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쓰레기 더미에 살고 있다”

[오마이뉴스 2006-11-14 15:21]

[오마이뉴스 주재일 기자]

ⓒ2006 뉴스앤조이 신철민

목사 겸 환경운동가인 최병성(44) 목사가 ‘쓰레기 시멘트’를 고발하고 나섰다. 시멘트의 원료는 석회석과 철광석, 규석, 점토인데 우리나라 시멘트 회사들은 석회석을 제외한 나머지 원료는 천연 원료 대신 각종 폐기물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시멘트 회사들은 산업 폐기물들이 천연 원료와 성분이 같다는 것을 근거로 1999년부터 사용하고 있는데, 그 안에는 세계보건기구가 극 발암성 물질로 규정한 6가크롬을 비롯한 각종 중금속이 쏟아져 나왔다고 최 목사가 밝혔다. 6가 크롬(Cr6+)은 피부질환·천식·기관지염·폐암·위암 등을 일으키는 유해·발암물질로 분류된다

그는 “이렇게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드니 유기농 음식을 먹고, 장판과 벽지를 바꿔도 아토피가 낫지 않는다”며 “우리는 그동안 근본 원인을 모른 채 곁다리만 긁었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시멘트 공장이 몰려있는 강원도 영월의 서강 둔치에서 영성 수련을 하면서 새벽이슬과 꽃 등 자연 사진을 찍었다. 그러던 어느 날 쓰레기 매립장이 서강에 들어서려고 하자 지역 주민들과 함께 반대운동을 펼쳐 저지하면서 환경운동에 발을 디뎠다. 그런데 올해 5월 이 지역 주민들이 또 다른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시멘트 공장에서 나오는 분진 때문에 땅이 썩고, 농작물은 중금속에 오염되고, 사람들은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었다.

각종 자료를 모으고, 시멘트 공장을 돌며 실태를 조사한 최 목사는 지난 8월부터 언론에 ‘쓰레기 시멘트’의 진실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가 내놓은 자료와 사진에 따르면, 시멘트를 만드는데 고철에서 생리대까지 거의 모든 산업 폐기물, 폐기름·폐오일·폐유기용기·폐락카 등 기름류, 심지어 하수 슬러지와 소각장의 재까지 들어간다고 폭로했다.

또 시멘트의 소성로(철을 만드는 용광로처럼 각종 원료는 소성로를 거쳐 시멘트가 된다)에 1450도의 높은 열을 가하는 연료인 석탄 대신 폐타이어와 폐비닐 등을 사용한다. 이것들은 이것들은 타면서 열을 내고 자신은 재가 된 뒤에는 시멘트 안으로 들어간다. 이처럼 일본을 비롯해 중국과 영국에서도 폐타이어 등 산업 쓰레기를 수입해 시멘트를 만드는데 사용한다는 것이다.

최 목사의 고발에 대해 언론과 정치권이 주목했다. 지난 10월 국회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쓰레기 시멘트’ 문제가 다뤄졌다. 여야 의원들은 공청회를 열어 본격적으로 시멘트 문제를 다룰 태세다. 한편, 이와 함께 검찰은 시멘트 공장들의 유해물질 사용에 대해 조사중이다.

최 목사의 고발로 시작된 ‘쓰레기 시멘트’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태가 커지면서 최 목사는 곳곳에서 압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최 목사는 “겁 나는 게 사실이지만 쓰레기 시멘트를 만드는 일을 중단할 때까지 싸우겠다”면서 “정부가 법(유해물리 관련법)을 제정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쓰레기 시멘트’ 고발하고 나선 최병성 목사

▲ 최병성 목사가 시멘트 공장의 사진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든다는 그의 말을 쉽게 믿지 못했을 것이다. 정체 불명의 쓰레기들이 시멘트 소성로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 중이다.

ⓒ2006 최병성

11월 8일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최병성 목사를 만나 석 달 전에 나눴던 시멘트 이야기를 다시 들었다. 그는 그때보다 더 구체적인 정보를 쏟아냈다.

– 시멘트가 왜 문제라는 건가.
“현대인은 24시간 시멘트 안에 산다. 시멘트로 지은 집에서 자고, 시멘트가 깔린 길을 걷고, 시멘트로 둘러싸인 사무실에서 일한다. 입으로 들어가는 게 중요하듯, 우리를 둘러싸는 시멘트도 최대한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 시멘트를 만드는 법적 기준이 없으니 각종 사업 폐기물을 섞어 시멘트를 만든다. 우리는 쓰레기 더미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웰빙을 추구한다며 잘 먹고 잘 쉬는데 왜 병이 들까. 아토피를 예방한다며 벽지와 장판을 바꾸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우리는 근본을 그대로 두고 겉만 바꾸려 하고 있다.”

