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이 죽었는데… 이마트 벌금은 달랑 100만원

일때문에 죽은 노동자가 2,114명… 책임자 사법처리는 고작 5%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상근활동가

살아가면서 참 많은 죽음을 경험합니다. 누구 부모님은 병으로, 교통사고로 돌아가십니다. 스스로가 아닌 타인에 의한 죽음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죽이는 건 개개인만이 아닙니다. 사회구조와 불평등도 사람을 죽입니다. 회사도 사람을 죽입니다. 회사가 사람을 죽인다고 하니까, 대뜸 머나먼 이야기처럼 들리실지도 모릅니다. 돌이켜보면 공장에서 누가 일하다가 죽었다더라, 기관사가 투신자살을 했다더라, 건설현장에서 누군가가 떨어졌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갑자기 웬 죽음에 관한 이야기냐구요? 얼마 전 고용노동부가 산재통계를 발표했습니다. 2011년 통계치를 보면 업무상 사망자 수가 2114명입니다. 1년에 2114명이 “일로 인해” 사망했답니다. 하루에 6명꼴로 매일 매일 누군가가 일을 하다가, 자신의 일로 인해 사망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산업재해로 인한 산재신청의 경우는 하루에 256건이나 됩니다. 산업재해를 신청해서 승인된 사람만 그러하다니까, 불승인되었거나 공상처리되거나 자동차사고 등으로 처리된 분들은 심지어 통계에서 제외됩니다.

 

하루에 6명씩 사망을 했으면 언론에 매일매일 누군가가 ‘일하다가’ 사망했다고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한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세상을 가꾸고 버티고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는 기삿거리가 되기 쉽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업장 사법처리 현황

ⓒ 노동건강연대

노동자 4명 죽은 ‘이마트’ 사고, 처벌은 벌금 100만 원뿐

 

그런데 올해 초 조선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며칠 상간으로 계속 들었습니다. 정말 뭐가 문제길래 저러나 싶어서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니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안전보호체계의 전무함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것은 하청으로 가면 갈수록 더 열악한 업무를 하기 때문에 사고율, 사망률이 더 높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부산 녹산공단에서는 방사능 유출로 일하던 비파괴검사 노동자들이 줄줄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기사도 보입니다. 얼마 전에는 공황장애에 시달리던 지하철 기관사의 투신자살 소식도 들었습니다. 한국타이어의 집단 돌연사, 쌍용차 해고자들의 사망, ‘삼성 백혈병’으로 대표되는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사망 등에 이어 다수 노동자들이 사망 혹은 발병 리스트에 계속 추가되고 있습니다.

 

안전보호 시설만 제대로 되어 있었으면 죽지 않을 생명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보호설비에 투자를 좀 더 많이 하고, 일하는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신경 써준다면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회사가 얼마나 형사 처벌을 받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희한하게도 이를 규정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인명사고를 낸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규정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2008년 이천냉동창고 화재 때는 40명의 사망자가 있었지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전원 집행유예를 받았죠. 이마트 탄현점에서는 등록금을 벌려던 대학생 포함 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발주업체 이마트와 해당 지점은 각각 1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을 뿐입니다.

 

‘산재사망은 기업살인’이라는 인식… 우리도 필요하다


  

▲ 2011 살인기업 선정식 노동건강연대와 양대노총은 매년 노동자가 가장 많이 사망한 기업에 상을 주고 있습니다.

ⓒ 노동건강연대

살인기업

기껏해야 벌금, 그것도 아주 미미한 벌금을 받고 면죄부를 받는 기업주들에게 무언가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업주들도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생각하여 일터를 짓고, 신중하게 업무를 주지 않을까요? 안전조치, 안전시설 투자를 제대로 안 해서 사람이 죽는다면 그건 실수가 아니라 고의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제안하는 법이 있습니다. ‘기업살인처벌법’입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지만, 그 처벌이 미미하여 산재사망을 실질적으로 단속할 수도 없습니다. 이미 영국에서는 산재사망사고는 기업의 살인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처벌을 강화할 새로운 형사정책을 만들어낸 바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환경범죄가중처벌법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가 반사회적 행위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습니다. 이제 일터에서의 산재사망도 살인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다수 사망하는 상징적인 회사들은 물론이고 중소·영세 사업장, 하청노동자들, 특수하게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도 탄탄하게 제도로 보호해야 합니다.

일본에서 연구차 왔던 대학원(도쿄대학교 문화인류학)생과 산업재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작은 공장에서 사고가 나면 그 공장은 문 닫아야 한다고 합니다. 진실이 어떠한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주변 사람들이 ‘그 회사는 참 나쁜 회사다’라고 말한답니다. 여론이 그 회사를 못 견디게 한다는 거죠. 그런데 왜 한국은 회사에 그렇게 너그러우냐는 의아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친구에게 경제논리와 개발우선주의가 인권보다, 개개인들의 삶보다 중요하던 시기가 있었고 사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으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저도 씁쓸하기만 합니다. 우리, 건강식품 열심히 챙겨먹는 정성으로 이제는 일터에서의 안전과 건강도 챙겨보지 않을래요?


덧붙이는 글 | 박혜영 기자는 노동건강연대 활동가입니다.

* 기사 원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135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