은 한국의 가까운 미래를 떠올리게 만들었고, 미국의 노동-보건의료-환경운동-지역사회 연합 구축은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강연을 해주신 일본과 미국의 교수진들의 헌신과 열정을 지면에 담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일본에서 오신 연로한 교수들은 다음 날 새벽에 비행기를 타야하는 데도, 저녁식사까지 거른 채 늦게까지 질의응답을 계속하며 우리와 경험을 나누려 애쓰셨습니다. 미국의 슬래틴 교수는 마침 59번째 생일을 맞아 강의 참가자들과 함께 조촐한 생일파티를 벌였고, 강의 전에 성수동 제화노동 현장을 둘러본 레벤스타인과 슬래틴 교수는 보건의료노조에서 받은 강사료를 노동건강연대에 기부해주셨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인 연대활동이 이루어지고, 그것들이 지면을 통해 소개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러한 국제연대의 가능성은  에 실린 방콕 안로브 참가기를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각본 없는 드라마’로 칭송받았던 칠레 광부 고립사건의 숨겨진 진실과 일본의 자살 문제 대응 과정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해가 어느덧 저물어갑니다. 남아있는 2010년,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도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저희 발길이 멀리까지, 그리고 깊게 미칠 수 있도록, 독자들께서 저희를 불러내고, 야단쳐 주시길 바랍니다.

 

2010.11. 편집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