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승인 너무 짠 거 아냐”…“요양급여 너무 오래 주는 거 아냐”

[레이버투데이 2006-10-27 19:33]

국회 환경노동위는 지난 25일 노동부 산하기관인 근로복지공단과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한국노동교육원, 산재의료관리원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노령자에 대한 산재 휴업급여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는가 하면,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요양 승인에 인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애인공단은 장애인 취업에만 신경 쓰느라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따끔한 질책도 쏟아졌다.

◇ 근로복지공단 = 근복공단이 산재승인에 너무 관대하다는 주장과 오히려 산재 승인을 까다롭게 한다는 상반된 주장이 동시에 나와 눈길을 끌었다.

김종률 열린우리당 의원은 “공단의 요양관리 미흡과 근로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산재재정수지가 악화돼, 보험요율 인상으로 이어질까 걱정된다”며 “산재승인을 너무 관대하게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또 “재정 안정화를 위해 65세 이후에는 휴업급여 지급을 중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용석 근복공단 이사장은 “적정한 요양관리와 재정안정에 대해 노사정이 협의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노후보장이 제대로 안 되는 사회 환경 속에서 65세 이상 휴업급여 폐지는 힘들다”고 답했다.

안홍준 한나라당 의원도 “월 1회 통원치료 받는 산재환자에 대해서도 공단이 요양종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고령자한테도 계속 요양급여를 주는 것은 문제 아니냐”고 지적했다. 감사원 지적사항이라는 말도 곁들였다. 그러자 방 이사장은 “평생 직업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요양을 종결하는 것은 힘들다”며 “(감사원이 지적했지만) 법이 바뀌기 전에는 못 한다”고 답했다.

반면,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은 공단이 산재 인정에 인색하다고 몰아붙였다. 신 의원은 “최근 산재 불승인율이 부쩍 늘었다”면서 “법정 책임준비금이 부족하니까 이를 근로자한테 전가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방 이사장은 “기금이 부족해 불승인하는 것이 아니다”며 “불승인 비율이 증가한 것은 산재 신청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방 이사장은 신 의원이 “산재 첫 신청 건은 매년 9만여건으로 별 변화가 없다”고 재차 다그치자 말문을 닫았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전남대병원 간호사 자살 등을 사례로 들며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은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은 산재보험 부정수급 관행이 위험수위에 육박해 있고, 산재의료관리원 산하 병원들의 과다청구행위도 심각한데도 근복공단이 ‘제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은 “산재보험 과오납의 경우 기업들이 신청하지 않으면 환급해 주지 않느냐”고 묻자 방 이사장은 “그렇다”며 “홍보를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실업자 창원지원도 도마에 올랐다.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실업자 창업지원에 대해서 “사업목적이 원금회수냐 실업자 자립을 돕는거냐”며 “창업을 지원한다면서 사업이 어떻게 되든 상관 않고 전세금만 꿔주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제종길 열린우리당 의원도 “창업지원 점포의 48.5%가 월 400만원 이하의 매출을 올리고 37.7%는 월 순익이 100만원도 안되는데 공단은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2.6%가 순이익을 실현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현실을 무시했다”고 말했다.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도 “월 300만원 매출 점포의 월 평균 소득은 따져보면 100만원도 안 되는데, 조사 결과는 월 227만원으로 돼 있고,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는데,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방 이사장은 “설명하기 어렵고, 과다하게 책정된 것 같다”고 답했다.

