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규제가 작동하여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조건이 있다. 규제 자체가 효과적으로 구성되어 있어야 하고, 규제를 위반했을 때 처벌 수준이 적정해야 한다. 더불어 적절한 인센티브 제공과 충분하고 효과적인 지도감독도 필수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노동안전보건 규제는 작동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가 있다.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최고 형량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규제는 기본적으로 예방적 규제이기에, 이것의 위반 사항은 부작위(不作爲)의 범법 사항으로 취급되어, 법적 최고 형량과 관계없이 법원에서 선고하는 양형 수준은 낮은 것이 현실이다. 즉, 법상의 최고 형량이 높게 책정되어 있어도 선고되는 형량이 낮기 때문에 처벌로 인한 예방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행위가 처벌되지 않고 유예될 뿐 아니라, 벌금 수준도 낮게 선고된다. 행정벌칙이라고 할 수 있는 과태료 역시 그 수준이 높지 않아, 현실에서 과태료로 인한 산업안전보건 예방 효과는 크지 않다.
한편, 규제 체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에게 포괄적 책임을 물어 엄정한 법 집행이 이루어지도록 강제하는 것과 더불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사업주가 스스로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이를 위해 주로 행정적 인센티브와 포상 및 기업 이미지 고양 등의 방법 등을 사용하고 있다. 일정한 규모와 능력을 가진 사업주의 경우 구체적, 기술적 의무 중심의 명령형 규제만으로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인센티브의 일환으로 ‘자율 안전보건관리 제도’가 도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센티브 제도의 효과가 제대로 평가된 적은 없다. 사업주의 포괄적 의무가 명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자율 안전보건관리 제도의 도입은 오히려 사업주가 자신의 의무를 방기하는 기제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호에는 노동안전보건 규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처벌강화 방안과 효과적 인센티브 구성 방안을 살펴본다. 두 가지를 병렬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역시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처벌 강화 방안이다.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센티브는 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