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돌이킬 수 없는 오염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은 커다란 쓰나미를 동반하면서 그 지역에 위치하는 후쿠시마 다이이치 핵발전소에 타격을 가했다. 결과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국제원자력사상평가척도(INES) 레벨 7에 해당하는 사고로 첼르노빌 사고와 같은 ‘심각한 사고’가 되었다. 


핵발전소 건물이 수소 폭발로 파괴돼 대량으로 방사성물질이 대기 중에 방출되었다. 3월 15일에는 시간 당 2000조 벡렐(Bq)*의 방사성물질이 날아갔다.


바람을 탄 방사선물질은 정부가 대피시킨 변경 20Km 지역은 넘어 250Km 지점까지 날아갔다. 방사성물질은 정부가 대피계획을 낸 동심원상으로 확산하지 않고 지형과 풍향에 따라 확산하면서 국소적으로 방사선량이 높은 지역을 만들었다. 핵발전소에서 북서방향에 24Km 지점에서는 2012년 3월 11일까지 추정하는 적산선량이 313.9mSv를 기록하는 Hot spot이 출현했다.(사진1,2 참조)


일본국립환경연구소가 실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핵발전소에서 방출된 요오드131의 13%, 세슘137의 22%가 일본 육지에 침착하고 나머지는 바다로 가든지 모델 계산 영역 외에 수송된 것으로 추계했다. 바다에 떨어진 방사성물질은 바다 생물을 오염시킨다. 4월 18일 핵발전소 앞바다 30Km 지점에서 잡은 까나리에서 일본 정부가 기준으로 하고 있는 1Kg당 500Bq의 29배가 되는 세슘을 검출했다.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먹이사슬을 통해 최종적으로 사람에게 영향이 미치는 것은 이미 미나마타병이 가르친 교훈이다.


해양생물 체내에서 농축된 방사성물질이 그 생물을 먹는 인간을 내부 피폭하는 것이다.

대지진에도 큰 쓰나미에도 안전하다고 주장해 온 도쿄전력을 비롯한 전력회사와 핵산업에 의거하는 전문가들, 그리고 일본 정부의 ‘안전 신화’가 무너지는 사건이 3.11이었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는 방사능오염은 일본 땅뿐만 아니라 지구의 대기와 바다를 오염시켰다.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어린이들을 비롯하여 태아, 유아동, 청소년의 10년 후, 20년 후를 어찌할 지 걱정하고 있다. 


* 벡렐(Bq) : 상사성물질의 방사능량. 1초에 원자 하나가 분괴하면 1Bq. 담뱃재 1g=5.9Bq.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 정부가 식품위생법에 의한 잠정적 규제치로 방사성 세슘은 식수 200Bq/Kg(10Bq/Kg), 우유 200Bq/Kg(50Bq/Kg), (신설 유아용식품 50Bq/Kg), 채소, 곡류, 고기, 계란 등 500Bq/Kg(100Bq/Kg)[()내는 2011.12.26 신기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시버트(Sv)로 표기한다.



2. 핵발전소 사고 수습 작업 노동자 피폭과 어린이 피폭


일본 정부는 사고 4일 후인 3월 15일 법령 개정을 하고 긴급 작업 때 피폭 한도를 100mSv에서 250mSv에 인상했다.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2007년 권고를 기반으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ICRP 권고는 일년 선량 한도를 넘는 긴급 작업에 종사하는 자는 지원자로 해야 하고 발생하는 가능성이 있는 건강 위험성에 대한 사전 설명이나 긴급 업무에 종사하기 위한 훈련을 받은 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태는 다르다. 지진 피해 지역의 “붕괴 건물 처리 일자리” 라는 구인에 응모한 덤프 운전기사가 알고 보니 후쿠시마 핵발전소 5,6호기 앞 물 탱크 급수 작업에 종사하는 일자리였다는 것은 한 사례이다. 전력업체를 정상으로 원자로제작업체, 건설전문업체가 관여하면서 5차, 6차, 7차까지의 하도급 구조가 있는 것이 핵발전소다. 하청노동자에게 ‘지금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안 가면 평생 일을 안 준다’ 하는 식으로 협박하여 노동자를 모집하는 상태이며 안전교육이나 본인의 의사 확인은 없는 상황에서 피폭노동이 이루어졌다. 3월에 투입된 인력 3,700명 가운데 개인 피폭량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취하려고 하다가 30명의 노동자가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사고 때문에 발생한 사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핵발전소에 관련하는 정기점검, 사고 대응 때 항상 같은 일이 반복되어 왔다. 전국 핵발전소를 전전하는 일용직 노동자들, 하도급구조 말단에 위치하는 영세업체에는 폭력조직이 개입하면서 청소년을 포함해 시회적 약자가 핵발전소에 투입된 사실을, 깨끗하고 안전한 핵발전소의 얼굴로 포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그 동안 몇 개의 르포 이외는 언론보도가 되지 않았다. 전력업체가 막대한 광고비로 언론을 매수한 결과이기도 한다.


