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산재사망, 이득을 얻는 자가 책임지는 것이 정의다

토론회 : 원청 ? 발주업체 책임강화 방안

토론회 기획의 변

지난 12월 13일 민주노총 중회의실이 붐볐다. 넓지 않은 곳이긴 하지만, 이어지는 하청?비정규노동자들의 산재사망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토론회 나흘 전 공항철도 인천 계양역에서 선로보수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5명이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엄동설한의 겨울밤, 자정이 넘은 시각에 작업에 투입되어 예고 없이 죽어간 5명의 노동자들. 열차가 온다는 것을 알기만 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이 사고는 충격을 주었다.

죽지 않을 수 있는데 왜 죽는가. 산재사망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타의 죽음과는 좀 다른 것이다. 건강이 악화하여 사망하거나, 교통사고,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우발적인 죽음은 모두 ‘막을 수 있었다’는 가능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예측 가능성이나 시스템의 직접적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산재사망은 특별히 문제가 된다. 자본주의 안에서 기업의 경제활동은 효율적 관리시스템 하에서 계획, 실행, 평가된다. 따라서 일터에서 발생하는 노동자의 사망은 통제할 수 있는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용과 시간 부담에서 노동자의 안전이 부차적인 고려대상인 경우에 사망과 사고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유사한 사망과 사고가 몇 년, 몇 개월을 주기로 계속 일어난다면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는 시스템이 사고를 부르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큰 시스템을 바꾸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기업과 노동자의 관계가 바뀔 날까지는 말이다. 우리는 작은 변화라도 도모할 수 있다면 그 변화를 만들어서 죽음을 줄이거나 멈추게 하고 싶다. 게다가 자본주의를 경제원리로 하는 모든 국가가 여기, 이 나라 만큼 노동자를 죽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 하지 않는가.

권력을 갖지 못한 계급의 딜레마일 것이다. 경제활동이라는 이름으로 건강과 생명조차 착취 대상이 되고, 다시 이를 경제손실액으로 계산하는 체제를 혐오하면서도, 작은 변화라도 쟁취하기 위해 체제의 핵심인 법에 호소해야 하는.

모순과 갈등 속에서 결국 우리는 몇 가지 법조항의 수정을 검토하게 된다. 그 결과가 이 날의 토론회이고, 토론회를 시발로 법을 개정하여 노동자 사망을 줄이기 위한 작은 운동에 나서기로 하였다. 선의가 있다고 법이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정리 : 전수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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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청 ? 발주처 책임 외국 법안 비교 –  임상혁 /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

12월 9일의 열차사고를 보면서, 옛날에는 시설수리가 정규직노동자의 업무였기에 시설노동자 사망사고는 큰 이슈가 되었다. 현재 아웃소싱이 많이 돼서 하청노동자가 많이 하고 있지만. 제가 올해 했던 연구가 있는데 화학설비 공장의 안전에 대한 것이다. 화학산업은 넓고 수많은 파이프가 지나가는데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수리를 하게 될 때, 작업하는 사람은 파이프에 어떤 물질이 지나가는지 전혀 모른다. 수리작업을 하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유해물질 노출이 높다고 나온다. 철도사고 만이 아니라 병원에서 간병하는 노동자가 주사침 바늘에 찔렸는데 전염성환자인지 모르는 경우처럼 원청의 보호를 못 받는 사례는 무수하다. 어떤 위험물질, 위험행위에 대해 경고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여러 사용자에게 속한 노동자가 적절한 조치를 받고 있는지를 도급사업주에게도 공동책임을 지운다. 수급사업주가 적절한 지시를 하도록 위험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위험정보를 서면으로 작성해서 보고하도록 하면서 서면 작성 시 이주노동자가 그 나라 언어로 이해하게 작성하라는 표현이 있다. 위험평가를 공동으로 실시하고, 일하기 전에 위험성평가를 보고하고 조치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원청이든 도급이든 사업주가 안전을 보장하게 되어 있다. 건설업에서 도급노동자를 보호하고 노동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위험성평가에서 확인된 안전과 건강위험사항을 평가하고 전달할 의무가 있다. 도급사업주가 노동자, 사업영역이 다른 사람들, 작업 영향 다른 사람들, 잠시 와서 지나가는 사람들 포함하여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 