◇ 장애인고용촉진공단 = 공단이 취업에만 신경 쓰느라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은 “취업을 많이 시켜 고무적이지만 30대 대기업에 취업한 1,168명 중에 지금 몇명이 남아 있느냐”고 물었다. 박은수 공단 이사장은 “대기업에는 거의 남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 의원은 또 “폴리텍대학에서 훈련 받는 장애인에 1%대에 불과하다”고 하자 박 이사장은 “장애인 시설이 부족하다”면서 “국감때 폴리텍대학을 질책해 달라”고 주문해, 국감장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안홍준 한나라당 의원도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주당 평균 4시간 일을 더 하고 대부분 50인 미만 영세사업장과 제조업에 일해서 산재 위험이 높다”며 “산재통계를 수집하고 있냐”고 물었다. 박 이사장은 “중요한 지적이다. 취업에 매달리느라 산재통계 수집에 신경을 못 쓰고 있었다”고 답했다.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도 장애인 퇴사율이 높다며 “공단이 취업에만 신경 쓴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10년 이상 근속 가능한 직장을 개발하려고 애써왔고 그 결과 2,300명을 공무원으로 취업시켰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일산의 한 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을 위반하다가 적발되니까 장애노동자에게 부족액을 입금해 주고 바로 빼가는 수법을 썼다”며 “그런데도 일부 지역센터에서는 근로조건이나 업무직무 분석 등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사후관리 대책을 세워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은 “높은 이직율 문제를 해결하고 제조업에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일자리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제종길 열린우리당 의원은 산재의료원의 재활공학연구소와 장애인공단의 보조공학센터의 업무가 중복된다며 통합운영 등을 고려해 보라고 지적했다. 이강래 열린우리당 의원이 “공공기관들이 의무고용율을 채우려고 신규로 장애인 직원을 채용하기보다 기존 직원들 중에서 장애인을 찾아내 등록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고 지적하자 박 이사장은 “언젠가 넘어가야 한 산”이라고 답했다.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대기업 장애인 취업률이 여전히 1%대도 못 미친다. 장애인 2% 고용은 의무이고 1%는 양심인데, 양심도 없는 대기업들이 많다”며 “기업 탓만 하지 말고 맞춤형 일자리 확대를 위한 TF팀을 구성하라”고 주문했다.

◇ 산재의료관리원 = 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은 “공익적으로 운영해야 할 산재관리원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데다 경영평가까지 받는 것은 웃기는 일 아니냐”고 물었다. 최 의원은 “산재관리원은 약한 사람에게 시혜를 베푸는 기관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 경영성과를 높이다 보면 서비스가 열악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병훈 이사장은 “의료인력을 보강하고 지역적 특성에 따라 기존 인력을 활용해 특화하는 등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고 답했다.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은 “산재병원이 산재환자보다 일반환자를 더 많이 보고 있다”고 지적하자 최 이사장은 “산재병원의 특성을 살려 전문화 시키겠다”고 말했다.

◇ 노동교육원 = 선한승 노동교육원장의 인사말을 두고 지적이 잇따랐다. 선 원장은 인사말에서 “업무평가에서 2년째 꼴찌를 했는데 내년에는 1등을 하겠다”고 하자,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 등이 “인사말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

초중등학교 교과서 내용에 대해서는 의원들이 시각차를 드러내면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교과서가 노동자나 노동조합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노동교육원의 지적에 대해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과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큰 시각차를 보였다.<상자기사 참조>

환노위야? 교육위야?
교과서 ‘노동관’ 두고 시각차 뚜렷
포문은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이 열었다. 사실 우 의원은 논쟁을 위해 포문을 연 것이 아니었다. 노동교육원을 업무 태도를 질책하기 위해서였다.

우 의원은 8차 교육가정 개편을 앞두고 있는데도 노동교육원이 지난해 교과서가 일방적으로 경영자 시각으로 서술돼 있다는 37개 대목을 지적하고서도 별다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교육부는 노동교육원에게 37개 지적 대목 중에서 25개를 수용하고, 12개 대목은 수정 불가를 통보했다.

우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노사정위에 이 의제로 올려서 결정된 부분을 교육부에 보내면, 교육부가 반영하기 더 쉬울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노동교육원은 이를 노사정위에 보내지 않고, 바로 교육부와 협의해서 처리했다. 선한승 교육원장은 “언론보도도 있고 했으니 적극적으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급히 ‘언론보도’ 내용과 ‘교과서 지적 대목’ 자료를 요청했다. 이어 보충질의에서 한 의원은 자료를 들고 질문에 나섰다.

“현대차노조가 20년간 파업을 한 것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냐”, “기업의 이윤은 임금과 이자, 지대 등을 제외한 부분인데, 이윤을 노동자가 나눠가져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 “불만에 최고조에 달하면 폭동이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폭동’이라는 단어 하나만 가지고 노조를 폭동을 일으키는 세력으로 몰았다는 것은 잘못”이라며 노동교육원이 지적했던 교과서 서술대목을 되려 옹호하고 나섰다.

그러자 선 원장은 “이윤은 노사가 협력해서 만든 것으로 사용자만의 몫으로 볼 수 없고,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들에게 노사문제를 가르치면서 ‘폭동’으로 기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우 의원은 지적사항이 교과서에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하라고 주문을 한 반면, 한 의원은 노동교육원이 지적이 잘못됐다고 오히려 정반대로 지적한 셈이다.

조상기 westa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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