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일 못한다고 했더니 불법이랍니다.

– 신나 사용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병원에도 못가요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박혜영

 

스리랑카 노동자 2명이 방문을 했습니다. 이곳은 경기도 안산 국경없는 마을에 위치한 ‘지구인의 정류장’이라는 곳입니다. 원래는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영화도 찍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고 미래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상시적으로 찾아오는 이들이 있으니, 일터에서 임금도 못 받은채 쫒겨나거나 상시적으로 폭력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입니다. 국적은 다르지만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네 이웃들이죠. 

  

지구인의 정류장 출입구 사진

ⓒ 박혜영

지구인의 정류장

각설하고, 찾아온 인디카(가명)와 까머게(가명)는 한국에 온 지 1년이 된 20대 팔팔한 청춘들입니다. 그런데 뭔가 힘이 없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이들이 지구인의 정류장을 찾아온 이유를 들어보겠습니다.

 

반월공단에 위치한 공단에서 시트지를 만드는 일을 하는 이들은 매일매일 신나를 사용합니다. 물론 장갑도 끼고 마스크도 껴보지만 그 독한 신나를 하루에 9시간 이상씩 사용하니 몸에는 이상이 나타납니다. 이들의 손을 보니 무언가가 오도독 나있고, 여기저기 아픔을 호소합니다. 타지까지 와서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일이 얼마나 낯설고 고되었을까요?

 

이들은 무언가 독한 약품을 사용하니 처음부터 불안했습니다. 결국 일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날 무렵부터 머리가 너무 아프고 배가 아프고 여기저기 아프고 힘이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까머게는 몇 달이 지나 코피를 쏟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도 무서웠을 겁니다.

 

한국말을 곧잘하는 인디카는 용기를 내어 병원엘 갔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이사는 다른 병원으로 가자고 하면서 병원 앞에서 기다리라고 합니다. “너무 고맙습니다!”라고 생각하면서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도 결국 이사님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병원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회사 기숙사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인디카는 나중에 다른 병원을 갔습니다. 그런데 그 병원에서는 모르겠다고 큰 병원을 가보라고 합니다. 젊은 인디카는 무섭기도 하고 서럽기도 합니다.

 

원래 다른 사람들도 다 코피나고 그런다고~ 그냥 일해!

 

코피를 쏟던 까머게는 한국말을 잘 못합니다. 인디카처럼 병원을 찾아가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회사에 이야기를 하니 원래 코피는 나는 거라고 그냥 일을 하라고 합니다. 까머게는 인디카에게 함께 병원을 가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이야기를 했죠. 회사에서는 일이 바쁘고 사람도 없는데 두 명이 한꺼번에 나가면 회사가 안 돌아가니 가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까머게는 머리도 아프고 코피도 나고 힘겨운 상황이지만, 병원 문턱에도 갈 수 없었습니다. 인디카도 병원에서 제대로 진찰을 못받았으니 이 둘은 회사에 하소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에서는 여기 공단에 외국인들 가는 산재병원이 있으니 거길 데려가 주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데리고 가지 않습니다.

 

작년 2월부터 일을 시작했던 인디카와 까머게는 계속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프고, 코피를 쏟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1월 말, 회사에 공장을 옮기고 싶다고 말을 합니다. 회사에서는 너희 계약기간은 3년이고 사람도 없으니 안 된다고 말을 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던 인디카와 까머게는 하는 수 없이 일을 합니다. 계속해서 고민하던 인디카와 까머게는 2월 15일에 함께 일하던 상사와 동료들에게 고용지원센터를 찾아가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고용지원센터는 우리를 도와주지 않을까요?

 

고용지원센터? NO! 불법지원센터!!

 

지난 2월 16일 아침에 고용지원센터를 찾아갔습니다. 이름은 알 수 없는 여성과 마주앉았습니다. 신분증을 주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간절하게 말했으나 한국말이 잘 나오지는 않습니다. “우리 아파요, 신나 써요, 머리 아프고 코피 나요. 무서워요. 회사 옮기고 싶어요.” ID카드로 이들의 신분을 조사하던 여성은 “3년 계약이라 다른 회사가면 안 돼요. 회사로 돌아가세요”라는 차가운 한마디만을 던졌습니다.

 

그렇게 이들은 고용지원센터에 네 번을 찾아갔습니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가서 도와달라 하면 그냥 보내고, 도와달라 하면 또 그냥 보내던 고용지원센터, 그래도 믿었습니다. 그러던 중간에 회사의 이사가 고용지원센터를 찾아와 ‘무단이탈신고서’를 제출합니다. 무단이탈신고는 노동자가 사업주와 5일 이상 연락이 되지 않으면 강제로 출국시키는 제도입니다. 이 사람들은 그 회사 기숙사에서 숙식을 하면서, 회사의 관리자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여러 차례 묻기도 하고, 4번이나 고용지원센터를 방문하여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소위 ‘고용지원센터’ 에서는 당사자들을 무단이탈자들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조사관은 말합니다. ‘이탈’은 회사에 있다고 이탈이 아닌 게 아니라, ‘일을 안하면 이탈’이라구요. 이주노동자들은 이 제도로 보면 노예가 확실합니다. 말 안 듣는다고 그냥 이탈 신고서 내버리면 간단하게 불법이 되니, 이걸 빌미로 얼마나 많은 이주노동자가 숨죽이고 살아가고 있을까요? 고용지원센터에 4번째 찾아갔을 때, 담당자는 아주 상냥하게 말해줍니다.

