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만 해도 오늘의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가 적힌 전광판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국도를 지나다가 보면 ‘교통사고 다발지역’이라고 쓰인 표지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만큼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장치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은 크게 줄었다고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2000년 1만236명에서 2001년 8.097명으로 2천명 가량 줄었다. 전 사회적인 인식 전환과 예방 노력이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러나 노동현장에서 ‘죽지 않아도 될’ 노동자 죽음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산재사망자는 2002년 2,605명, 2003년 2,923명, 2004년 2,825명 등 하루에 8명, 1년에 3천명 가량의 노동자가 죽음의 행렬을 잇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수치는 지난 수년간 오히려 늘면 늘었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그동안 산재사망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 노력이 부족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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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사망자 줄지만 산재사망은 제자리
양대노총, 민주노동당,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가 함께 하는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이 27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출범식을 갖고 공식 출발했다. 이는 양대노총이 함께 하는 최초의 캠페인이면서, 민주노동당, 시민단체, 언론매체가 함께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알리는 사회적 인식 전환과 단순한 사고가 아닌 기업의 살인이란 점을 부각하고 이에 대한 기업의 책임,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적을 갖고 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과거 현장에서 잘린 손가락이 엄청나게 나오던 시절이 아직도 그대로 느껴진다”며 “이 캠페인은 이제 시작이며 민주노총은 내부에 노동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고 재해발생 사업장에 적극 대응하는 등 산재없는 세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유재섭 한국노총 수석부위원장은 “하루에 8명, 1년에 3천명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있다”며 “특히 비정규직에게 산재사망이 집중되고 있음에 주목하면서 이번 정부 비정규법안 저지와 노동자 건강권 쟁취에 한국노총도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재사망 대책마련 위한 공동캠페인단 출범
이어 이용식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산업재해’라는 용어부터 잘못된 것으로 ‘산업인재(産業人災)’라고 고쳐 불러 그 이유와 책임을 명확히 따져야 한다”며 “산재사망의 70%는 예방가능한 것으로 민주노동당은 사망재해 사용자의 책임을 강제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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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백도명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는 “오늘 공동캠페인 출범이 산재사망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며 “우리사회는 아직도 산재사망에 대한 책임을 도외시하고 있다”면서, 공동캠페인 출범을 시작으로 산재사망 근절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박승흡 매일노동뉴스 대표는 “국가는 법·제도 개선과 규제 강화를 통해 노동자 생명을 지켜야 한다”며 “매일노동뉴스는 우리사회가 노동자 생명을 중시할 때까지 캠페인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실태 고발과 감시 등 언론의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날 출범식에는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양 위원장은 비정규 보호법안 쟁취를 위해 공동 단식농성에 들어가면서 건강상의 이유로, 김혜경 대표는 4·30 보궐선거 지원에 나서면서 직접 참석하지 못했다.
살인기업 선정식·정보공개 청구운동 등 벌인다
공동캠페인단은 이날 출범선언문을 통해 “거의 모든 산재사망은 예방가능하며 기업이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조금만 노력한다면 대부분 피할 수 있다”며 “그러므로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아 죽지 않아도 될 노동자들을 죽게 만들고 있는 현재의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살인”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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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들은 “기업에 의한 살인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기업과 기업주의 책임이 강화돼야 하며 기업과 기업주에게 무거운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며 “또한 정부는 기업의 살인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적절하고 강력한 감시와 감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공동캠페인단은 “산재사망도 살인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산재사망은 기업의 살인행위라는 인식 확산 △산재사망에 대한 기업의 책임강화 △산재사망 해결을 위한 전향적 정책 위한 정부 압박 △기업주 처벌 강화 위한 검찰 및 사법부 압박을 사업목표로 제시했다. 이어 구체적 추진과제로 분기별로 악질적인 산재사망 기업을 고발하는 ‘살인기업 선정식’과 산재사망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운동, 건설업 사망재해 실태조사 및 공청회, 매일노동뉴스에 연중기획기사 연재 등을 벌일 계획이다.
이밖에 산재사망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어 제도개선을 모색하고, (가)산재사망 노동자지원센터를 운영해 산재사망 노동자의 유가족을 지원할 예정이다.
2005. 4. 28. 매일노동뉴스 연윤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