– 시멘트에 쓰레기를 넣는다니, 무슨 말인가.
“시멘트의 원료는 석회석과 철광석·규석·점토다. 이것들을 소성로에 섞어 넣고 1500도의 고온을 가해 시멘트를 만든다. 철을 만드는 용광로가 있듯 시멘트에는 소성로가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시멘트 회사들은 석회석을 제외한 나머지 원료를 산업 쓰레기 등으로 대체한다. 포항제철에서 나오는 폐주물사, 삼성전자가 LCD를 만들고 남은 슬러지 등 대기업 폐기물에서 단추 만들고 난 찌꺼기까지 온갖 산업 쓰레기가 시멘트 공장으로 집합한다.

폐유기용제·폐기름·폐페인트·폐락카·공정오니 등이 재생연료유(WDF)라는 이름으로 소성로에 들어간다. 쓰레기장에서 소각하고 남은 재와 하수 슬러지까지 ‘원료’라는 이름으로 사용된다.

얼마 전에 시멘트 공장을 찾아갔을 때 불량 기저귀와 생리대가 쌓여있는 걸 봤다. 친환경 회사라고 알려진 회사의 물건이었다. 소각장에 정식으로 처리하는 것보다 시멘트 회사에 넘기는 게 돈이 덜 드니까 그 회사도 환경에 대한 고민 없이 그렇게 처리한 모양이다. 이런 각종 산업 쓰레기들이 시멘트를 만드는 원료가 되는 이유는 철광석과 규석·점토와 화학적 성분이 같거나 비슷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 폐타이어도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소성로에서 타지 않는 쓰레기는 ‘원료’라고 부르고, 타는 쓰레기는 ‘연료’라고 한다. 원료 안에 연료에 해당하는 폐타이어를 비롯해, 폐고무와 폐비닐 등을 섞어 넣는다. 이것들은 불에 타면서 소성로의 온도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다. 온도를 올려주고 자신은 재가되어 시멘트 가루 속으로 들어간다. 내가 ‘쓰레기 시멘트’라고 말하니 공장장들이 펄쩍 뛴다. 그렇지만 사실 아닌가.”

일본에서 폐타이어 등 산업쓰레기 수입해 사용

▲ 폐타이어는 시멘트의 연료 겸 원료다. 어느 시멘트 공장에서나 폐타이어는 쉽게 볼 수 있다.

ⓒ2006 최병성

▲ 일본에서 수입한 폐타이어의 조각. 일본은 북한에 구호물자로 보내던 폐타이어를 우리 나라에 팔고 있다.

ⓒ2006 최병성

– 일본에서도 산업 쓰레기를 수입한다고 들었다.
“일본뿐 아니라 영국과 중국에서도 산업 쓰레기를 수입한다. 일본에서 폐타이어를 비롯해 발전소에서 연료로 쓰고 남은 석탄회, 철을 재련하고 남은 쓰레기인 철 슬래그 등을 수입한다. 일본 회사들 입장에서도 대환영이다.

철 슬래그의 경우 일본 안에서 처리하려면 1톤당 20∼30만 원 가량 들지만 한국에는 5만 원 정도만 주면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동안 폐타이어를 북한에 구호물자로 보냈다. 타이어는 불에 잘 타는 성질 때문에 연료가 부족한 가난한 나라에서는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그런데 한국 시멘트 회사들이 수입하자 구호물자로 보낼 것도 없어졌다. 그나마 돈을 받고 가져온 것이, 최근에는 시멘트 회사들끼리 경쟁이 붙어 쓰레기를 가져오면서도 돈을 줘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 어떻게 확인했나.
“동해항과 삼척항으로 일본에서 쓰레기를 싣고 들어오는 배를 확인하고 달려가 확인했다. 새벽에 배가 들어와 하역하고, 인근 시멘트 공장으로 옮기고 있었다. 야적장에 슬래그가 쌓여 있었는데, 이 쓰레기들이 바다로 흘러가 바다를 오염시킬 것 같아 끔찍했다. 시멘트 회사에도 들어가 폐타이어 더미와 각종 산업 쓰레기가 산처럼 쌓은 것을 목격했다.”

–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시멘트 안에 각종 산업 폐기물을 넣기 시작했나.
“1999년부터 쓰고 있다. 당시 산업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하자, 환경부가 시멘트 회사에 산업 쓰레기를 쓰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환경부 입장에서는 쌓여 가는 산업 쓰레기를 처리하는 게 최대 과제였고 시멘트 회사는 연료비를 아낄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기업들도 산업 쓰레기를 처리에 들어갈 돈을 아낄 수 있어, 국민들 빼고는 모두가 좋은 방안이었다.