지금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투입된 노동자에 대한 국가적인 추적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발전소 긴급 작업에서 노동자 피폭선량이 상향 조정되면서 일반인의 한도선량도 올라갔다. 일본 정부는 연간선량이 20mSv에 이르는 지역 주민에 대해 강제 대피를 시켰다. 원래 1mSv가 일반인이 제한되는 피폭량이었는데 핵발전소 사고 이후 직업적으로 방사선에 피폭되는 한도인 20mSv가 적용되었다. 이 조건은 방사선 영향을 미치기 쉬운 어린이에게도 적용하게 되며, 후쿠시마 학부모들의 강한 항의를 불렀다.


학교 운동장 등 선량이 높은 장소에 대해서도 제염(방사선물질 제거) 등 대처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부과학성의 대응이었다. 이 결정에 원자력위원회 위원이 항의해서 사임하는 일화까지 생겨 결국 하교 등 어린이 관련 시설에서는 선량을 1mSv로 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었다.


이러한 외부 피폭뿐만 아니라 내부 피폭 문제가 있다. 음식물을 통해 몸 속에 들어온 방사선물질에 의한 피폭은 그 방사능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된다. 지방자치단체가 학교 급식에 대한 방사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3월 11일을 경계로 세계가 변했다” 오래 전부터 반핵운동을 해 온 교토대학교 원자로실험소 고이데 히로아키 조교의 말이다.


지금 일본 정부는 연간 선량 20mSv까지는 적국적인 대책 없이 시민들의 피폭을 방치하고 있다. 이 선량 수준은 방사선 관리구역에 해당한다. 이 관리구역 내에서는 먹을 수도, 잘 수도 없는 곳이다. 후쿠시마 현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에 사는 시민들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산에 떨어진 방사성물질은 빗물을 타고 하천에 흘러가고 오염을 확산한다. 유통된 음식물에 대한 안전성은 불확실하다.


3. 다시 노동자 피폭에 대하여


지진으로 의한 붕괴된 건물 등 제거작업을 통해 복구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문제는 방사선물질에 오염이 된 쓰레기들이다. 또 빗물로 흘러나간 방사선물질이 하수도에 들어가 문제가 되고 있다.

도쿄에 있는 물 재생센터에서는 하수도 물을 정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진흙을 소각하고 시멘트나 비료로 재이용해 왔다. 사고 이후 이 정화시설에서 나온 소각된 잿더미에서 53,200Bq/Kg의 세슘이 검출되었다. 원자력대책본부는 방사성 세슘이 8,000Bq/Kg 이하라면 매립 처분을 할 수 있고, 10만Bq 이하는 주택지와 거리를 두고 관리식 처분을 하고, 10만Bq 초과하는 쓰레기는 콘크리트 등 차폐 시설에 엄중 보관하는 방침을 세우었다. 


지금까지 상상도 안 했던 노동 영역이 피폭 노동이 되고 있다. 하수도, 쓰레기 소각장 노동자, 쓰레기 수거 노동자, 운반 노동자! 청소노동자가 피폭하는 경우도 예측된다. 건물에서 빗물이 집중하는 곳에 있는 진흙, 도랑 속 진흙에서 고농도 방사선물질이 확인되고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서쪽 200Km 지점에 있는 주유소 세차장 도랑에서 9만Bq/Kg 세슘이 검출된 바 있다.


농림업 종사자의 건강 피해도 우려된다. 후쿠시마현 북부지역의 논은 대부분 방사선 관리구역이다. 올해 수확된 쌀에서 500Bq/Kg을 초과하는 지역이 확산되고 있다. 2012년은 100Bq/Kg을 새로운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대상 농가는 후쿠시마현의 18%, 11,800세대가 된다.


앞으로 국지적으로 방사선량이 높은 곳에 대한 제거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한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건강 관리와 제거 물질에 대한 보관 관리가 제대로 되어야 한다.

월계동 방사선 도로 포장이 문제가 되었다. 무방비로 제거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 제거 된 아스팔트 처리도 어렵다.


우리는 지금 핵 오염 속에 살고 있다는 자각을 환기하면서 글을 마친다.




사진1,2는 2011.4.13-17 필자도 참여한 한일 공동 후쿠시마 조사단이 실시한 현장 조사 때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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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 핵발전소에서 북서 33Km. 후쿠시마현 이타테무라 나가 도로로 가는 고개.

지상 1m 공강선량 22.08μSv. 1년간 누적 추정 적산선량 91.1mS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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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 hot spot. 핵발전소까지 20Km 직전 지점 도로 옆에 “후쿠시마현‘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땅에 가까운 지점이고 풀들이 많아 떨어진 방사성물질에서 나온 방사선량이 많은 지점이다. 간이선량계는 92.05μSv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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