§ 간접고용?하청구조에서 사망사고에 대한 법적 처벌결과 – 정해명 / 노무법인 삶 공인노무사

대기업의 산재사망 재판에 대형로펌이 들어가서 사법부 판단이 흐려지고 사망사고에 대해서 범죄라고 인식을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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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명의 노동자가 죽은 사고가 1심에서 2년 6개월, 2심에서 벌금 2천만 원을 받았다. 회사대표는 무죄다. 7월의 이마트 사고역시 현생법상 발주업체가 고발대상이 아니다. 이마트는 전혀 책임을 안 진다. 3차 산업이 확산되는 구조에서 2차 산업 중심의 법조항으로는 책임을 물을 법이 없는 것이다. 도로교통위반도 벌금이 200만원인데 노동자사망에 벌금이 3백만 원이다. 합리적 핵심은 말도 안 되는 사고가 빈발하는데 왜 줄어들지 않는가이다. 현재 사업주 개념을 근로기준법의 사업주 개념을 넘어서 확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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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청 ? 발주업체 책임강화 방안 – 강문대 / 변호사

사고가 일어나면 형사민사책임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묻는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고 난 후 처벌을 정한 법이 아니지만 사고가 나면 보게 된다. 평소 처벌할 수 있는데 사망이 일어난 후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민사책임인 경우에도 하청업체는 돈이 없다. 도급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지휘감독권한이 있는 수급업체 사용자에게 배상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이번 공항철도 사고를 보면 안전과 직결된 도급은 금지하도록 범위를 넓혀야 한다. 지금 도급금지는 수은처럼 아주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는데 철도, 궤도안전, 건설 등으로 범위를 넓혀 도급을 제한하는 것이 예방책이 될 것이다.

형사처벌 강화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의 장단점이 있는데 책임을 정확히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발주처 책임을 물을지, 무슨 책임을 지울지 구분해서, 이득을 얻은 자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관여했던 안했던 무조건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형량실태를 추적해서 연구 작업을 해야 한다.

책임 있는 사업주에게 책임을 지워야 한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 입법적 결단이 필요하다. 특별법 형태를 고민할 있다. 환경범죄, 보건범죄도 처벌에 대한 특별법이 있다.

§ 토론 1 – 최명선 /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

위험한 작업에 대해서 도급금지하는 조항을 확대해야 한다. 최근 사례를 보면 조선업에서 비파괴검사가 다단계로 내려가서 안전조치 없이 위험작업을 하고 사망에 이른 사례가 있다. 몇 가지 위험작업에 대해서 도급을 금지할 근거가 있다. 유해작업 도급 금지를 어떤 범위로 어떤 업종까지 확대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노동자 사망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은 책임범위 갖고 있어야 처벌근거가 된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것은 현재 법에서 서비스업이 빠져있는데 서비스업을 넣어야 한다. 이는 보건복지서비스, 병원, 교육 등 전체적으로 서비스업 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 토론 2 – 조기홍 / 한국노총 노동안전국장

40명 노동자가 사망해도 벌금 2천만 원, 4명이 사망해도 200만원 벌금이 현실이다. 도급금지 관련해서 하청, 도급, 위탁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 본다. 자본이 더 확대하려고 할 것은 당연하다. 사망사고가 일어난 도급업무, 중대사고가 일어난 업무는 도급을 금지하는 실질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정규직노동조합의 요구도 정규직노동자가 하청노동자를 같이 보고 정규직과 하청노동자의 보호방안을 같이 만들어야 한다.

§ 토론 3 – 박종국 /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

건설업을 보면 1년에 700명이 사망하고, 2만 명이 사고를 당한다. 심각하다고 느끼지만 일용직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건설노동자에게는 산재보다 고용, 임금 체불이 문제이다. 건설현장 산재는 시민의 생명까지 위협한다. 지난 12월 일어난 신길동 천공기 전복 사고가 그러하고, 2008년, 2009년 버스정류장에서, 민자 역사 건설현장에서 시민들이 사망했다.