 

“당신들은 불법이 되었어요. 당신들을 도와줄 곳을 알아서 찾아가세요.”

 

5번째 이들은 지구인의 정류장을 찾아옵니다. 지구인의 정류장은 고용지원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왜 일방적인 사장의 신고만 가지고 접수를 받아주었느냐?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미등록이 된지도 모르고 있었다. 왜 당사자들에게 통보조차 안하고 조사도 하지 않고 불법을 만들어버리느냐? “고 항의를 하니, 돌아오는 대답은 억울하시면 인권위원회에 제소를 하랍니다. 이렇게 쉽게 사람들을 불법을 만들어놓고, 인생을 이렇게 망쳐놓고는 억울하면 뭘 하라구요? 하…

 

“노동자들이 그런 제도를 대체 어떻게 알수 있어요? “하고 질문하니, 그럼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시라고 말합니다. 참 공무원스러운 대답입니다. 우와, 제가 노무사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뭔지도 모르고, 듣고 나면 감각적으로 그게 얼마나 사람을 피말리는 제도인지 알기에 웬만하면 참고 지냅니다. 억울해도 법은 일하는 사람들 편이 아니라는 걸 이미 잘 아는 사람들은 왠만하면 그렇게 피해가는 그런 힘겨운 제도입니다. 이 분들은 그 동안 계속 불법신세로 지내야 되는건가요? 역시 고용지원센터는 불법지원센터였습니다.

 

신나, 그거 나 아프게 하는데 직장 못 바꿔요?

 

이들을 이토록 일하기 힘들게 만든 신나 등 각종 화학물질들. 물론 압니다, 그런 거 못쓰게 하면 당장 공장 문 닫으라는 거냐는 답변이 돌아올 테지요. 알아요, 그래도 어느 누가 달갑게 그 약품들을 사용하면서 일하고 싶을까요?

 

그래도 최소한 몸이 아프고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일 못하겠다고 하소연하는데 맘 좋게 내보내 줄 수는 없는 건가요? 아니 병원이라도 잘 데리고 다닐 수는 없었던 건가요? 그렇게 악독하게 본국으로 돌려보내려고 굴어야 했을까요? 이들은 단지 아프다고만 말했는데 말이죠. 물론 법을 잘 지켰다고 썩소를 날리며 비아냥대는 사장님이 떠오르긴 합니다만… 

  

화학약품에 물건을 담그고 작업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

ⓒ 지구인의 정류장

지구인의 정류장

안산에는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공장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한 친구가 찍어온 도장공장 영상에는 옆에 신나 통이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습니다. 온통 안 좋은 먼지투성이 공장에 또 환경은 얼마나 더러운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영상을 찍어온 친구는 나이 24살에 머리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뭉텅이로 머리칼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지구인의 정류장을 찾아온 이 친구들도 언제 이런 증상이 나타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병원을 가도 머리 아프면 진통제, 배 아프면 진통제 어디어디 아프면 진통제, 온통 진통제만 처방합니다. 그러니, 자신도 모르게 무단이탈자로 신고되어, 불법체류자로 손쉽게 전락하는 이들은, 아픔을 증명할 방법조차도 없습니다. 고용지원센터는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게만 이라도 해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정말 이들은 노예처럼 살아가야 하는건가요?

 

고용허가제, 그 자체가 문제다

 

사실, 이러한 문제들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닙니다. 임금을 적게 받고도, 아프다고 말해도, 휴일에 쉬게 해달라고 말해도 사장들은 “이탈신고” 한방이면 노동자들을 불법으로 만들어 버리죠. 아마 쉽게 생각할 테죠 “내가 널 얼마든지 불법체류자로 만들 수 있다. 무조건 복종해.” 일하는 사람들의 인생은 그들의 안중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이요? 말할 것도 없죠.

 

어디 그뿐인가요? 직장은 있는 동안 3번만 옮길 수 있고, 직장을 옮길 때는 사업주의 사인을 받아야 합니다. 얼마 전 상담한 한 캄보디아 노동자는 직장에서 쫓겨나면서도 사장한테 “싸인, 싸인, 월급, 싸인!”! 이 두 단어만을 외치다가 결국 사인도 못받고 쫓겨나서 지금 힘겹게 싸움 중입니다.

 

다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는 우리 사회는 열악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고용지원센터는 불법지원센터로 전락하고, 출입국 사무소는 인간사냥하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아파도 일해야 하고, 얻어맞아도 일해야 하고, 한국말을 몰라 ‘당신’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건방지다고 쫓겨나는 세상입니다.

 

이 모든 행동의 근간에는 이주노동자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노예로 싼 값에 쓸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이 있습니다. 이 제도하에서 ‘직업선택의 자유, 쉬는 시간에 쉴 권리, 월급 제대로 받을 권리, 폭행 당하지 않을 권리, 이런 기본적 인권이란 없습니다.

 

제발 법을 현실가능하게, 최소한 인간으로 존중받게 만들어주실 수는 없는 건지, 불법으로 낙인찍혀 도망하다 떨어져 죽고, 컨테이너에서 불타죽는 상황이 반복되어도 눈과 귀를 가리고 있을 것인지 궁금한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