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0년에 유럽 직업안전보건청이 발간한 보고서를 요약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업장 안전보건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감독과 벌칙이 우선되어야 한다. 감독과 벌칙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조건에서 경제적 인센티브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보고서는 유럽적 맥락에서 직업안전보건 향상을 위한 유일하고 최고의 방법으로서가 아닌, 보완적 제도로서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고 이 글을 읽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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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2007년 대비 2012년에 산재사고를 25% 줄일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EU의 사업장 건강·안전 규제를 각 국가 법률에 반영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질적으로 노동자 건강과 안전을 향상시킬 수 있는 법의 집행이 필요하며, 특히 중소규모의 사업장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감독과 벌칙 같은 방법으로 법을 따르도록 하는 직접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사업장 안전·보건을 향상시키고 유지하는 기업체에 대해 보상을 해주는 경제적 인센티브 정책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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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서의 표지

 

 

§ 경제적 인센티브에 대한 연구 검토

 

이 보고서는 산업안전보건 인센티브의 효과와 관련된 기존 연구들을 검토하였는데, 그 연구결과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1) 사업체가 산업안전보건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만드는데 세금 감면은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 형태의 인센티브는 법인세를 납부하는 사업체에서만 효과가 있다 (즉, 공공기업이나 비영리법인에서는 효과가 없음). (2) 경제적 인센티브를 감시·감독이나 중재 프로그램에 연계시키는 것은 산업안전보건을 향상시키는 또 다른 유망한 방법이다. (3) 기업이 사업장 안전보건에 사용하는 금액에 비례하여 보조금을 제공하는 매칭 펀드(matching fund)는 산업안전보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적 방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센티브는 기업이나 정부에 높은 행정비용을 초래한다는 단점이 있다.

한편 보험과 관련된 경제적 인센티브는 기업들이 산업안전보건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개별 기업의 산재 발생률에 따라 보험료를 가산하거나 경감해주는 ‘경험요율(개별실적요율)’의 효과를 평가한 연구들을 검토한 결과, 이 제도가 보험 청구 건수를 줄여 준다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기업이 보험료 상승을 막기 위해 산재를 은폐하도록 노동자들에게 압력을 가한 결과라는 비판도 따르고 있다.

 

 

§ 유럽 국가들의 경제적 인센티브 정책 개관

 

유럽 국가들은 사회보장 제도는 주로 조세에 기반하는 비버리지 방식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를 포함한 11개국에서 채택)과 보험을 근간으로 하는 비스마르크 방식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대부분의 기존 동유럽 국가들을 포함한 16개국에서 채택)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산재보험 제도는 국가가 운영하는 독점 체계 혹은 사적인 경쟁 시장 체계로 구분된다.

몇 개의 EU 국가들(덴마크, 에스토니아, 그리스, 스페인, 영국)에서는 보험에 기반한 인센티브(예를 들면 보험요율과 관련된 인센티브)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 국가에서 보험료 가산은 위험도 구분에 따라 정해지며, 이 경우에는 사업주들이 산업안전보건에 관심을 갖게 할 만한 경제적 동기가 별로 없다. 다른 EU 국가들(벨기에, 불가리아, 체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핀란드)은 보험료 가산이 산재 사고율에 따라 책정되는 (이른바 경험요율) 경제적 인센티브를 지니고 있다.
보험 관련 인센티브를 통해 사업주들이 산업안전보건에 투자하도록 만드는 또 다른 방식으로는 사전에 정해진 모델에 따라 산재 예방 노력을 기울였을 때 보상하는 방법이다. 이런 접근법은 독일과 네덜란드 등에서 활용된다.

EU 국가들에서 산업안전보건 영역의 세금 관련 인센티브는 매우 드물다. 반면에 산업안전보건을 위한 자금 지원은 거의 모든 EU 국가들에서 시행되고 있다. 자금(보조금, 교부금)은 관련된 물건과 도구의 구입에서부터 산업안전보건 관리 체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활동에 대해서 지급되고 있다.

이론적으로, 보조금 제도, 조세 관련 인센티브, 비(非) 금전적 인센티브는 모든 EU 국가들에 적용이 가능하다. 경험요율 또한 경쟁적 시장이나 독점 시장 모두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향후 산재 예방을 위한 노력(예를 들면 교육이나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투자)에 자금을 제공하는 방법은 제도별로 적용에 차이가 있다. 독점적 시장의 경우, 보험 회사가 투자를 한 만큼 산재 청구가 줄어들어 이득을 얻기 때문에 적용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경쟁적 시장의 경우, 사업주가 보험 제공자를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따라서 한 보험사가 예방 활동에 투자를 한다 해도 그 이득이 경쟁 보험사에게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선뜻 투자를 하기 어렵다. 경쟁적 시장에서는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기업체와 보험사 간에 수 년 동안 장기 계약을 맺도록 하거나, 혹은 보험자들이 분담하여 공동의 예방 자금을 조성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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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센티브 참여 기업과 비참여 기업의 산재율 비교 그림 (보고서 111쪽)

 

 

§ 경제적 인센티브의 성공 요인들

 

경제적 인센티브가 산업안전보건의 향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들을 충족시키는지 검토해보아야 한다.

1. 인센티브는 산재율 같은 과거의 결과에 대해서 보상할 뿐 아니라, 향후 산재와 건강문제를 줄이기 위한 예방 노력들에 대해서도 보상해야 한다.
2. 인센티브는 모든 규모의 사업체에게 개방되어야 하며, 특히 중소규모 사업체들의 특별한 필요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3. 인센티브는 사업주들의 참여를 유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해야 한다.
4. 사업체의 예방 활동에 대해 명확하고 즉각적인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5. 참여하는 사업체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기관 모두의 행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명확한 인센티브 수여 기준이 존재해야 하고, 그 기준은 가능하면 적용하기 쉽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6. 많은 사업체들을 대상으로 인센티브 제도가 시행되는 경우, 명확한 기준을 가진 보험이나 조세에 기반한 인센티브가 가장 효과적이다.
7. 특정 영역에서 혁신적인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보조금이 가장 효과적인 인센티브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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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유럽에서 산업안전보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활용되고 있는 경제적 인센티브 제도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한국에서도 개별실적요율을 적용하는 산재보험제도, 클린사업장 등 경제적 인센티브 제도가 일부 시행되고 있다. 이들 인센티브 제도가 산업안전보건 향상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