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영(노동건강연대 활동가)
 

  

▲ 대담하고 있는 이건복씨와 이조순씨, 권오정씨 2월 22일 대학로에서 요양보호사 이건복씨, 간병인 이조순씨, 취업준비생 권오정씨가 50대 여성노동자의 현실과 청년취업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이동철
 청년실업

통계청이 2월 15일 발표한 2012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50~59세 여성노동자의 고용률 증감은 2.3%p로 다른 모든 연령층의 고용률 증감보다 높았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50대 여성 노동자의 고용율이 1993년 이후 최초로 전체 20대의 고용률을 넘었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20대의 실업율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5~29세의 실업률은 6.5%로 전체 실업률 3.5%의 두 배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실업률은 구직의 의사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된 지표라고 합니다. 구직을 단념하고 통계청 조사에 ‘쉬었음’이라고 답한 20대도 33만 명을 넘었다는군요.

 

일부에서는 50대 여성의 고용율 증가는 20대의 취업난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취업난으로 자식들이 수입이 없기 때문에 이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일하는 50대 여성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통계청 조사에서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33만 명의 20대들에게 언론은 ‘무위도식’이란 꼬리표를 붙였습니다. 심지어 어느 경제신문은 “삶의 의욕 없는 20대를 너무 감싸고 도는 부모들 때문에 청년실업자가 늘고 있다”는 진단도 내렸습니다.

 

그렇지만 높아진 50대의 취업율에 비해 이들이 일하는 환경은 너무도 열악합니다. 가사노동의 연장선상에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이 대부분입니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하지만 그 속에서 자기성취도 꿈꾸는 50대 여성들에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습니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 역시 현실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 2월 22일 서울 대학로에서, 요양보호사와 간병인 활동을 하고 있는 50대 여성과 20대의 취업준비생을 만났습니다. 그들에게 50대 여성의 취업률 급증이라는 통계 이면의 노동현실과 구직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20대의 취업난은 50대 여성의 고용률 증가로

 

이건복(59)씨는 6년차의 베테랑 요양보호사입니다. 광진구의 ‘늘푸른 돌봄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는 2008년에 요양보호사 제도가 생겼을 때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이씨는 “집안에서도 시어머니나 가족이 아플 때는 자신이 전담 간병사였다”고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간병인 이조순(54)씨는 젊어서부터 노인요양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IMF 때 남편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꿈은 포기했지요. 더 늦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2008년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답니다.

 

노인요양병원에서 1년 정도 일을 했는데 막상 일을 해보니 일이 너무 고됐습니다. 그러던 중에 지인의 소개로 국립대병원에서 간병사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이라 일하는 여건이 낫겠지” 싶었답니다. 그러나 24시간으로 돌아가는 간병인 일은 가정을 버려야만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권오정(29)씨는 4년째 임용고사를 준비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입니다. 4년 전에 서울 소재의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기간제 교사 일을 하며 임용고사를 준비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기간제 교사 자리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어쩔 수 없이 학원강사 일을 하는데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3일 정도 강의를 해서 50만 원에서 많게는 80만 원 정도를 받습니다. 오정씨는 올해로 4번째 임용고사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올해는 마냥 시험준비를 하기에는 부모님 눈치가 보입니다. 몇 군데 기간제 교사 모집에 원서를 넣었지만 아직 연락 오는 곳은 없습니다.

 

성희롱도 비일비재… “손님 떨어진다” 쉬쉬

 

  

▲ 이조순씨 간병인 이조순씨

ⓒ 이동철
 간병인

– 간병사와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일하는 조건은 어떤가요?


이조순 “저는 큰 대학병원에서 간병사 일을 하고 있는데,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요. 일주일에 6일을 온전히 병원에서 숙식하며 일하죠. 그렇게 일하고 24시간을 쉽니다. 그리고 다시 일을 해야 해요. 주변에도 가장으로 일하는 간병사들이 많은데, 집을 계속 비우니까 아이들이 엇나가기도 해서 많이들 힘들어해요. 하는 일에 비해 너무 적은 보수도 불만입니다.”

 

이건복 “가정에 방문해서 환자에 대해 모든 걸 돌봐줘야 해요. 환자에 따라서 영양식을 만들어줘야 하고 목욕시키고,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다 하는 거죠. 폐쇄된 공간에 환자와 요양보호사 이렇게 둘이 있으니까 성희롱 문제도 진짜 많아요. 우리 센터는 비영리센터라 다르지만, 근데 이걸 센터에 얘기하면 손님 떨어진다고 그냥 참으라고 해요.”

 

이조순 “이렇게 큰 병원인데도 쉴 공간이나 밥을 먹을 공간도 부족해요. 보통 일주일치 먹을 음식을 가져와 병원에 보관하면서 틈틈이 밥을 먹어요 간호사 선생님들도 사람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까 바쁜 일은 우리가 많이 해주는 편이에요.

 

중환자 같은 경우 15분 마다 석션(수술 외적으로도 목에 낀 가래를 빼내주거나 음식물, 불순물을 빨아들여 빼내어 주기도 하는 의학용 기구)을 해야 하다 보니 잠시도 눈을 뗄 시간이 없어요. 보호자들도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간병할 때는 밥 먹을 시간은커녕 제대로 쉴 시간조차 없어요. 환자 보호자들이 면회 올 때 ‘잠깐 나가서 쉬었다가 오라’는 경우도 있는데 쉴 공간도 부족하죠. 서럽죠.” 

 

이건복 “근데 더 기가 막힌 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집에서 일을 도와주다보니 이미지가 ‘식모’잖아요. 그러니 온갖 집안일을 다 시키는 거예요, 빨래, 청소, 설거지 이런 거는 양반이예요. 밥도 제대로 못 드시는 양반이 자식들 보내준다고 김치를 담그라는 거예요. 그런 집이 한두 집이 아녜요. 어떤 집은 농사일 시키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김장철에 일하러 가기가 정말 싫어요.”

 

천직이라고 생각했지만… “쓸모없는 자격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