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힘        

노동건강연대 특강 : 당신의 건강과 정의

홍삼 먹고 야근하는 한국사회,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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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위원

                                                                                              노동건강연대 회원


노동건강연대는 4.28 세계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일을 맞아 지난 4월 24 ~ 26일,  참여연대 ‘카페 통인’에서 연속강좌를 열었다. 사회정의와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노동의 문제도 보편적인 사회문제로 들여다보고자 하였다. 


3개의 강좌는


1강 건강에도 있다, 1:99의 양극화 (임준 /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장)

2강 반쪽의 과학, 여성노동자의 건강을 숨기려는 불편한 진실(정진주/사회건강연구소 소장)

3강  홍삼먹고 야근하는 사회에 날리는 똥침 (김명희 /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원)

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번 강좌를 통해서 시민, 노동자의 관심이 높다는 것은 확인하였지만 현장에 더욱 밀착한 기획이 필요하다는 것도 확인하였다. 새로운 관점과 폭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강좌를 자주 만들도록 힘쓰겠다.

오늘은 3강의 강의 가운데 마지막 강사였던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위원의 강의를 지상중계한다. 나머지 두 강의도 다음 에서 들려드릴 예정이다. 


홈쇼핑에서 대박나는 홍삼, 비타민 누가 사먹나

이상한 현실이 있어요.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건강 문제에 관심이 없어요. 임금, 고용문제가 심각해서겠지요.

그런데 현실을 돌아보면 작년에 건강기능식품의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고 아웃도어 시장규모가 3조원을 넘었다는 거예요. 주말 홈쇼핑 보면 홍삼, 비타민이 정신없이 팔려나가요. 홈쇼핑에서 물건 사는 분들이, 대기업 이사가 홈쇼핑에서 사지는 않을 거 아녜요. 평범한 서민들, 일하는 분들이 사겠죠. 이렇게 건강에 대한 수요가 있는데도 노동현장에서는 건강에 대한 운동이 안 되니 이상한 거죠.

제가 좋아하는 웹툰에 라고 있어요. 신입사원 이말년이 야근, 야근, 또 야근 하면서 졸면 끝장이다, 하면서 잠은행에서 잠을 계속 대출받아 일하다가 대출한도가 넘고 더 높은 이율에 급잠을 대출하다가 결국 파산해서 죽음으로써 빚을 갚죠. 

도대체 우리는 뭐하고 사나, 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모두가 바빠서 서로를 돌볼 겨를이 없고 내 삶을 돌아볼 겨를이 없는 한국사회를 상징적으로 표현하죠.

병명이 없으면 건강한가

제가 면접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건강이 무어라 생각하느냐?

움직임이 자유롭고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태,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여유가 있는 것, 결근하지 않는 것, 돈을 벌기 위한 수단 … 같은 답이 나왔어요. 이 답을 보더라도 건강과 질병의 구분은 병이 없는 것 뿐 아니라, 사람답게 살아가고 자신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것을 말하잖아요.

그런데도 우리는 의학적인 진단명에 집착해요. 건강검진 가서 결과가 안 좋으면 아프다고 하고 병명이 안 나오면 건강하다고 하는데 오해죠.

제가 의대 다닐 때는 고혈압의 진단기준이 160 ~ 110 이었는데, 몇 학년 올라가니 140 ~ 90으로 내려오고, 지금은 더 낮아졌어요. 연구를 해보니까 130이 돼도 뇌졸중, 심장병이 생기더라, 그래서 진단을 하향 조정 하는 거죠. 치매도 마찬가지예요. 여기서부터 치매라고 하자, 이렇게 만들어놓은 구분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건강은 생물학적인 기준이 아니라 사회적인 가치판단이 중요하다, 심지어 생물학적 부분에서도 판단이 필요하다는 걸 얘기하고 싶다. 건강이라는 게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불건강하다는 징표다. 건강은 그 자체로서의 중요성도 있지만, 도구적 측면도 있다.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잠재력이기에 건강이 중요한 인권이 되는 것이다.

TV에 건강프로그램 많이 나온다. 최첨단 의료기술 소개도 많다. 어머니가 의사인 나보다 많이 아신다. 첨단기술이 있으면 인간이 무병장수 할 것처럼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 잘 먹고 잘사는 법을 얘기한다. 텃밭을 자랑하고 풍성한 밥상 보여주면서 자랑한다. 예전에 제가 전문가들에게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건강권 보장하려면 어떤 과제가 중요한지 물었다.

공공의료, 보험급여 확대, 노인을 위한 재가 서비스 가 중요하다는 답이 나왔다.

