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꽃보다아름다워

우리 곁의 타자 돌봄 여성노동자, 지역에서 주인공이 되다

– 최경숙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상임이사

전수경 / 편집위원

최경숙이라는 이름 뒤에는 따라다니는 조직 이름이 많다. 보건의료 노동운동의 초기 멤버서 병원노동자 조직화를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고, 병원이나 환자의 가정을 일터로 삼는 간병, 요양노동자의 교육, 조직을 지원하는 사업을 펴고 있다. 이 결과로 라는 당사자 조직이 결성되고 구성원의 권익과 공익이 합치하는 활동을 고민하고 있다.

조직을 만든다는 것이, 또는 조직화사업이라는 것이 이름은 딱딱하고 거창해도 막상 부닥치면 사람을 만나고, 만나고, 회의하고, 회의하고…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일이고 그 결과물로 모임도 만들어지고 활동력도 확장되는 법이다. 최경숙 상임이사는 지치지 않고 사람을 찾고, 도움을 청하고 실제로 일을 성사시키는 추진력을 갖고 있다고들 말한다.

활동을 오래 한 분들일수록 에너지가 소진된다고 하는데 최경숙 이사는 어디서 이토록 빛나는 에너지가 솟을까. 4월의 화창한 어느 날, 홍제천이 흐르는 은평구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먼저 이라는 이름이,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지 궁금합니다. 

_ 간병요양 일을 하는 분들은 영세비정규 노동자들과 같은 처지예요. 불안한 고용 상태가 이분들에게 가장 큰 문제죠. 그래서 취업알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노동시장 길목을 조직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업장 단위로 조직이 어려우니까 연구원이라는 형태를 만들었어요.

영세비정규노동자들인 돌봄 노동자를 위한 조직으로 비영리법인을 만든 건데요, 현장에서 일하는 돌봄 노동자, 여성비정규노동자 지원활동을 연구하는 조직이 거의 없어서 이분들께 필요한 지원을 하려고 해요. 정책지원, 교육, 연구, 환자권리, 이용자권리 등을 지원하죠.

 아, 여기 사무실 들어오다 보니 현판에 라고 있는데요.

_ 4년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보건복지부가 요양보호사 24만 명을 교육해서 배출했어요. 그 중에 2만 명은 특수고용 형태로 유료소개소에 돈을 내고 일을 소개받아요. 이 요양보험제도에 있는 교육기관을 만들어서 요양보호사 교육을 하면서 조직화의 통로가 생겼어요. 교육하면서 토론도 하고 노동자의식이 생기면서 요양보호사들의 당사자 조직이 만들어진 것이죠. 라는 조직은 이 때 만들어졌어요. 조직을 만드는 여성노동자들은 활동 폭을 넓히기 위해서 일부러 이름도 평범하게, 운동단체같이 안 만들었죠. 지금은 회원이 2000명 정도 되고요.

간병 노동자의 실태가 사회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 서울대병원 간병인들의 투쟁이 계기가 되었죠?

_ 그렇죠. 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 서울대병원에서 간병인 하는 분들이 세상에 나서게 된 것이 2004년 4월인데 간병인 무료소개소를 병원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한마디 상의도 없이 폐지한다고 하니까 간병인이 노조에 가입하고 싸움이 시작되었어요. 간병인이 법적 권리도 없고, 근로기준법도 안 되고, 부당해고를 해도 안 걸리고, 노조 활동 하면서 제일 힘든 싸움을 그 때 한 것 같아요. 그 분들은 끝까지 생계 때문에, 돈이 필요해서 마지막에는 유서를 써놓고 싸우셨어요. 보건의료단체, 인권단체, 비정규노동센터, 민주노총비정규실 등에서 지원을 많이 했어요. 그 힘으로 이겼지요.

간병노동자 조직은 어떤가요? 간병노동자들은 병원에 입원한 분들과 그 가족에게는 너무도 중요한 존재인데요.

_ 큰 병원들은 조사해보면 특수고용 형태의 간병노동자가 대부분이에요. 산재보험도 안되고, 이분들이 중요해요. 자기 조직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대형병원 노동조합이 제안하여 병원에 간병인 무료소개소인 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어요. 2007년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을 시작으로 경북대, 충북대, 강원대, 제주대병원 등에서 을 운영하고 있죠.

요양보호사는 간병인과 또 다른 제도로 운영되고 다른 문제를 안고 있죠?

_ 정부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요양보호사 노동자들의 제도권 진입을 기대했어요.. 공식노동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컸어요. 당시 정부는 요양보호사 월급이 초등교사 임금은 된다고 선전하면서 요양보호사들을 배출했는데 실제로는 임금이 너무 낮아서 다시 간병인으로 가서 24시간 일하는 분들이 생겨났어요.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은 분들이 60만명이 넘었다고 해요. 대부분 빈곤여성들일텐데… 실패한 정책이죠. 99% 비정규직 일자리인데, 중고령 여성이 이 일만 해서는 생계가 안 돼요. 청소,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도 생계형인데 여기도 나이가 많으면 하기 힘들죠. 정부는 요양보호사 일을 봉사라고 하지만 ‘난 치러 온 줄 알았더니 똥 치러 왔다’ 고들 말하죠.