환경부가 25억 원, 쌍용시멘트가 8억 원을 지원해 폐주물사를 시멘트 만드는 원료로 쓸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을 만들었다. 학문적으로도 자신들의 일을 뒷받침한 셈이다. 그렇지만 환경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산업 폐기물로 만든 시멘트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지 않았다. 단돈 1억 원만 투자해도 인체 유해성 연구를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시멘트 업계에서는 1500도라는 고온에서는 유해 물질이 사라진다고 말한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들이 신앙처럼 떠받드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국양회공업협회가 요업기술원에 의뢰해 2006년 5월 작성한 ‘시멘트 중 중금속 함량 조사 연구’를 보면, 국내산 시멘트 중 10개의 시료를 분석한 결과 6개 제품에서 6가크롬이 유독성 지정 폐기물 기준치인 1.5mg/l를 수배나 넘게 검출되었다. 시멘트가 유독성 지정 폐기물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또 일본 시멘트 평균치인 8.1mg/kg의 세 배가 넘는 평균 25.5mg/kg이 검출되었다. 크롬은 열을 가하면 6가크롬으로 변하는데, 6가크롬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극발암성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 시멘트 공장 주변의 환경오염도 심각할 것 같다.
“강원도 영월 등지의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들이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공해가 심하다는 거다. 시위를 하고 각종 조사 자료를 내보여도 어느 누구도 눈 하나 꿈쩍 안 해 나를 찾아온 거다. 서강 지키는 운동으로 신뢰가 쌓인 덕이었다. 올해 5월부터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조사할수록 있을 수 없는 일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국민을 상대로 대기업들이 사기를 치고 있었다. 돈을 조금 더 벌기 위해 생명을 죽이는 어리석은 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건 정말이지 미친 짓이었다.”

시멘트공장 주변 농지에서 납, 수은, 비소 등 중금속 검출

▲ 하수 슬러지도 시멘트 안에 들어간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다시 우리 안방과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다.

ⓒ2006 최병성

▲ 꽃과 이슬 대신 ‘쓰레기 시멘트’를 찍으러 다닌 최병성 목사.

ⓒ2006 뉴스앤조이 신철민
– 오염 실태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결과가 나왔나.
“여러 군데서 나왔다. (사)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가 강원도 영월의 현대시멘트와 쌍용시멘트 공장 인근 지역의 낙하분진을 조사했다. 지정폐기물(정부가 인체에 유해하다고 판단해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쓰레기)과 비교해도 카드뮴이 20배, 납이 96배, 비소가 18배, 구리가 22배가 더 많이 검출됐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10월 30일 열린 환경부 국감에서 시멘트 공장 주변 농지의 중금속 오염 실태를 발표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영월 공장 주변이 전국 농지보다 납 40배, 비소 6배, 수은 3배, 6가크롬 3배가 많았고, 단양 공장 주변은 비소 31배, 카드늄 11배, 아연 3배가 많았다. 토양오염이 심각한 실정이라고 발표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한국화학시험연구원과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이 각각 작년 11월과 12월 영월 지역 농산물을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크롬의 경우 전국 평균치의 20배 가량, 전국 최저치에는 95배에 달했다. 전국 농산물에서는 검출되지 않거나 극히 미미하게 나온 구리가 7.2mg/kg이 나왔다. 거기서 나는 쌀과 사과·인삼·옥수수·고추 등 각종 과일과 채소 등 농산물은 도저히 먹기 힘든 것이지만 고스란히 우리 밥상에 오른다. 이래도 그 지역만의 문제인가.

– 최근 목사님이 몇몇 언론에 문제를 제기한 덕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인터넷 언론과 잡지에 기고했고, 방송사에서도 보도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국회의원과 함께 ‘시멘트의 유해 물질 함유 실태 개선을 위한 정책 제언’을 만들었고, 국정감사에도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한나라당 한선교,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도 강하게 시멘트의 유해성 문제를 제기했다. 또 앞으로 국회에서 시멘트 문제 해결을 위한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치범 환경부장관은 폐기물관리정책이 잘못된 게 아니라, 폐기물의 관리 감독과 기준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한 게 문제라고 했다. 폐기물 관리 정책에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렇게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그는 외국도 산업 폐기물 처리에 시멘트 소성로를 많이 이용한다고 변명했다.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은 환경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강제 규정이 아니라 기업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한다. 차라리 대책을 내놓지 않는 게 낫지.”

