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회, 한진重 산재사망 조사착수
필리핀 노동부 “2006년 이후 산재사고 4천 건”

변정필 기자 bipana@jinbo.net / 2009년02월06일 12시48분

필리핀 의회가 3일 수빅만 자유항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필리핀현지법인(Hanjin Heavy Industries Corporation-Philippines)에서의 잇따른 산재사망사고 조사에 착수했다. 의회는 청문회 등 조사를 진행한 후 공식적 조사 결과를 오는 11일 발표할 예정이다.

3년새 사망산재만 17명에서 40명까지 발생

호세 에스트라다 상원의회 노동위원장은 8천여 명을 고용한 한국기업의 안전시설이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자들의 안전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필리핀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대해서도 불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에스트라다 의원은 한진중공업 수빅만 조선소에서 산재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주목하면서 한진에 작업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필리핀 주재 한국 대사관은 필리핀 의회가 한진중공업 현지법인에 대한 산재사망사고 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자 필리핀 상원의장에게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23일자로 된 이 서한에서 최중경 필리핀 주재 한국 대사는 한진중공업 산재사망 의회조사가 진행될 경우 “지속적이고 부정적인 여파”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의회연설에서 피아 카예타노 상원의원이 밝혔다.

현재까지 한진중공업 수빅만 조선소에서 산재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공식적으로는 17명이다. 그러나 필리핀 건설노조연맹은 말라리아로 사망한 노동자까지 포함해 24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민간단체들은 34명에서 40명까지로 추산하고 있다고 필리핀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필리핀 노동부 관리는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한진중공업 시설을 조사한 결과 4천 건 이상의 사고가 기록, 보고됐다고 밝혔다”고 현지 GMAnew.TV가 보도했다. “249헥타르에 이르는 조선 시설에 의사는 없고 단지 세 명의 간호사가 수천명의 노동자들을 담당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한진중공업 필리핀 현지법인에 대한 조사는 피아 카에타노 여당 하원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수빅만 조선소에서 사망한 랄돈 델 로사리오 씨(19)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하면서 실행에 옮겨졌다. 델 로사리오 씨는 800kg에 달하는 캔버스도어가 떨어지면서 압사했다.

KMU “노동부 장관 사퇴해야”

필리핀 노동조합도 자유무역지대의 외국기업과 자국의 노동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필리핀 주요노총인 ‘노동절운동(KMU)’는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노동부의 한진 중공업 현지법인의 산재사망에 대한 “총체적 태만”을 비난하고 장관 사퇴를 촉구했다.

프레스토라인 수야트 ‘노동절운동(KMU)’ 대변인은 “수출자유지역 내 일터에서 외국 자본가들 특히 한국, 대만, 미국, 일본 등 기업들은 무노조, 무파업 정책은 엄격히 지키고 있지만 최저임금 등은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우리 노동부 관료들이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착취당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편히 자는 것이 슬프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