모두 의료 서비스에 대한 답이다. 의료서비스를 충분히 누리지 못해서 건강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한다. 암을 예방하기 위한 수칙 같은 걸 봐도 검진 잘 받아라, 담배 피우지 말아라 라고 하면서 건강행태나 유전적 요인, 의료서비스를 말한다.

직업환경의학회 학술지 논문을 목록만 읽어봐도 ‘해머사용자에게 발생한 관절염’ 같은 식으로 작업현장 내 특정한 물질, 특정한 유해요인에 대해서 좁은 시선을 문제를 본다.

시민의 몸, 노동자의 몸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이라는 장기플랜이 있다, 여기에 노동자의 건강증진항목이 있는데 한번 보자. 흡연, 음주, 운동, 식습관개선, 만성질환 이런 것들이다.

이상하지 않나. 노동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중요하게 영향을 끼치는 건 일하는 환경이다. 이게 빠져있다. 뭔가 이상하다.

한 사람의 신체를 나눈다. 시민, 국민이라고 호명하는 소위 일반인의 몸이 있고 이는 보건복지부의 영역이다. 일반질병의 문제인데 주로 저녁시간이후의 생활이 문제라 할 수 있다. 건강보험이 담당하고, 첨단치료서비스가 동원된다. 직장인, 노동자, 근로자로 호명되는 노동하는 몸이 있다. 이는 노동부의 영역이다. 보통 9시에서 오후 5시까지의 시간에 해당된다고 해두자. 직업병, 산재, 위험물질 같은 문제가 동반된다.

한국 사회는 두 영역이 만나는 지점이 없다. 노동자가 아프다고 하면 판단을 해야 한다. 일반시민으로 아픈 것인가, 노동자로 아픈 것인가. 분절화된 제도 아래서 분절화된 접근법이다.


과학기술은 발전해도 아이들은 죽어간다

글로벌트렌드 좋아하는데, 건강에서 글로벌트렌드는 분절이 없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결정요인, 폭넓은 사회적 맥락을 중요하게 본다. 성별, 연령, 유전적 요인이 제일 좁은 영역으로 있고 그 위에 Living, Working Condition을 중요하게 본다. 건강과 관련한 중요한 요인이라면 일상적 삶의 환경과 일터의 요인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나.

1919년 스페인독감이라는 대규모전염병이 있었는데 100여년이 지난 후 신종플루라는 전염병이 지구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동안 백신도 좋아졌고, 의학적 기술이 발전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나. 인간의 과학기술이 발전했는데 과거와 똑같은 질병에 전 인류가 힘들어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생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요인이 많다. 이동이 쉬워지면서 전염력도 강해졌다.

독감이 번성한 이유가 대량 축산업 때문에 돌연변이가 훨씬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나오지 않았나, 자연현상과 무관하게 사회적 동인에 의해서 촉발된 것이다.

아프리카의 기근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인간이 축산,농업 기술을 엄청 발달시켰는데 계속 못 먹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자연현상으론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15,16세기 영국에서 키웠던 소와 양의 무게보다 지금 키우는 소와 양의 무게가 2배~6배가 많이 나간다고 한다.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죽음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아이들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워서 죽어간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미사일로 죽어갔다. 생물학적 특성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행위 때문에 삶과 죽음이 갈라진다. 후쿠시마를 보라. 인류가 상상하지 못해 못했던 위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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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증가의 사회적 요인

작업환경을 보자. 30여년 전에는 마트에서 일하는 서비스노동자가 없었다. 깨끗하다는 반도체공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 노동환경이 바뀌면서 사람들이 겪는 건강의 문제도 변한다. 건강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책임만이 아니라 그 사회가 작동하는 힘에 있다. 

잉글랜드와 시카고의 살인사건 가해자의 연령을 보면 20대가 제일 높고, 30대부터 떨어지는 것은 동일하다, 그 연령대의 문화, 충동조절 못하는 청년대의 일탈행위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연령대가 비슷할지라도 시카고의 살인사건 수가 잉글랜드보다 30배가 높다. 잉글랜드의 20대와 시카고의 20대의 행동을 다르게 만드는 특성들이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인 것이 생물학적인 것과 떨어진 것이 아니다.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이 된다고 얘기한다. 보통 스트레스 때문에 아픈가보다 이런 말들 하는데, 우리몸에 스트레스를 관장하는 시스템은 두가지가 있다. 자율신경계는 즉각적인 반사반응을 담당한다. 시상하부 뇌하수체는  뇌까지 올라간다. 일주일 뒤에 시험이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발휘되고 피드백을 발휘한다. 외부위협에 대해서 인류가 살아남는데는 스트레스 기전이 큰 역할을 했다.

