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이슈



애플을 둘러싼 미국 시민 ? 소비자운동의 대응

박진욱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이번 해외이슈에서는 애플사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의 제품을 제조하는 중국의 폭스콘 공장의 노동 환경을 둘러싸고 지난 3개월간 미국에서 벌어졌던 시민/소비자운동과 이에 대한 애플의 대응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마이크 데이지라는 예술가가 있었다. 그는 여러해 전 중국을 방문해 폭스콘(Foxconn)의 애플 제품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스티브 잡스의 고뇌와 희열 (The Agony and the Ecstasy of Steve Jobs)”이라는 제목의 1인극을 시작했다. 애플 제품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집착과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발생하는 문제들을 묘사한 이 1인극의 극장 공연이 100회에 가까워질 즈음, 마이크는 미국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중 하나인 “This American life”에 출연해 폭스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과 비인간적인 삶을 이야기하게 된다.

이 방송이 나가고 채 열흘이 지나지 않은 2012년 1월 25일, 뉴욕타임스는 급속하게 세계화되어가는 하이테크 산업에 관한 시리즈 기사1)를 통해 폭스콘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윤리적인 노동 실태를 고발한다. 뉴욕타임스는 이 기사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기계 수리 노동자로 폭스콘에 입사한 라이 시아오동이라는 젊은 남성노동자가 대학 졸업장이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월급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침대, 옷장, 책상만으로도 꽉 차는 비좁은 방을 얻어 살면서, 그래도 방 세 개짜리 아파트에 20명씩 거주하는 폭스콘의 다른 노동자들과 비교하면 운이 좋다고 생각하며 결혼할 돈을 모으기 위해 하루 12시간씩 주 6일을 열심히 일하다가, 결국은 공장 폭발 사고로 인해 온몸에 화상을 입고 사망하기까지의 과정을 재구성한다. 24시간 돌아가는 공장과 끊임없는 교대작업,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기도 힘들 정도의 장시간 입식 작업, 반복되는 폭발 사고2) 등에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관심이 없는 폭스콘과 애플의 태도 등이 이 젊은 노동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교차되어 기사화 되고, 소비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미국의 사회운동 단체인 Change.org는 뉴욕타임스의 기사에 호응하며 애플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국 및 다른 해외 공장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라는 청원 운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기업 감시 및 소비자 운동 단체인 SumOfUs.org는 “애플은 아이폰5를 윤리적으로 만들라 (Apple: Make the iPhone 5 ethically)”는 청원을 시작한다. 곳곳에서 이 운동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일인 시위를 펼치고, 애플 매장에 항의 방문을 하는 등 이들의 운동이 언론에 적극적으로 보도되면서 청원이 시작된 지 2주 만에 약 250,000명의 서명을 받게 된다. 이들은 2월 9일 일부 애플 매장을 방문해 청원서를 전달하고, 이후에는 애플 정기 주주총회 장소에서 집회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친다. 

 한편 미국 언론들은 시민단체의 활동과 함께, “여자는 남자처럼, 남자는 기계처럼 이용해요. 내가 동물처럼 느껴져요”, “인간이 (기계보다) 싸니까요”,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요, 매일매일이 똑같아요, 일이 끝나고 돌아와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 일하러 가는 생활의 반복이에요” 등의 폭스콘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열악한 노동 환경을 연이어 보도했고, 애플에 대한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2012년 1월, 애플은 재빠르게 미국 공정노동협회(Fair Labor Association, FLA)에 가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린다. 주로 섬유 및 의류 산업 기업들을 중심으로 하던 FLA에 첨단 산업으로서는 최초로 가입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면서, 이후 FLA의 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는 납품 업체를 찾아내 시정 노력을 할 것이며, 우선적으로 폭스콘 공장부터 조사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비난 여론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시민 단체의 활동과 언론의 보도는 계속되었다.

FLA는 2월 13일부터 폭스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 조사를 위해 폭스콘을 방문한 FLA는 공장 견학 이틀 후 폭스콘이 최고 수준의 시설과 평균 이상의 물리적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문제는 노동 강도나 압박 등이 아니라 아마도 단조롭고 지루한 환경 때문일 것이고, 연속적인 자살은 도시로 이주한 후 새로운 생활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는 의견을 낸다. FLA는 노동자 권리보호와 노동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90년대에 만들어진 단체로 기업, 대학, 시민 단체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업들이 FLA에 가입하면 FLA는 조사를 통해 해당 기업이 FLA의 모니터링 기준을 지키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인증을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이사회의 대다수를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고, 기업이 지불하는 비용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보고서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고, 참여한 기업들은 FLA 가입을 홍보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들로 초기에는 노동조합들도 가입을 했었으나 현재 노동조합은 한 곳도 남아 있지 않다. 애플이 FLA에 조사를 맡기자 SumOfUs.org는 “진짜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기업의 대변인 노릇을 해온, 자본의 돈을 받는 집단을 고용함으로써 눈가림으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2월 21일, ABC 방송의 Nightline이라는 프로그램은 애플의 허가를 받아 폭스콘 공장 내부를 취재하고 이 결과를 단독 보도한다. 방송은 폭스콘 공장에서 델(Dell)과 닌텐도 제품도 제조되지만 애플이 규모, 이윤 및 산업에서의 지배력 등 때문에 시위대의 표적이 되었다는 멘트와 함께, 폭스콘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 방송은 곧바로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다. ABC의 모회사인 디즈니의 최고경영자 밥 아이거가 애플의 이사회 구성원이며, 스티브 잡스의 가족이 디즈니의 대주주라는 것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FLA의 조사가 있기 전에 이미 폭스콘 공장이 미성년 노동자를 감추고, 하루 한 번이었던 휴식 시간을 세 번으로 늘리는 등의 사전 조작을 했다는 폭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3월에 접어들어 사건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마이크 데이지가 폭로한 폭스콘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들 중 몇 가지가 사실이 아니거나, 폭스콘이 아닌 다른 애플 제품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음이 밝혀지면서 마이크 데이지는 거짓말쟁이로 비난받게 되고, This American life는 3월 16일자로 마이크 데이지가 출연했던 1월 16일 방송을 철회한다.

