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폐기물 반입 구멍 숭숭
[한겨레 2006-11-28 02:30]
[한겨레] 부산 신항만 통관 검사대. 수입된 컨테이너의 봉인을 뜯고 문을 열어젖히자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컨테이너를 가득 메운 비닐자루들에 담긴 쌀알 만한 까만 알갱이들은 석유냄새가 짙게 밴 악취를 뿜어냈다. 국내 한 업체가 멕시코에서 들여와 통관절차를 밟고 있는 폐촉매 1320t의 일부였다. 지난 15일 오후 일이다.
정유공장에서 원유의 황성분을 제거하는 공정에 사용됐던 이 폐촉매는 기름과 각종 유해물질이 함유된 유해 폐기물이다. 폐기물관리법상 특별관리가 필요한 지정 폐기물이자, 일부 국가에선 유해 폐기물의 국가 사이 이동을 통제하는 바젤협약 적용대상으로 보는 물질이다.
하지만 국내·국제법상 특별관리 대상인 이런 유해 폐기물들이 별다른 통제 없이 국내에 반입되고 있다. 또 이들 폐기물들은 이동 과정도 추적되지 않아, 정부 당국은 처리 결과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7일 관세청의 수출입 통관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이후 전국 세관에서 수입·통관된 폐기물 가운데는 폐오일, 폐유기용제, 펄프 제조 폐액, 금속 세정액·유압액·부동액 등의 폐기물, 유해금속인 안티몬·베릴륨·카드뮴·크롬이나 그 화합물을 포함한 재와 잔류물 등이 포함돼 있었다.(표참조) 이들은 모두 정부가 바젤협약 이행을 위해 제정한 ‘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환경부의 승인을 얻어야 반입할 수 있거나, 최소한 통관 단계에서 유해성 여부를 확인해야 할 물질들이다.
이에 대해 상당수 수입업체들은 “통관 신청 때 품목코드(HSK)를 잘못 붙인 것”이라며 수입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한겨레> 확인 결과, 상당량의 유해 폐기물이 반입돼 국내에서 처리되거나 중국 등지로 재수출되고 있었다.
관세청 통관자료에 올해 6897만8523ℓ가 반입된 것으로 나타난 펄프 제조 폐액의 경우, 수입 업체들은 “건설화공약품 제조업체에 들어가 콘크리트 성질을 개선하는 혼화제 등의 원료로 쓰이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ㄹ업체 등 금속폐기물 처리업체도 유해금속이 함유된 재와 잔류물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멕시코산 폐촉매 1320t을 들여온 ㅂ업체는 “800t은 배소처리해 이달 말까지 중국에 재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찬희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폐기물 수입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고, 이돈현 관세청 통관기획과장도 “세관 직원들의 전문성 부족 때문에 통제 대상 폐기물이 승인 없이 통관될 가능성이 있어 보완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울산/김정수 김규원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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