문제는 현대 사회 라는 게 과거의 사자가 나타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사회라는 것이다. 만년 전 경험처럼 즉각적 위험이 있는 게 아니라 만성적 스트레스가 작동을 한다.

지하철에서 추근대는 사람이 있어, 버스 타야하는데 가버려, 운전하는 데 끼어들어… 같은 저강도로 빈번한 빈도로 스트레스가 유지된다. 교감신경이 올라갔다가 부교감신경으로 안정화되고 위기가 지나면 줄어들어야 하는데 낮은 상태로 유지된다. 심장이 빨리 뛰게 만들고, 저축해놓은 혈당을 꺼내 쓰게 만든다. 계속 저축해놓은 당을 꺼내놓는 게 바로 당뇨병이다. 이처럼 당뇨병에도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이 있다.

일상생활 불평등이 건강 결정

사회역학 교과서라 할 만한 빈센트나바로의 책에서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으로 차별, 사회적 배제, 젠더, 복지국가 같은 사회적 환경을 꼽고, 노동환경, 고용환경이 포함된다.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건강불평등에 대한 위원회를 최초로 만들었는데 여기에서 건강불평등 해소할 마스터플랜을 만들자 해서 나온 보고서에도 노동환경, 노동조건이 등장한다. 보고서는 일상 생활의 불평등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WHO는 그동안 말라리아 퇴치, 모자보건, 모유수유, 영양제 공급 같은 기술적, 보건사업을 했는데 공정한 고용과 괜찮은 일자리, 생애 과정에 따른 사회적 보호, 보편적 의료보장 같은 얘기를 했다.

이 얘기는 뭐냐면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이야기하는 게 글로벌 트렌드인데, 가장 핵심적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얘긴데 한국은 이걸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사회 건강현황은 사실 수명도 길고 국제사회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자살 같은 사회 병리적인 지표들이 나타난다. 헝가리, 핀란드가 자살률이 높았는데 이 나라들 조차 80년 대 이후 자살률이 떨어지고 있다. 유독 한국과 일본이 예외적으로 자살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여성자살률이 늘어나는 나라는 OECD 중에 한국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고, 실업률이 높아지면 자살률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는데 그래도 여성, 노인의 자살률이 높아지는 나라는 없다. 한국사회의 병리적인 현상이다.

한국의 부의 집중현상이 미국 다음으로 2등이라고 나오는데 소득수준에 따른 사망률을 보면 사망률이 2배넘게 차이가 난다. 건강불평등 굉장히 심각하다. 가난한 시군구 어린이들의 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대도시보다 높다. 지역사회 낙후 정도가 어린이들의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산지역 연구를 보면 빈곤수준과 사망률이 일치한다.

이제 일하는 사람의 건강문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들여다보자.

실업의 위협 만으로도 건강에 영향을 준다

먼저, 고용조건이다. 작업환경의 유해인자나 유해물질이 아니라 고용 조건 자체를 봐야 한다. 어떤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은 물질적 보상도 있지만, 사회 심리적인 편익이 있다. 규칙적인 일상이 있고, 활동하게 만드는 것,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 사회적 인정 등이 인간에게 중요한 거다.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이걸 뺏긴다는 것인데, 건강이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예전에는 고용이냐 실업이냐 두 영역이 있었다면 요즘은 광범위한 회색지역이 있다. 취업자 상당수가 비정규직 고용이고 노량진 등에서 공부하는 분들은 실업자 통계에 안 잡힌다.

실업상태 그 자체뿐만 아니라 실업에 빠질 수 있다는 위험만으로도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영국에서 공장이 폐쇄된다는 계획자체만으로도 노동자의 혈압수준이 올라가고 심장이 위험해진다는 연구가 있었다.

한국사회의 큰 문제는 해고를 당한다고, 해고다툼을 한다고 죽어야 하냐는 것이다. 한국에만 있는 엄청난 문제다. 문제적 현상이다.

생산구조 자체가 위험을 떠넘긴다

작업장 유해요인을 보자. 직무스트레스를 얘기하자면 70년대 이전에는 상급자들이 스트레스가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급노동자들은 시키는 일만 하면 되니까, 직급이 높아질수록 스트레스가 심해진다고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직무스트레스는 크게 직무와 관련된 요구도, 직무에 대한 통제권과 관련이 있다.