      

한바탕의 소란이 잠잠해질 즈음,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의 새로운 최고 경영자가 된 팀 쿡이 중국 폭스콘의 아이폰 생산 라인을 방문한 3월 29일, FLA는 폭스콘 공장의 노동 환경에 대한 독립된 조사 보고서3)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폭스콘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6시간, 휴일 없이 연속으로 일한 날은 평균 11.6일로 나타났다. 일부 노동자들은 연장 노동 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었으며, 안전 보건과 관련하여 적절한 보호 장비가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사내 안전보건위원회에서 노동자는 소외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폭스콘은 FLA의 규정과 중국의 노동 관련 법령을 50개 정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아이폰 생산 라인을 둘러본 팀 쿡은 FLA 조사 결과에 대해 언급하며 폭스콘의 각종 위반 사항들을 해결하고, 장시간 노동 개선, 안전 보건 강화, 신규 노동자 채용 등을 통해 노동 환경을 개선할 것을 약속했다.

이 애플과 폭스콘 사이에 벌어진 사태를 지켜보면서 한국의 현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FLA 조사보고서에 나온 주 56시간 노동, 휴일 없는 연속 근무, 연장 노동 수당 미지급, 열악한 안전보건 등은 한국에서라면 전혀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법한, 일상적으로 지금도 누군가는 겪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도 있다. 해고자와 가족들을 포함하여 22명이 죽었지만 여전히 주요 언론은 외면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쌍용자동차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대가로 이윤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자동차를 구매한다. 그리고 이러한 거대한 침묵 덕분에 쌍용자동차는 노동자들과의 복직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비난 받지 않고, 22명의 죽음 앞에서도 여전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폭스콘 노동자들의 잇따른 자살, 공장 내 폭발로 인한 사상자 발생, 폭스콘의 열악한 노동 조건에 관한 언론의 보도, 애플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소비자들의 압박, 비록 공정성에 의심은 가지만 독립된 조사를 수행하는 단체인 FLA를 통해 폭스콘의 노동 환경과 문제점 조사, 조사 결과를 받아들여 문제 해결을 약속하는 애플의 태도까지, 지난 3개월 동안 벌어진 이 일련의 사건들은 윤리의 사전적 정의를 떠올리게 한다.

애플_그림1.jpg

[그림 1)] 2월 9일, Change.org의 멤버들이 맨해튼의 애플 매장을 방문해 청원서를 전달하고 있다. 

(Credit: Roger Cheng/CNET)

 

애플_그림2.jpg

[그림 2)] 2월 23일, 애플 본사인 쿠퍼티노에서 열린 애플 주주 총회장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시민 단체들. (Image credit: Ted Smith)

애플_그림3.jpg

[그림 3)] 현재 SumOfUs.org는 새로운 아이패드가 불법적인 노동자 착취를 통해 만들어지지 않게 해달라는 청원을 벌이고 있다. [http://sumofus.org/campaigns/ipad/]



1) 뉴욕타임스는 이 시리즈의 1편에서 애플이 미국 이외의 국가, 특히 중국의 폭스콘 공장에서 제품을 제조하는 이유 등을 다루었고, 2편에서는 폭스콘에서 일하다 폭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의 삶을 중심으로 폭스콘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2편 원문은 다음의 주소에서 볼 수 있다.

[http://www.nytimes.com/2012/01/26/business/ieconomy-apples-ipad-and-the-human-costs-for-workers-in-china.html?_r=1&pagewanted=all]


2) 폭스콘에서는 2010년부터 세 번의 폭발 사고가 있었다. 첫 번째 폭발인 2010년에는 4명이 죽고 77명이 다쳤고, 두 번째 폭발에서는 사망자가 없었으며, 세 번째 폭발로 4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당했다.


3) 폭스콘에 대한 조사와 관련하여 조사의 전체 내용 요약본, 공장별 보고서 등이 FLA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http://www.fairlabor.org/report/foxconn-investigation-report]. FLA는 현장 관찰, 고용과 관련된 자료 등에 대한 검토, 노동자 면접, 설문 조사 등의 방법을 통해 폭스콘의 노동 환경을 조사하였다. 설문 조사의 경우 무기명으로 진행되었으며, 참여 인원은 35,166명으로 평균 연령은 27.8세, 평균 근속년수는 1.5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