신길동 천공기 사고를 보면 4단계의 하청구조를 거쳐 사고가 났다. 신호수, 안전관리자를 배치하지 않았고, 3인 1조 근무를 해야 하는 일을 혼자 다했다. 아웃소싱하고 특수고용노동자는 산재처리도 안 된다. 발주처 역할이 중요하다. 제철소는 현대나 포스코가 발주처다. 대기업정유사, 정부, 공기업인 한전, LH공사 같은 공룡과의 싸움이다. 건물이 고층화되면서 사고도 대형화한다. 5명이 사망한 여의도 국제금융센터는 서울시가 발주처였다. 건설현장의 장비는 시공회사가 대기업이어도 하청, 외주, 임대하기 때문에 원청 책임이 적용되지 않고, 사고가 나면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 4대강 공사할 때 굴삭기가 전복됐는데 근로복지공단은 굴삭기 기사에게 산재치료 받은 돈을 내놓으라고 구상권을 청구했다.

건설현장 노사협의체에 발주처가 참여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2009년 의정부 경전철 사고에서 원청인 GS건설은 무죄를 받았다. 노동자 사망에 대해 사회가 갖고 있는 온건한 태도, 일하다 보면 죽을 수 있지 하는 생각에 대해서 문제제기 되어야 한다. 건설현장의 사망만 봤을 때 10년간 7천여 명 죽었지만 처벌받은 건수는 7건이었다.

§ 토론 4 – 박두용 / 한성대 교수

왜 발주처, 원청기업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과거에는 발주자, 원청기업이 관리하던 영역이 분사, 도급이 늘어나면서 위험관리를 하도급에 넘기고 위험은 취약계층에 떨어진다. 위험 전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발주업체, 원청이 개입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 발주, 원청기업의 책임에 대해 현행법을 생각하지 않고 짚어보면 두 가지 고민이 있다.

하나는 사회정의에 맞느냐 하는 것이고, 하나는 사고예방효과 측면에서 책임과 권한에 대한 것이다. 원청기업의 안전 책임범위에 대해서 말하자면, 타인과 근로계약을 맺을 때 천부인권을 침해하는 계약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안전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하고 계약을 맺는다 해도 성립이 안 되는 것이다. 시간과 장소에 통제권을 갖는 사람이 건강과 생명을 침해하는 계약을 할 수는 없다. 임금지급의 책임과 안전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사업주와 노동자 사이의 논리만이 아니라 타사업장을 사용하는 사업주에도 확장이 가능하다. 시간과 장소에 통제권을 갖는 원청 사업주나 발주자가 그가 사용하는 하도급사업장에 대해서도 안전책임이 발생한다. 사회에서 누군가는 위험한 일을 해야 하고 누군가 이득을 보고 있다면 이득을 보는 자가 위험을 관리해야 하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경제이득을 취하는 자가 위험관리하는 것이 맞다. 환경 오염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처럼. 우유팩의 수거 책임은 우유회사에 있는 것이다.

이번 공항철도 코레일 사고를 보면 코레일을 원청이든 발주자로 보고 지배 관할하는 모든 사업장에 대한 안전책임을 명시해야 한다. 법제화가 되든 안 되든 검토가능하다고 본다. 어떤 책임을 중요하게 볼까가 중요하다. 안전에서 가장 쉬운 근원적인 첫 단추에 대해서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 사업주가 위험을 파악하고 인지하는 것이다. 인지는 알려주는 것을 포함한다. 알고 있었나 모르고 있었나가 핵심이다. 이번 사고에서 코레일은 몰랐다고 하는데 모르면 더 처벌받아야 하는 것이다. 몰랐다는 변명은 죽어도 좋다는 법리와 같다. 지금은 모르고 있었다고 하면 빠져나가는데 사업주는 알고 있어야 한다. 원청과 발주자에게도 같은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

§ 자유토론 – 임준 /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장

정치적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의 위기이고, 노동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급격한 정책 변화에 맞물려서 2012년 이후 전략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운동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자리에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왔는데 사고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다. 오늘 이후 별도 작업을 제안하면서, 노동자 사망에 대해서 시민사회에 노동단체가 문제를 던질 준비를 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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