사장, 교수를 보자. 그들에게는 요구도도 높지만 재량권이 있다. 대학의 조교, 현장 노동자들은 위에서 떨어지는 일은 많은데 결정 권한은 없다. 이 상황이 직무스트레스를 부른다. 그래서 심혈관질환, 고혈압, 당뇨도 더 많은 것으로 나온다. 최근에는 조금씩 저런 것도 문제가 될까 하고 생각했던 폭력, 따돌림, 차별 같은 것도 건강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왜 노동자들은 피하지 못할까. 하청, 파견 노동자들은 왜 이 일을 할 수 밖에 없을까, 하는 원인의 원인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몇 가지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기술의 문제다. 인간은 실수하는 존재다, 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난간 하나만 있어도 죽지 않을 수 있다. 길을 가다가 발이 삐끗해서 넘어지기도 하고, 졸다가 지하철에서 못 내리고, 우산을 놓고 내리기도 하는 실수하는 존재하는 걸 인정해야 한다. 대비책이 될 수 있는 장치를 만들면 된다. 마스크를 주고, 그래도 노출될 지 모르니까, 덜 유독한 물질로 바꾸고,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다.

둘째, 생산의 방식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노동강도, 작업방식, 도급, 하청을 통해서 위험이 전가되는 구조가 영향을 미친다. 2008년 물류창고 화재사건으로 40명이 사망한 사건에서 상징적으로 두가지를 볼 수 있다. 수십개 업체가 도급을 받고 들어와 일하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안전을 감독할 수 없는 상태, 생산구조 자체가 그랬다. 또하나는 죽은 40명이 누구인지 몰랐다. 인력시장에서 온 사람이 많고, 중국에서 온 분들, 조선족들이 있어서 그랬다. 즉 위험전가구조, 작업 방식 자체가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

정규직이라고 안전한가, 얼마전 충격을 주었던 공황장애 기관사의 죽음을 보라. 비정규직의 건강도 안 좋지만, 정규직도 비정규직이라는 예비군이 있기에 열악해진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의 돈 벌어먹기 쉬운 줄 아나, 위험을 감수해야지 하는 말. 분유통에서 유해물질 나오면 세상이 발칵 뒤집히지만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그 유해물질을 마신다면 문제가 안 된다.

일반 주민은 안 되고 노동자는 되나


이주노동자들이 3D업종에서 일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뭘 더 해주라고 하면 왜 더해주냐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났을 때 일반 주민은 노출되면 큰일 나지만 노동자들은 들어가도 된다고 생각한다.

법과 제도의 존재이유가 무엇인가. 법과 제도는 상대적으로 이것이라도 해놓으면 최소 안전이 보장되는 기전이 되는 거다. 40명이 죽었을 때 업주가 벌금 2000만원을 받으면, 당연히 투자를 안 한다. 법과 제도가 있어도 안 지키는 마당에 더 이윤중심으로 행동하지 않겠다.

일하는 사람의 목소리, 이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2008년 의자 캠페인이라는 게 있었다. 굉장히 많이 알려졌고, 많은 업체들이 의자를 놔줬는데 요즘 마트 가보면 사용하지 않는다.

노동구조가 변하지 않았고, 노동자들이 관리자, 소비자 눈치를 보는 구조가 지속이 되는데 의자가 있어봐야 그림의 떡이다.

삼성반도체를 보면 가스가 새서 냄새가 난다, 이런 증언이 있었는데 노동조합이건, 협의회건 있었더라면 사실은 굉장히 초보적 수준에서 막을 수 있는 문제가 많았다. 그걸 못하니까 오늘의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노동자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 자체가 건강권 보호에 중요한 것이다.

술, 담배, 운동보다 권력관계가 건강을 가른다

건강상태에 이르는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다. 술마시냐, 담배 피냐, 운동하냐 이게 아니라 이면에 있는 것들을 봐야 한다. 환경은 고용조건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고, 이는 노동시장 정책과 복지정책의 영향이고 권력관계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근골격계 직업병투쟁, 유해물질 추방 중요하지만 전체의 일부라는 거다.

전망은 어둡다. 사회적 합의나 의식전환이 필요한데 한국사회가 살벌한 사회다. 세계 60여개 지역과 국가에서 3년에 한번씩 반복조사 하는 게 있다. OECD 국가들을 분류하는데 생존지향적인 나라들과 자아실현과 탈물질을 지향하는 나라가 있다. 한국이 생존지향, 자아실현 꼴찌나라다.

소득분포에 대한 문항을 보면 점수가 낮을수록 평등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인데 한국이 미국보다 점수가 높다. 이 질서에 편승해서 나 혼자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서바이벌 중심의 사회다. 나는 살아야겠다, 이런 걸 보여준다.

시민의 건강, 노동자의 건강, 사회의 건강이라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 모든 문제가 풀려갈 수 있다.

2강 : 반쪽의 과학, 여성 노동자의 건강을 숨기려는 불편한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