요양보호사 노동자들이 생계가 어려운 나이 많은 여성들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여성들의 문화적 특성이 있어서 다른 노동운동과 다른 점도 있을 것 같아요.

_ 남성이 중심이 되는 경직된 노동운동과는 문화적 차이가 있죠. 나이가 많은 여성이면서 돌봄노동을 하는 분들이니까… 이들의 운동이 나도 너무 궁금해요. 이 분들이 직업의식이 높고, 사명감이 높은데 일자리가 안 좋아서 망설여요. 임금이 너무 낮으니까. 이 분들 현실은 너무 너무 저임금인데 돌봄 노동의 이중성같은 걸 느껴요.

엄마들이라 그런가, 없는 살림에 반찬해가지고 가고, 자기가 봐주는 어르신의 가족까지도 돌보고. 정에 이해 움직이는 관계가 많고 조직사업도 그렇게 되죠. 힘들어도 밤늦게 놀고. 돌봄노동 특성이 있는 것 같아요.

최경숙 이사님을 병원노동자 조직화 활동가로 많이 기억을 하시던데요.

_ 병원노동자 희망터라고 2005년에 동네병의원에서 일하는 분들을 조직하자고 시작했어요. 동네병원은 보통 의사 한명에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2~3명이 일하는데,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들이 일하는 조건이 열악하니까, 2005년 서울대병원노동조합이 결의해서 중소병원 노동자들 조직을 만드는데 지원하자고 하여 시작되었어요. 은평구에서 청구성심병원이라고 노동조합이 탄압을 심하게 받으면서 중소병의원에서 노동조합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들지 알려졌잖아요.

청구성심병원 노동조합의 경험을 보니 중소병원은 상담도 어렵고 교육도 안 되고 임금차이는 많이 나고 이직률도 높아요. 서울대병원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해서 규약개정을 하고  조합원들이 월 2000원씩 중소영세병원 노동자 조직화를 위해서 돈을 모았죠.

큰 병원은 거의 노동조합이 있는데, 2~3명 일하는 병의원의 노동자는 보호를 잘 못 받으니까. 산별노조로 전환하면 많이 해결되겠지만 일단 산별노조로 가는 길이 어렵다고 보고 중소병원과 대형병원의 격차를 줄이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고 해서 라는 지원조직을 공공노조 안에 의료연대노조가 먼저 만들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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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경험이 있어서 법적 보호를 못받는 비정규직 병원 노동자들에 대한 운동을 시작하신 거군요. 작은 병의원 노동자들의 존재에 대해서 관심이 별로 없었네요. 은평구를 거점으로 삼고 조직화 방안을 모색하고 계신 건데요, 쉽지 않을 사업일 것 같습니다.

_ 은평구에만 280여개의 병의원이 있다고 해요. 은평의 지역단체, 시민조직이 모여서 2007년부터 선전전을 시작했어요. 동네마다 매핑작업을 하면서 병의원 실태를 파악하고 원장이 출근하기 전에 병원에 찾아가는 거죠. 병원에서 일하는 젊은 노동자들이 관심을 갖기 어렵다는 걸 느꼈어요. 20대 여성노동자는 결혼하면서 직장을 떠났다가 40대 초반에 아이들 키워놓고 밤 근무가 없는 동네병원으로 다시 일하러 옵니다.

 

작은 병의원 노동자 만나는 사업을 6년째 하고 계시다는 건데요, 성과를 알리면 좋겠네요.

_ 이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는 낮고, 미조직 사업이란 게 지속적 끈기가 필요하잖아요. 처음부터 소리 내면서 시작한 사업이 아니라서… 교육의뢰가 오기도 하고 가끔 노동교육 받는 분들이 탐방을 오기도 해요. 이 사업을 아는 사람은 중요하다, 산별노조 운동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객관화하고 알려야 하지 않냐고 하죠.

성과를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 …

_ 최근의 고민이 노동운동을 어떻게 할 거냐, 객관화도 필요한데 지금은 몇 명이 노동조합 가입했냐 숫자로 판단하니까… 꼭 노동조합이 아니어도 비공식적인, 다양한 형태를 가진 조직이 있을 수 있다,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어떻게 돌파구를 열 것인지, 유목민 같은 빈곤노동자에게 갑자기 장밋빛 희망을 제시해서도 안 되고, 노동자의식이 필요한데 직장이나 일자리에서 안 되니까 지역차원 으로 노동기구를 만들자 하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직장의 경계도 보호도 없는 유목민… 여성 돌봄 노동자들과 어떻게 만난 것인가, 고민이 와 닿습니다.

