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운동, 노동자 건강권운동으로 확대하자”

 

전국 노안활동가 처음으로 한자리 모여 … 4~5일 ‘제1회 노동자건강권 포럼’ 개최

 

   
▲ 출처=김은성 기자

산업재해와 직업병 문제에 관한 대책활동 중심이었던 노동자 안전보건운동을 노동자 건강권운동으로 확대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노동자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사회·경제적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인권 등의 활동과 연대의 폭을 넓혀 가자는 것이다. 임준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장은 지난 4일 저녁 서울 대방동 소재 여성플라자에서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개최한 ‘우리 지금 만나, 제1회 노동자건강권 포럼’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각 분야의 안전보건활동가와 전문가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는 이틀간 진행됐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연구소는 “전국에서 각 분야의 노동안전보건 활동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그동안 활동을 나누고 토론하는 자리가 없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 투쟁할 노동안전보건에 관해 심도 깊게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행사 첫날인 4일에는 5개의 토론(근골격계직업병·운동전망·심야노동·감정노동·건설노동자건강권)이, 이튿날인 5일에는 3개의 토론(지역운동·발암물질·산재판례)이 동시에 진행됐다. 100여명의 참가자들은 각자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해 자유롭게 이동하며 토론에 참여했다.

“성과도, 전망도 보이지 않는 안전보건운동”

임준 위원장은 ‘2012년 새로운 시각으로 노동자 건강권 바라보기’ 라는 토론부문 발제를 통해 “노동안전 문제를 기존의 직업안전보건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을 넘어 노동자건강권 운동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문송면군 사망을 계기로 형성된 노동안전보건운동이 시작된 지 25년째가 되고 있지만 안전보건 문제가 노동의제에서조차도 주요 과제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활동의 성과가 쌓이지 못하고 향후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안전보건운동을 노동자 건강권운동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안전보건운동이 제조·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정규직의 산재·직업병 예방에 초점이 맞춰진 운동이라면, 노건강권운동은 전체 노동자의 건강 문제가 주요 관심대상이다.

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전통적인 직업병뿐 아니라 환경이나 여성·인권과 관련지어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건강 문제의 취약집단인 비정규노동·이주노동·여성노동에 집중해야 한다”며 “연대의 틀을 넓히고 새로운 운동의 주체와 조직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새로운 시선 필요”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상임연구원은 “건강권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 연구원은 “제조·건설업이 축소되고 서비스가 급성장하는 등 노동을 둘러싼 환경·계급·산업부문이 급속도로 변했다”며 “건겅권에 대한 문제를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전에는 유전자·바이러스·흡연 등이 유해인자였다면 최근에는 패러다임이 바뀌어 교대근무 등 일상적인 삶의 조건과 근로환경이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 같은 환경변화에 비해 현재의 운동은 건강권을 너무 좁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숙 (사)보건복지자원연구원 상임이사는 건강권운동이 비정규운동의 주요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공공운수노조 등과 함께 돌봄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을 무료로 치료하는 ‘따끈따끈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최 이사는 “비록 1회당 10명 정도밖에 검진을 못했지만 부녀회장과 한나라당 선거운동원 등 50~60대 중고령 여성노동자들이 치료를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의식화되는 과정을 겪었다”며 “이들을 조직화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는 데 건강권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영세·비정규 노동자들일수록 건강권 문제가 절실하다”며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장을 넘어 지역 차원의 운동단체와 활동가들이 결합해 노동자건강권네트워크를 만드는 등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권운동, 비정규운동의 주요 전략”

유성규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참터)는 “개별 사업장에 국한된 기존의 시각을 넘어서자”고 제안했다. 유 노무사는 “그간 기업 안에서만 고민해 왔던 시각을 이젠 기업 밖으로 돌려 보자”며 “사회적 헤게모니가 기업 안에서 이뤄지지 않는 만큼 노조활동의 구조적 틀을 바꾸는 새로운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노동안전 문제에 대한 대중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최 국장은 “전체 노동자를 포괄하지 못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문제를 전면화하는 것과 함께 질병에 대비해 한 달에 몇 십만원씩 보험비를 내면서도 안전보건 문제를 별개로 보는 현실의 간극을 메워야 한다“며 “안전보건 문제를 대중적으로 접근해 사회적인 주요 의제로 이슈화하기 위해 활동가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민주노총·공공노조·금속노조 티센지회·노동건강연대·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