– 환경부장관 말처럼 외국에서도 산업 쓰레기를 사용하는 건 사실이지 않나.
“그렇다. 그렇지만 외국은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한다. 시멘트 내의 6가크롬과 같은 발암 물질에 대한 함유량 기준을 정하고 이를 초과하지 않도록 강제 규정을 만들었다. 그래서 공장들이 산업 쓰레기를 사용하더라도 그 양을 조절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기준이 없다. 시멘트 KS규격은 압축 강도에 대한 규제만 있다. 얼마만큼 빠르게 잘 굳느냐를 따질 뿐,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있는지는 관심조차 없다. 외국은 시멘트 제품에 규제와 함께 시멘트 소성로에 배출 가스 중에 납, 수은, 구리, 비소 등 각종 중금속 규제를 통해 쓰레기 사용량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멘트 배출가스 기준은 먼지, 질산화물, 황산화물 세 가지만 따질 뿐 단 하나의 중금속에 대한 규제도 없다.”

– 시멘트 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주변에서 몸조심하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들은 유명한 법률회사가 뒤를 받쳐주고 있다. 내가 말 한마디 실수하면 그걸 꼬투리로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 것이다. 시멘트 회사에서는 간간이 내게 손해배상 소송을 걸 수 있다는 협박성 이야기를 던진다. 그러나 시멘트 업계가 내게 소송을 건다면, 나는 각종 중금속에 노출된 지역 주민들과 아토피를 앓는 국민들과 건설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대국민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시멘트 회사를 망하게 할 생각은 없다. 깨끗한 시멘트를 만들면 그것으로 족하다.”

“인체에 해를 입히는 유해물질 규제기준 만들어야”

▲ 시멘트 공장의 환경 오염 문제는 그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각종 중금속의 세례를 받은 저 벼는 머지않아 우리 밥상에 오른다.

ⓒ2006 최병성

– 깨끗한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장치가 필요한가.
“우선 폐기물 분류 기준을 정해야 한다. 어차피 산업 폐기물은 쌓인다. 시멘트에는 넣지 않는 게 최선이겠지만, 어쩔 수 없이 넣더라도 기준은 있어야 한다. 인체에 해를 입히는 유해 물질을 철저하게 규제하는 기준을 만들어 입법해야 한다. 기업에게 자율로 맡기면 안 된다. 둘째, 시멘트의 유해 성분 함유 기준을 세워야 한다.

건설 회사들도 어떤 시멘트를 사용했으며, 그 시멘트에 유해 물질을 어느 정도 들어 있는지 입주자들에게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셋째, 시멘트 공장의 배출가스 성분도 법으로 제한해야 한다. 각종 중금속 배출량을 제한하면, 기업들은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산업 쓰레기 사용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넷째, 소성로가 완벽한 소각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다이옥신과 중금속 등을 걸러내는 방제 장치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 지금까지 ‘쓰레기 시멘트’를 사회에 고발한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는데, 없는 법을 만들어 대기업을 제재하는 일은 더 어려울 것 같다. 혼자 다 할 수 있겠나.
“간간이 언론에 시멘트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시민단체들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이 내게 도움을 청했을 때 거절하지 못하겠더라. 누구는 무모한 싸움이라고 했고, 누구는 목사가 왜 이런 짓을 하냐고 했다. 그렇지만 아무도 안 나서는데 어쩌나.

이건 미친 짓이다 싶었지만 전 국민의 생명이 이유도 모르게 위협받고 있는데 나 혼자라도 발을 들여놓을 수밖에.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아토피로 고생하는 어린 딸을 부여잡고 울먹이는 한 엄마의 눈물을 보았다. 어떤 고생을 하더라도 이 일은 포기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몇 달 동안 오직 시멘트만 생각하고 공부했다. 자료를 수집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다음 단계의 싸움을 계획하는 데 내가 먼저 쓰러지겠더라.

서강을 지키자고 나설 때도 다들 이미 진 싸움이라고 했는데 결과는 어떤가. 서강을 파헤치려는 공권력으로부터 강을 지키지 않았나. 내가 잘 싸워서 그런 게 아니다. 신이 이끌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앞으로의 싸움도 그렇게 하늘의 뜻이 이끄신다고 생각한다. 쓰레기 시멘트에 저항하는 건 돈을 벌기 위해 죽음을 지향하는 문화에 맞서는 일이다. 나뿐 아니라 죽음의 문명을 생명의 문명으로 돌리려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 이번 사건에 뛰어들면서 느낀 점은.
“대기업들은 연간 수백 억 원, 수천 억 원을 벌면서 이웃 주민들의 피해는 나 몰라라 한다. 그러면서 골프장을 건설한 시멘트 회사도 있다. 도대체 양심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다. 기업을 감시하는 일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다. 동시에 우리가 쓰레기를 버렸으니 그 값도 우리가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가슴 절절히 새겨야 한다. 우리도 문명의 이기를 즐겨 쓰지 않았나. 성찰 없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새로운 문명을 창출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골리앗보다 더 거대한 대기업들과 싸우고 있는데 점점 승리가 보이는 것 같다. 달걀로 바위를 쳤는데 바위가 깨지는 것을 보고 있다.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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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글은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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