_ 필요하다고 느끼고 오게 해야 하는데, 쫒아 다니는 건 지역사업이라 하기 어려워요. 이번에 근골격계 병을 무료검진해주는 캠페인을 했는데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서 놀랐어요. 거리에 플래카드 걸린 것만 보고 온 거예요. 은평구 이름을 걸고 했는데 구청이 돈 낸 건 없지만 도움이 되었어요. 우리가 한 번 무료검진할 때마다 7,8명 활동가들이 붙어서 찾아오는 분들을 만났어요. 만난 분들은 거의 다 요양보호사협회에도 가입을 했고요. 정말 필요한 사업을 하면 사람이 온다는 걸 확인했죠. 앉아서 상담을 기다리는 수공업적 사업만으로는 힘들다는 거죠. 지역에서 공개적으로 일하면서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죠.

그동안 노동운동이 해온 조직 방식에 대해서 돌아봐야 겠습니다…

_ 중요한 건 협회냐 노동조합이냐가 아니라 성장하고 교육하느냐 인 것이죠. 몇 명을 노조로 조직했냐가 아니라 공공성의 관점을 갖고 직종이기주의가 아닌 당사자운동으로 자리 잡느냐 가 중요한 것이죠.

지금 노동운동 안에서 돌봄, 여성, 건강의 문제가 저평가되어 있어요. 총연맹도 열의가 있는지 모르겠고. 여성, 감정노동, 열악한 환경… 보이지 않는 노동자로 밀려나있는 건 아닌지.

요양 ? 간병 노동자들이 몸 지도를 그리고 아픈 데를 색칠하라고 하면 가슴을 까맣게 그려요. 머리를 까맣게 그리는 분들도 있고. 하인취급, 성희롱…. 아프다고 하시는 거죠.

지역에서 지자체와 함께 사업을 모색하면서 방향을 찾으신 것 같네요.

_ 여기 은평구가 여성노동자 건강사업을 같이 할 준비가 돼 있는 편이죠. 지역의 돌봄 여성노동자들,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보조인, 보육교사 들까지 이용할 수 있는 센터가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근골격계 병 검진도 해주고 물리치료사도 두고… 지역차원에서 여성 돌봄 활동가들 교육도 하고. 2~30 명이 교육을 받아서 상담하고 교육할 역량을 갖는 활동가로 성장하면 더 많은 노동자를 교육하고 사용자단체와 지역 가이드라인을 체결하고….

이렇게 대중적 운동을 통해서 지역기준을 만드는 게 산별노조의 지역조직 역할과 같은 거 아닐까 해요.

멋집니다. 노동자 개개인이 성장하고 다시 공동체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면,

_ 성장프로그램을 만들어야죠. 지역에 우리노동인권찾기 모임이란 곳도 생겨서 연대하고 있고, 텃밭가꾸기, 컴퓨터 배우기, 건강소모임도 있어요. 이번 총선 때는 우리 요양보호사들이 모임을 만들어서 총선후보들까지 만나고 다녔어요. 지역에 돌봄노동자 쉴 수 있는 곳 만들고, 정책지원 하라고 말이죠. 처음에 총선 후보들 만나서 약속을 받아내겠다고 할 때는 설마했는데 정말 만나고 약속도 받아오시더라구요. 여성노동자들 정말 대단하죠. 

음, 노동운동이 어디로 가야 하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_ 노동운동 지원을 하는 상급조직들은 노동조합이 현장 노동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말 생각해 봐야 해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불투명하다고 생각해요, 운동의 미래가. 상급조직의 역할이 낮아서가 아니라 운동의 발전을 고민하다 보면 노동자, 민중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현장을 개발해야 하는데, 영세비정규노동자는 지역으로 할 수 밖에 없어요.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무얼 얻어 내는 게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활동이 있어야 풀리는 거죠. 저희가 지역에서 모습을 갖춰 가니까 다른 지역에서도 해 보겠다, 돌봄 노동자 쉼터 만들고 건강 상담도 해 보겠다 준비를 하는 곳도 있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조직, 조직화 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통상 떠오르는, 대상을 정하고 조직으로 끌어들이는 조직화가 아니다. 당사자가 조직이 되고 당사자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공동체로서 조직이다.

하나 더, 오늘의 만남에서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어휘, ‘미조직’ ‘미조직노동자’ 라는 말. 아직 조직되지 않았다는 말, 노동조합 조합원이 아니라는 말, 이게 참 항상 가시처럼 목에 걸리는 꺼림직한 단어였다. 노동조합 가입률이 10%가 안 된다고 하는데 그 10%가 안 되는 노동조합의 구성원들이 90%의 노동자를 미조직노동자라 부르는 것이 온당한가.

대상화하지 않으면서도 조직을 만드는 활동가들을 보았고, 조직을 공동체로 성장하도록 도우면서도 공공성을 확장하는 힘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